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이야기 4. 매개어는 영어.
나는 한국인 치고 영어를 잘 하는 편이다.
1. 학교,학원에서 가르쳐준 영문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열등생이었기 때문에
2. 공학 전공이었던 20대 초반에 수학은 도저히 못하겠으니 영어라도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3. 문학을 좋아하는 데 워낙 수입문학이 많다보니 영문을 읽어야 했기 때문에
4. 결국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꿨기 때문에
5. 유튜브 덕분에
6. 영어 공부를 좋아했기 떄문
이 여자는 미국인 치고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1. 6주간 하루 다섯 시간씩 한국어 수업이 있었던 연수 덕분에,
2. 원래 전공이 언어학인 덕분에, 무려 힐러리 클린턴이 나온 그 대학에서 ;
3. 중국계다보니 이미 한국어와 연관있는 중국어가 유창한 덕분에,
4.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잘하는 덕분에
5.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6. 그냥 원래 머리가 좋다. 느낄 수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지. 3개 국어 하는 사람이 하나 더 배우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유가 참 많네; 아무튼 한국말을 잘한다. 가끔 나보다 잘 하는 것 같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든 영어로 대화를 하든 아무튼 대화의 주도는 늘 여자가 한다. 적어도 이번 연애에서는.
이런 이유로 대화를 주로 한국말로 한다. 어차피 내가 대화의 주도권이 없는거 상대적으로 나한테 편한 말을 해야 그나마 대답이라도 잘 할 수 있으니까.
아, 대화의 주도권이 없다는 건 내가 불공평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내가 주도권을 쥐지 않아도 된단 뜻이다.
요즘은 남자가 말이 많으면 가르치려드는 한남충이 된다.
상대적으로 나같은 사람이 살기 편한 시대다.
생각 없는 사람에게 공감이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자기 의견이랍시고 싸움만 일으킬 소리 하는 것 보단,
그런가? 그래? 아, 그러네. 이 정도만 하면 된다.
과유불급이란 말의 원래 뜻은,
지나침은 없는만 못하다가 아니라
지나침은 없음과 같다는 뜻이지만,
난 사람들이 전자로 오역을 하는 데 그만한 시대적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내가 깊은 이야기를 할 땐 영어를 쓰고
여자가 깊은 이야기를 할 때도 영어를 쓴다.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알 필요 없고 그냥 따라가면 된다.
강아지는 주인만 알아보면 되지 주인을 가르칠만큼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으니까.
유학와서 개고생해봐야 영어가 느는법
못해도 돼 연애만 잘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