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詩는 ?
이런 詩는 ?
개인의 불완전함, 그리고 연대와 협력
시詩가, 왜 필요해? ❞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각자 내부에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 내부의문제를 꺼내들고, 상대와 마주 앉아 이를 담론화하지 않는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몫으로 남고, 연대와 협력은 사회적인 문제들에 국한된다.
여기서 우리는 문학, 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이 홀로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믿어왔던 것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대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정(事情)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세계에서 개인은 모인다. 이렇게 개인의 사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결여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결여를 드러내는 특별한 세계. 문학은 좀처럼 삶의 완전함을 노래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짧은 시 한 편을 가져왔다. 다음은 최승자 시인의 <이런 詩는>(『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 지성사, 2016)이다.
- 시(詩)와 개인의 불완전함
시는 우리에게 완전함을 요구하거나, 완전함만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시는 이런 데 좋고, 저런 시는 저런 데 좋’다 말할 뿐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이런 데 좋고, 저런 데 좋은 것은 완전하지 않은 것이다.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불완전함'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시를 읽는 독자는 완전하지 않음이 삶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임을 안다. 자신이 겪는 불완전함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임을 안다. 이윽고 개인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개인은 타인의 불완전함 역시 받아들이게 된다.
- 불완전한 개인의 연대와 협력
이렇게 불완전한 개인이 모여, 자신의 타인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게 되면 연대와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이때 연대와 협력 역시 완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개인이 서로의 결여를 채우며 돕는 것 자체가 연대와 협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런 데 좋고 저런 데 좋’은 개인이 모이면 삶의 여기저기가 아름답다. 결국 삶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시의 본질은 우리로 하여금 연대와 협력을 가능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불완전한 개인들의 모임을 전제로 하는 연대와 협력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놓인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어느새 '사람들의 온갖 마음들은 그저 구름처럼 스쳐 지나가'게 된다.
(단 이때, 구름처럼 지나가는 마음들은 도피와 구별된다. 도피는 오히려 개인을 문제 상황에 묶어 두는 것으로, 몸은 자유롭지만 마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문제는 축적될 뿐이다. )
이렇게 개인은 이 시, 저 시를 넘나들며 자신의 불완전함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을 경험한다. 서로의 문제를 불완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진정한 위로를 경험한 개인은 비로소 과거와 현재,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난다.
❛ 과거와 현재를 풀어주고, 그리하여 미래를 풀어주 ❜는 것, 이것이 바로 詩를 포함한 문학이 우리 삶에 주는 효용이 아닐까?
시를 읽는 것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냐는 물음에 답하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시'를 언급했지만,
사실 이 글에 나타난 '시'의 효용은 결국 문학에 속하는 모든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장에 나가는 것도 연대와 협력의 방법이지만,
문학을 통해서도 연대와 협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연대와 협력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를 풀어주고, 미래를 풀어주는 힘이 됩니다.
얼마 전 뵈었던 은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불완전한 삶의 모습들은 결국 인간의 완전한 모습 그 자체인 것 같구나.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붙여, 앞으로는 종종 말랑말랑하고 짧은 단상 위주로 글을 작성해 볼까도 하는데.. 괜찮을까요?
공들여 쓰신 글 잘읽었습니다!
말랑말랑하고 짧은 단상 위주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최승자 시인은 어떻게 '이런 시'를 쓸까요? 후덜덜
지금 제 마음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구름'처럼 흘러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풀어져있을까요?
좋은 글 감사하고, 말랑말랑한 글! 원합니다!
최승자 시인은 아주 예리한 눈을 지닌 시인 중 한 분이시죠. 덜덜합니다. ㅎㅎ 시를 함께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말랑말랑 짧은 단상을 담은 글 격하게 환영합니다 :)
말랑말랑한 글을 게시할 용기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