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이야기] 음주에 대하여 :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in #kr-science7 years ago

안녕하세요. @yhstella 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음주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려합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시려면
[의학 이야기] 음주에 대하여 : 여러분의 주량은 어떻게 되시나요?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오늘은 제가 평소 환자분들로부터 질문 받는 것들을 위주로 써볼까합니다. ^^
지난 포스팅과 달리 어려운 내용은 아닐거라 생각됩니다..ㅎㅎ


제가 알코올 중독인가요?

여러분은 알코올 중독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을 의학 용어로 정확히 표현하자면,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입니다.
알코올 중독(Alcohol intoxication)은 마치 식중독처럼 알코올의 직접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는 걸 말해요. 과도한 음주 때문에 심하면 정신 착란, 혼수까지 나타날 수 있는 병적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알코올 사용 장애가 어떻게 정의되는지부터 알아볼게요.

DSM-5에 따르면 위의 진단 기준에서 2개 이상을 만족하면, 알코올 사용 장애에 해당합니다.

한 번 스스로 체크해볼까요? 어떠신가요?


이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제가 알코올 중독인거 같은데 어쩌죠?

위의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기준에 따르면, 저는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마시고", "술을 마시고 싶다는 주관적인 욕구"가 있어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가 되었답니다 ;;; 그러나 저는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아닙니다..ㅎㅎ

위의 체크리스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아주 많은 분들이 해당하실 겁니다.

이처럼 정신장애의 진단기준에는 주관성이 개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합니다. 의사들은 위의 진단기준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즉, 술을 마시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지, 하던 일을 포기하거나 못하게 될정도인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구글링을 하니 재밌는 그림이 있네요. 알코올 사용장애의 선별 검사로 활용되는 "CAGE questionnaire" 입니다.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음주 때문에 주변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는지

음주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아침에 해장술을 먹는지

이 중에 2개 이상에 해당하면 알코올 사용장애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길 바랍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ND형이 알코올 사용장애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DD형의 경우 숙취 등 알코올에 의한 불쾌감이 강하고, 이 보다 부작용이 덜한 ND형이 오히려 알코올 사용장애에는 취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확증적인 연구는 아직 없는 걸로 압니다만,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 강의하시며 하던 말씀입니다.
알코올 중독은 누구나 주의하셔야겠습니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지방간이래요. 이게 뭐죠?

과도한 그리고 지속적인 음주는 위 사진처럼 지방간을 만듭니다.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중에 시작단계에 해당할거에요. 실제로 배를 여는 수술을 보다보면 종종 환자들의 과도한 음주력이 상상이 되더군요.ㅎㅎ
이런 생각을 하는 의사들도 술을 쉽게 못 끊기는 마찬가지랍니다.^^


술을 끊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

소위 술 끊는 약이 있습니다. 들어보셨나요?
상품명을 말할 순 없고, 성분명으로는 Disulfiram, Naltrexone, Acamprosate 등이 있죠.
이 약들은 알코올이 주는 쾌감을 차단하거나, 불쾌감을 강화하면서 작용합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에게 자주 사용되나 아직 국내에서는 거부감이 강하고, 복용하더라도 금세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평생 술과 함께 살아오시던 어르신들이 술을 끊으려는 제일 큰 이유가 뭘까요?
제 경험 상 그건 동년배의 친구가 술 때문에 건강을 해쳐서 혹은 돌아가셔서입니다. 대부분 상당한 충격을 받으시고, 금주를 결심하시게 되죠.
의지만한 약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금주를 결심하셨을 때에 가까운 병원을 찾으시어 상담과 약물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간 수치는 정상인데 술을 끊어야 하나요?

건강검진을 해보셨다면 간 수치에 대해 들어보셨을거에요. AST와 ALT 라고 하는 검사 결과입니다.
대부분 20~40 미만이 나와야 정상이라고 본답니다. 이 수치가 정상이면 간이 괜찮은 걸까요?
간 수치는 간 손상의 지표입니다.
과도한 음주, 바이러스 등으로 간이 손상을 입으면 간 수치가 오릅니다.
하지만, 간 수치가 정상이어도 간은 나빠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간 수치가 높으면, 간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선별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추후에 이에 포스팅을 해볼까해요. 각종 통계와 검사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술 한잔 마시는건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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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위 그래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의학에서는 오랫동안 술과 건강의 관계를 위 그래프처럼 생각했습니다. 가로 축은 음주량, 세로 축은 사망률입니다. 흔히 J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J-Shape relationship 이라고 합니다.

즉 적당량의 음주는 사망률을 낮춘다는 뜻이겠죠. 위 그래프에 따르면 하루 4잔 미만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뜻입니다.

