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65 철학과 졸업생의 로망 - 아테네·나폴리·로마 2: 갑을 관계
제가 바르셀로나로 가는 여정을 기다린 피우미치노 공항 2 터미널은 창에 시트지를 발라 놨습니다. 어릴 적 살던 아파트 발코니 창에 아버지가 발랐던 시트지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하얀색 직사각형이 틈을 두고 사방으로 계속 이어져 있는 모양인데 사각형 사이는 투명해서 활주로 위로 새가 날아다니는 게 보입니다. 가끔 새가 비행기 엔진에 빨려가서 사고가 나기도 하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어요. 차라리 활주로가 안 보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승객의 시선을 공항 직원이 의식한다면 보이지 않을 때 대충 하던 것도 좀 더 신경 쓰려 할 겁니다. 그렇다고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거나 하나 트집 잡아서 공항 직원을 겁박할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요. 사람은 늘 실수하는데 모든 일에 하나하나 지적이 들어오면 일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겁니다. 공항에서 치명적인 위험을 숨기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지요. 사고가 나면 승객은 목숨 건지기 힘들고 공항도 영업에 문제가 생깁니다. 숨김없는 환경을 만드는 건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니 서로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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