[rubymaker]중력은 없었다 - 중력장 이론과 중력파

in #kr-science7 years ago (edited)

중력은 없었다?

꽤나 도발적인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어이없게 부정되면 당연히 반발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력이란 것은 뉴우튼이 자신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일명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밝힌 이래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왔기 때문에 누군가 중력이 없다고 하면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중력이 없다면 어떻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며 지구 표면에 붙어 있는 물체들이 지구 밖 우주로 떨어져 나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갈릴레이가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 실험에서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물체(그러나 모양은 동일한)가 같은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지면에 닿는 시간도 동일하다고 밝혔을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신봉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과 비슷하거나 아마도 더 클지도 모르는 일이다.

That gravity should be innate, inherent, and essential to matter, so that one body may act upon another at a distance through a vacuum, without the meditation of anything else...is to me so great an absurdity that I believe no man who has in philosophical matters a competent faculty of thinking can ever fall into it.

질량을 가진 물체는 서로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즉 중력의 법칙)을 뉴우튼이 내 놓았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과연 그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게 실재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위의 문장은 바로 그러한 의구심을 극히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바로 아이작 뉴우튼 자신이 한 말이다.

학교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배웠을 때 이런 의구심이 든 적이 있나? 과연 질량을 가진 물체가 무엇이길래 서로를 잡아당긴다는 말인가? 아마도 17세기에 살았던 뉴우튼의 사고 체계로서는 중력이라는 것이 이 잡아당김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해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인류가 낳은 천재 과학자 아인시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그 잡아당김의 원인이 중력이 아닌 중력장이라는 것을 역설하였다. 중력과 중력장은 단지 표현의 다름이 아니다. 중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나 가정의 결과를 중력장으로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인시타인은 이렇게 질문한다.

"지구를 잡아두고 있는 태양이 어느 순간 갑자기 없어진다면 지구는 공전궤도를 언제 이탈하게 되는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태양이 없어지는 바로 그 순간(물론 가정이지만) 지구는 공전 궤도의 접선 방향으로 이탈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 시간이 약 8.3분이고 빛보다 빠른 물질이 없기 때문에 태양의 중력이 없어지는 효과도 그 시간은 지나야 발생한다. 따라서 뉴우튼의 중력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General-Relativity-curve-3.jpg

아인시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체는 중력장을 만들고 이로 인해 주변의 시공간이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인간은 3차원 공간이 휘어져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은 2차원 평면이 무거운 물체로 인해 늘어지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지구가 만들어낸 중력장으로 인해 주변 시공간이 왜곡되고 따라서 지구의 위성인 달이 우주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태양이 한순간에 없어진다면 태양의 질량으로 왜곡된 시공간이 다시 반듯하게 펴지면서 지구는 공전 궤도를 이탈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중력파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력파의 속도는 광속과 동일하다.

중력 렌즈와 빛의굴절
빛이 굴절되는 것도 중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빛은 전자기장이나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홀에서 빛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을 잡아두기 때문이 아니라 블랙홀에 의해 왜곡된 시공간으로부터 빛이 탈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instein_cross.jpg

5개의 항성(자체적으로 발광하는 천체, 즉 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항성이 중력장의 굴절로 인해 5개로 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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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항성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에서 보는 관찰자는 그 방향에 그 항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왜곡된 공간의 렌즈효과 때문에 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시선 방향으로 목성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야 될 항성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중력장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설명되지 못했다.

gravitationaldeflection.jpg

중력파의 발견
2015년 9월14일, 아인시타인이 예견한 중력파가 발견된 날이다. 지구로부터 약 13억광년 떨어진 곳, 태양 질량의 수십배에 달하는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향해 회전하며 돌진하다가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며 하나로 합쳐진다. 이 초대형 블랙홀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온 우주로 퍼져나갔는데 그로부터 13억 광년 후 드디어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White_dwarfs_circling_each_other_and_then_colliding.gif

중력장에 의해 왜곡된 GPS 위성 시간 보정

Gravitational_red-shifting.png

GPS 위성은 그 자체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보정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지구 가까이에 있을수록 시공간은 더 많이 왜곡된다. 빛이 많이 왜곡된 공간을 지날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서 청색편이가 일어나고 그렇지 않은 공간에서는 적색편이가 일어난다.

파장의 편이(wavelength shift)는 도플러 효과에 의한 것으로 나에게 가까이 오는 기차의 소리는 주파수가 높게 들리고 멀어질 때는 낮은 음으로 들리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인 스마트폰에도 아인시타인의 두 상대성이론이 오롯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과학하는 이의 자세이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위대한 발견에는 반드시 반골 기질이 그 한몫을 하는 것이다. 역사는 반골들에 의해 지배된 적이 없지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바뀔 때는 언제나 반골들이 있었다.

그저께 우리는 거대한 재벌의 실재를 또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역사는 그렇게 거대한 힘을 가진 자들의 것이겠지만 역사의 흐름은 그것이 아니라고 외치는 자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걸... 아니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싶은 오늘이다.

상대성이론 #2 - 시공간(spacetime) - 무너진 시간의 절대성
상대성이론 #1 - 에테르와 진공 - 부존(不存)의 존재(存在)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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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중력장의 차이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 재밋게 잘 읽엇습니다.

재미있기 읽고 갑니다. 역시 너무너무 재미있는 과학세계네요

생각하는대로 살자 라이프인사이트입니다 클라스있는글에 감탄합니다

어려운 글이지만 잘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중력장에 관한 영상을 봤었는데 정말 흥미롭더라고요ㄷㄷ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중력파가 돌아다니고 있을지...

상대론은 언제봐도 재미있습니다ㅎㅎ

너무 어렵습니다...
그냥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불사의 길이 있지 않을 까..
철없는 생각만 합니다 ㅎㅎㅎㅎㅎ
날씨가 많이 춥네요
건강 조심 하세요~~^^*

광속으로 달려도 내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관찰자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요. ㅎㅎ

물리적인 얘기랑 현실에 빗대어서 설명하셨네요. 물리를 싫어하는 사람이긴하지만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장이라는 한단어의 의미가 5개의 분신술을 가능케 하는 것이였군요.. 건강한 반골기질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것 같습니다.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