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법

in #kr-startup7 years ago (edited)

(이 글은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초기 스타트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입에 달고 사는 얘기가 있다
"혹시 괜찮은 개발자 있냐?"

나와 제대로 된 면식 한 번 없는 분임에도, 염치 불구하고 본인이 창업을 준비하신다며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십중팔구 본인의 회사에 개발자로 와 달라, 그게 어려우면 다른 개발자라도 좀 소개시켜 달라는 얘기다.
그럴 때 마다 수소문을 해서 연결해 드리려고 하지만, 애초에 그게 쉽다면 내게까지 연락이 왔겠는가.
요즈음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구하기란 정말 어렵다.

개발자를 구하는 법이라고 제목은 써놨지만, 사실 개발자를 빨리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니, 있기야 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란 것은 임시방편 식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수완을 발휘해 개발자를 뽑았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게 '어떻게든 빨리' 데려온 개발자가 그 회사와 궁합이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신과 회사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개발자는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기 마련이다.

단순히 떠나다 뿐인가. 그 과정에서 회사에 입히는 손해와, 나간 후에도 개발자의 입을 통해 퍼지는, 회사에 대한 좋지 못한 (때로는 왜곡된) 소문들은 회사의 이미지를 망친다. 그런 회사가 개발자를 뽑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이따금씩, '내가 개발자라도 우리 회사엔 안 올 것 같아.'란 말씀을 하시는 대표님들이 있다.
그러한 문제 인식은 곧 해결의 실마리나 다름없다. 먼저 우리 회사를 개발자가 일하고 싶은 환경으로 만든다면 개발자들은 서로 오려고 할 것이며 자기 주변의 개발자들까지 데리고 올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을까?
당연히 '유명하고 돈 많이 주는 회사'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스타트업은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많이 줄 수 없다.
그럼 개발자를 뽑지 말라는 소리인가?
거기에 대한 나의 답은 '네, 뽑지 마세요'다.
(What? 장난해?)

1. 개발자 없이 비즈니스를 성공시켜라


어떤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구한다고 하길래, 개발자가 왜 필요하냐고 물어 보았다.

"개발자가 있어야 투자 받기가 쉽다던데요?"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뭔가 앞뒤가 바뀐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는 투자 확률을 높이기 위한 아이템이 아니다.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시중에 있는 간단한 툴을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해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린 스타트업’은 개발하기 전에 작은 성공을 해 보는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구글 드라이브 등을 이용해서도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개발자가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개발자를 구하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비즈니스에 집중해서 작은 성공을 먼저 경험해보자.

2. 외주를 맡겨서 실패를 경험하라.


물론 외주를 맡겨서 성공을 하면 더 좋다. 하지만 '처음 스타트업을 해본다면 + 처음 외주를 맡겨본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하라는 제목을 달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외주를 맡기면 안좋다던데?’
맞다. 외주를 맡기는 건 불편한 일이고 사내 개발자(In-house Developer)가 있으면 당연히 편하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가 있는데,
'외주로 진행하면 망할 일이지만 인하우스 개발자가 있으면 성공할것이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성공할 비즈니스라면 외주로 만들어도 성공하게 되어있다.
차라리 먼저 외주로 서비스를 만들고 성과를 낸 다음에 개발자를 구하러 다니자.
외주 개발자와 케미가 잘 맞는다면 그 사람을 우리 회사로 영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외주를 맡기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도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런 경험도 없이 덜컥 개발자를 뽑아버리면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개발자 구하는 게 어려운데, 그럼 외주 개발자는 어디서 구하라고?"

외주는, 모든 기능을 최소화하고 비즈니스의 핵심만 구현한 간단한 외주를 '내 생각보다 비싼 단가’로 책정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주변 개발자에게 한번 검토를 받는 걸 추천한다)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주 개발자를 구할 수 없다면 그건 심각한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외주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글로 정리해 보겠다.

3. 직접 개발을 배워서 개발하라.


1번에서 언급한 진정한 ‘린 스타트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페이스북 그룹, 구글 드라이브, 캘린더, 행아웃을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고, 많은 업무를 자동화 하고 계셨다.

그렇게 개발없이 쓰는 툴(Tool) 사용에 한계가 찾아오자, 그 스타트업의 대표님은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배우면서 서비스를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받은 나는 그 회사에 가서 공짜로 개발을 해드렸고, 우리는 첫번째 버전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표가 직접 개발을 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거기서 작은 성과라도 낸다면 개발자를 구하는 일은 좀 더 수월해 진다.

그리고 개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대표 밑에서 일하고 싶은 개발자는 절대 없다.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보는 것은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경험이다. 물론 그걸 위해 비싼 프로그래밍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왠만하면 저렴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독학하자.

4. 개발자가 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라.


이 글의 제목인 '개발자를 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겠다.
사실 개발자를 구하려면, 개발자에게 내가(회사가)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이 없으면 지금 회사에 있는 개발자도 조만간 나가버릴 것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면 개발자들이 오고 싶어할까?

