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After TOON) 마스터 키튼(Master Keaton), 계속해서 꿈을 꾼다는 것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우라사와 나오키(浦沢直樹)의 작품 중
<마스터 키튼(Master Keaton)>을 가장 좋아합니다.

해당 작품은 <해피(HAPPY!)>처럼 아기자기하지도 않고,
<몬스터(Monster)>나 <20세기 소년(20th century boy)> 같은
서스펜스도 없습니다.

제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좌절된 꿈에 대응하는 주인공의 자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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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이치 키튼. 만렙 역덕후.
헐렁하게 생겼지만 알고보면 먼치킨 능력자

역사와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옥스포드 출신의 고고학자, 다이치 키튼은
이루고자 하는 꿈이 뚜렷함에도
현실의 벽 앞에 번번히 무너집니다.

그는 언젠가 도나우강 지역을 발굴해
도나우강 문명 발원설을 증명하길 꿈꾸지만,
그에겐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토대도, 학술적 지원도 없습니다.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서바이벌 교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로이즈(Lloyd's)의 보험조사원으로 활약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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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SAS 출신 서바이벌 전문가가 아예 없다면 또 모를까
(뱀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본 작품은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내러티브의 흡입력이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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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젓개와 스카치테이프로 투석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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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것저것 뒤섞으면 사제 폭탄 수준의 무언가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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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맥가이버가 용오처럼 일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는 것은
모든 에피소드에 걸쳐 꾸준히 등장하는
누군가의 꿈에 대한 작가의 접근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 도전해야 할 과제라는 메시지가
과하지 않게, 하지만 진지하게 전달되는 느낌이랄까요.

작품의 마지막,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발굴 작업에 착수하는
키튼의 모습은 사뭇 감동스럽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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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 강을 바라보며 유유히 삽을 뜨는 키튼의 뒷모습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현실의 벽에 부딪칩니다.

박지성을 꿈꾸던 소년은
축구 선수의 생명이 짧다는 이유로
남들과 똑같은 타이를 메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제2의 송강호가 되겠다던 청년은
대학로 길거리의 차가운 칼바람 앞에서
조용히 분장을 지우게 되지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충돌하는 와중에
'내가 잘하는 일'은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간혹 내가 전혀 흥미를 못 느끼는 일에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얼마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지요.

재능과 희망의 비대칭성은 늘 삶을 가혹하게 몰아 세웁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꿈꾸는 걸 멈출 필요는 없겠지요.

정말 원하는 꿈이 있다면,
언젠가 그 꿈에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그런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직 젊다면,
최소한 아직 젊다고 느낀다면
주어진 현실과 꿈꾸는 이상 사이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가며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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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데, 너무 정성스럽고 좋은 리뷰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년기에 이 만화를 읽고, 영국 SAS 외국인 입대 방법을 찾아볼 정도였죠. 그 이후에도 계속 특수부대나 요원에 대한 꿈을 꾸게 해주었던 작품입니다. 비록 저도 제 꿈대로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키튼이 삽을 뜨는 마지막 장면을 인용하신 부분에서 먹먹한 위로가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나오키의 작품 대부분이 좋긴 하지만, 이건 참 좌절된 꿈을 가진 직장인들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만화죠. 감사합니다.

이 작품 때문에 한동안 보험회사 언더라이터가 참 격한 직업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참 현실적인 직업 설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