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날이 더우니 몸이 참 괴롭다.
알레르기는 더 예민해지고
에어컨을 켜자니 두통에 배도 사르르 아프고
차라리 푹푹찌는 뜨거운 바람을 맞고 앉아있다.
쓸모없다 말하는 이들 덕분에
참 변두리로 인생을 빙빙 돌아왔다.
청바지 장사를 할뻔 하고
좁디 좁은 사무실에서 기계처럼 일하다 기계가 될뻔하고
꿈과 희망에 팔려 인당수에 빠질뻔도 하고
나를 위해주는 척 온 정신을 빼놓는 불 속에 타들어갈 뻔도 하고
빙빙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작게 글을 쓰고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살짝 산책을 나가는 것이 나의 행복인데
나를 쓸모없다 말하는 이들덕분에
참 많이도 뺑 돌아왔다.
아름다웠다 나는.
지난 궤도에서도.
내가 할 최선을 다했었다.
뺨을 날리고 싶은 녀석도 꼬옥 안아주고 도시락을 싸주었다.
작은 소망을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
바람이 듣고
구름에게 전해주고
하늘에 있는 신에게 전해준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신은 내 기도를 듣고 있다.
그리고 큰 구름을 보내준다.
우리의 휴가가 시원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