4-1.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사람(팀)이 되자.

이건 개발자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적인 호감, 열정, 비전, 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오픈하고,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개발자를 포함해 좋은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될 것이다.

4-2.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팀)이 되자.

개발자들은 개발자가 없는 회사는 일단 경계한다. 개발자와 비개발자는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를 포함한 팀원들 모두, 개발자와 일하는 경험을 최대한 만들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자.

4-3. 개발자에게 명확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회사)이 되자.

구체적인 플랜은 없는데 개발자가 와서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개발자를 마법의 은탄환(Silver bullet) 이라고 생각하고 뽑았다가 나중에 서로 실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개발자에게 역할과 권한을 잘 분배할 수 있는 회사가 개발자에게 좋은 회사이다.

4-4. 서로의 니즈가 맞아야 한다.

개발자는 연차나, 본인이 경험한 일에 따라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있다.

3년 이하 경력의 주니어 개발자라면 자신이 배우고 싶은 시니어 개발자가 있는지. 자신의 첫 직장으로서 만족할만한 네임벨류와 연봉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직 시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력 3년이상 10년 이하의 개발자는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회사인가?' 혹은 '한번 쯤 미친 척 하고 공동창업을 해볼 만한 팀(혹은 사업 아이템)인가?’를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표가 제시하는 비전이 명확한 경우에 끌리게 되어있다.

10년 이상의 시니어 개발자라면 (나도 시니어 개발자가 아니지만)
자신의 경력을 100%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 /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지 / 얼마나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안정적인 회사인지를 본다.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시니어 개발자분를 데려오는 게 제일 어렵다. 스타트업에는 돈, 인력, 시스템,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에는 지분을 주는 게 하나의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지분은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지분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글로 쓰도록 하겠다.)

그리고 요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구한다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개발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CTO를 구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하려면 본인이 뛰어난 개발자이거나, 뛰어난 개발 팀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니즈가 맞고, 핏(사용하는 기술 스택, 사람의 성격 등 다양한 요소의 종합)이 서로 맞아서, 개발자가 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하다면, 개발자가 오고 싶은 회사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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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해있는 삼성동 Wework


이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당연한 소리'를 여기에서 다시 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당연한 얘기일 수록 실제로 하는 건 더 어려운 법이다.

위의 모든 얘기는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언젠가 한번쯤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한 내용들이다. 또한 이렇게 내 생각을 나눔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보고 싶다.

스팀잇 가입 일주일차 뉴비 @mymy입니다. 스타트업&개발&디자인 관련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댓글, 팔로우, 리스팀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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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당장 대가를 지불 할 수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서 스톡옵션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지급하는 방식은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알고있습니다.
그 문제점에 대해서 기대가 됩니다^^ 다음 포스팅 기대하고있습니다.

스톡옵션, 그리고 지분의 허와 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답니다. 다음에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팔로우했습니다 :)

스타트업이 아닌데도 사람 구하기는 힘든것 같습니다. 리스팀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을 데려오려면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쓰고보니 연애와 비슷한 부분이 있네요^^

초보 개발자 입장인 제가 봐도 좋은 글이네요 ㅎ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개발자에 대한 인식 변화도 있었으면 해요..특히 개발 일정 & 인센티브..

저도 뉴비인데 팔로우 하고 갈게요 .,.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ㅎㅎ 그래도 요즘은 개발자 중심의 회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많이 소통합시다!!

크헙 저도 스타트업을 생각하고있습니다. 다만 능력이 없는걸 깨닫고 힘이 많이떨어지고 있어요. 저는 의뢰인과 변호인을 이어주는 ㅂ법률중개서비스 플랫폼을 기획햇는데, 다른건 몰라도 전문직 분야다 보니 린하게 스타트하기도 어렵더군요.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생각하는대로 살자 라이프인사이트입니다. 제블로그에도 놀러와주세요. 500스파 이벤트 댓글보고 놀러왔어요~~
https://steemit.com/kr-business/@dipaliya/5g-2

새로운 스타트업은 언제나 응원합니다^^ 멀리서라도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팔로우 했어요!

어려운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내시는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팔로우 했습니다. 저도 뉴비인데 많이 소통합시다ㅎㅎ

좋은 글입니다. 개발자가 끌리는 조직을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긴, 스타트업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최소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장점이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어떤 회사는 참 가고싶은 회사가 있더군요. 의료 엔지니어이신가요? 팔로우 했습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이런 분야에 대해 생소한 저에게도 쉽게 읽히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더 쉽고 재밌는 글 많이 올리겠습니다. 팔로우 했어요 :)

저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전산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스팀프렌드라는 걸 만들고 계시는군요! 팔로우 했습니다!!

개발자뿐만아니라 어디든 좋은 사람을 구하는건 어려운일이지요 ㅠ

그렇죠 ㅠ 누구나 좋은 사람을 찾을테니까요... 팔로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