이 결과는 수많은 연구들에서 합의된 결론이라 반박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에서 술이 문제가 되는 환자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런 얘기를 하십니다.
"한 두잔 정도는 오히려 좋다는데, 괜찮지 않나요?"
그래도 저는 끊으라고 권유합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음주량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낮에 코가 벌개지신 할아버님 한 분이 진료실로 들어오시는데, 술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여쭤보니 딱 한 병 드셨다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만취하여 혼수상태로 실려오신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적절한 치료로 깨어난 뒤에 얼마나 술을 드셨길래 그러냐고 여쭤봤는데, 역시 딱 한 병만 드셨다고 했죠. 이미 119 대원님이 환자를 발견했을 때 주변에 소주병이 10병 정도 있더라는 얘기를 들은 상태였죠..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에는 흔한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리화나(대마초)가 자주 이슈가 됩니다. 그렇지만 마리화나는 합법화를 주장할만큼 의존성과 중독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불법일까요?
미국에서는 마리화나를 gate drug 이라고 합니다. 즉, 마리화나가 아닌 다른 마약의 세계로 빠지는 데에 가교 역할을 한다는 거죠.

술 한잔의 문제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자기절제력을 갖춘 성인들에게는 한두잔의 음주가 오래 유지되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알코올 사용장애에 빠진 환자들과 미성년자들에게는 더 많은 음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를 면담할 때 조금씩 다르게 말합니다

과음이 걱정되는 분에겐 절주하시도록

자기관리가 가능해보이는 분에겐 한두잔은 괜찮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진단 기준이 있고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면담은 항상 쉽지 않습니다 ^^;;

음주와 건강과 진료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이 길어졌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아무쪼록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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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새 과음으로 숙취를 심하게 겪은 이후부터 술을 딱 한잔만 먹어도 속이 울렁거려요 ㅠ

님은 끊으셔야 해요 ㅎㅎ

예전엔 맥주 마셨는데 요즘엔 위스키나 보드카 -_-; gate drug 이란 말을 들으니 심란해집니다;;

저도 맥주 좋아하다가 지금은 맥주와 위스키, 데낄라를 좋아합니다..
다양한 맛을 즐겨야죠 하하;;

같이 양이라도 줄여봐요 ㅎㅎ

사실 저는 술을 전혀 먹지 않는데... 체질상인지 아니면 식습관(?) 문제인지 간수치가 항상 나쁘더라구요 ㅠㅠ

간 수치는 개인별로 기준치가 다르기도 하니, 큰 문제가 없다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
간염 항체가 있으시다면 특히 걱정하실 필요 없으시고, 본인의 정상치를 알고 계시면 좋을 거 같아요.
건강검진 때 변화가 있다면 정밀 검사를 해보실 수 있으니까요ㅎㅎ
혹은 검사 당시 과로를 하거나 음주를 했으면 변동이 있을 수 있어요^^

중독은 아니지만.. 역시나 음주는 몸에 좋진않네요 ㅋㅋ 그런데 술을 너무 못마시는것도 나름 스트레스네요 ㅠㅠ

술이 참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주죠
많이 먹어도 문제, 못 먹어도 문제 ㅜㅜ

술을 좋아했어요...아니 그보다 사람을 좋아했지요.
남자들 사이에서 술은 사교생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건강을 잃고나니...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술을 안 먹으려 노력하고 있고, 술친구들과의 관계도 많이 정리했지만... 여전히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가끔 먹곤 합니다.
그게 때론 너무 괴롭네요. ㅎㅎ

저도 사회생활하면서 원하지 않게 과음을 하곤 하는데, 매번 줄여야지 생각하는데 어렵습니다 ㅎ

저도 예전엔 한 달에 한두 잔만 마셨지만 요즘 칵테일에 빠지면서 자꾸 이것저것 만들어 마시고 싶은 욕구가 드는데 그래도 참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안 생기니 아직 괜찮은 거군요.
술 끊는 약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는데 재밌네요.

네 일상생활,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냐 없냐가 중요해요. 즐기는 정도로 오래 유지해야죠 ㅎㅎ

혹시 NP 닥터이신가요..?? 혹시 아니실지라도 반갑군요 ㅋㅋㅋ

안녕하세요. NP선생님이신가봐요 ㅎㅎ 저는 아직 GP입니다 ㅎㅎ 공보의..로 지내고 있어요 ㅎㅎ
반갑습니다 ! ^^

저도 반갑습니다 ㅎㅎ 여기 있는 의사들은 100퍼 공보의일겁니다 ㅜ 저 포함해서요

그럴거같긴합니다ㅎㅎ 글 잘 받아보겠습니다 ㅎㅎㅎ

애주가인 저에게 흥미..두려운 글입니다 ㅎㅎ 자주 보러 올게요

ㅎㅎ고맙습니다 적당한 정도로 즐겨보아요 ㅎㅎ

역시 음주에 있어서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저는 하루 1캔맥이 빠지면 하루가 마무리가 안되는 느낌이라 ㅎㅎ 좀 줄여하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