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conomist] 욜로(YOLO)냐 골로냐
‘욜로’는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한 번 사는 인생, 역사에 큰 획을 하나 남기고 가자”
“한 번 사는 인생,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즐기며 살자”
“한 번 사는 인생, 하루살이처럼 하루 벌고 하루 살자”
이렇듯 ‘한 번 사는 인생’ 뒤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많다.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욜로족에 대한 시선 또한 다양하다.
오늘의 요행보다는 미래를 위해 희생했던 기성세대들에게, 미래를 위한 현실의 인내와 준비보다는 당장의 현실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행동이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라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와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겪게 될 경제적인 어려움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섞여 있다. 이는 국가 경제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존립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더 크다. 하지만 머리 아픈 경제 이야기는 여기서는 차치하도록 하자.
그런데 욜로를 꼭 낭비적인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을 국가적 낭비라고 하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짜 낭비는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억지로 고용하는 것이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다. 오히려 여행이든, 만남이든, 휴식이든, 깊은 자아성찰을 통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면서 다음 도약을 위한 재정비에 투자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과거는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고 미래는 이후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존재하는 것’은 현재 밖에 없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인생관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가식 없이 들여다보는 과정은 정말 멋진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어느 한편으로는 욜로족이며, 만약 아니라면 욜로족이고 싶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국에만 들어오면 본래의 취지와 의미가 변질된다. 욜로 또한 그렇다. 최근 들어 많은 욜로족들이 생겨난 사회경제학적 원인이 무수히도 많지만, 그 핑계로 밑 빠진 독에 허겁지겁 물 채우기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솔직해져보자.
그래서 더 행복해졌는지
그래서 그 텅 빈 마음이 꽉 찬 마음으로 바뀌었는지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 갈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는지
가짜 인생을 살면서 좋아요와 댓글이 줄어들 때쯤 또 다른 도피를 계획하고 있진 않는지
소모적인 일회성 도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진 않는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조급해하진 않는지
대부분 많이 해당될 거다. 하지만 알면서도 하게 된다. 원래 도피는 마약 같은 거니까.
사실 욜로든 아니든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서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진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는 취지에서는 적극 찬성이지만, 현실도피와 과도한 소비를 목적으로 욜로족을 자처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가치에 대한 생각과 판단은 자유지만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느끼고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인생에 간섭하여 훈수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욜로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가치에 맞게 살아갈 뿐이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욜로라고 해서 모두 낭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강조한 것처럼, 무분별한 소비 습관과 충동적인 생활 패턴을 경계한다면 조금 더 멋진 욜로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