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메세지의 이해
이준석이 두 번이나 자리를 내려놓는 걸 보고, 첫번째는 훌륭했지만 두번 연속 그러는 걸 감정적이라고 판단한 건 내가 수가 낮아서 그런 것 같고, 며칠 간 생각해보니 이준석 행동의 이유를 알 것 같다. 냉정하고 합리적 판단에서 나온 수다.
이준석은 윤석열이 대통령 감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낙선하거나 혹은 당선되더라도 역대급 암군이 될 것이라 확신한 듯 싶다.
대통령 감이 아닌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봤자 좋은 평가가 따라오지도 않을 것이니 한 발 물러서는 게 낫고, 만약 같이 선거 운동을 하다 낙선이 되면 당 대표도 내려놓아야 하니까 지금부터 선을 두는 게 아닐까 싶다. 더 늦게 그만두면 낙선에 기여하는 바도 더 커진다. 지금 그가 말한 것처럼 윤석열이 낙선한다면 이준석에 대한 비난도 분명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후보다. 어차피 이준석이나 홍준표 지지자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윤석열이나 윤핵관에게 돌리지 이준석에게 돌리지 않는다.
또라이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보았어도 매력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 그렇게 주류 언론에서 힐러리를 띄워줬고 트럼프 인격 수준이 완전 이하였다고 해도 결국 골수 지지자들을 등에 엎은 트럼프가 당선된 것과 같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은 클 지 모르지만 후보 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어렵다.
나이 든 세대들은, 2030세대가 문재인과 민주당을 싫어한다고, 이승만 만세, 하나님 만세, 동성애 반대, 북핵 반대 이런 구호를 외치며 함께 태극기를 들 것이라는 생각은 영원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대단히 착각한 것 같고, 지금 윤석열과 윤핵관이 박근혜와 문고리 3인방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선거의 판세는 이재명 쪽으로 상당히 쏠려있다. 정권 교체를 희망했다면 홍준표를 뽑았어야 했다. 꼰대들답게 훌륭한 꼰대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것은 아닐까.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그냥 집에서 손주나 보면서 조용히 투표권이나 행사하는 것이 옳다. 근데 박근혜까지 사면된 마당에 그럴지 모르겠다. 왜 이 참에 교도소 앞에서 태극기나 좀 더 흔들지 그러냐.
누군가가 쓴 이재명이 당선되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글이 있는데, 공감하는 부분도,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다만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기본소득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도 하는 그런 점 등 그 "기회주의적인 면"을 높게 사고 싶다. 측근들 데리고 좀 헤쳐먹을지는 모르지만 기회주의자라는 건 그래도 합리적이고 말이 통한다는 것이고, 사실 성남 시장으로서 그의 업적은 그가 전혀 기획하지 않은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었고 대장동 같은 잡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여하간 그는 중요 수도권 시장으로 오랜 기간 있었다. 내가 보았을 때는 이재명이 당선되어서 이념에 미쳐 차베즈처럼 반미를 외치다가 나라가 거덜날 가능성보다, 윤석열이 당선되어 철 없이 북진통일을 주장할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 가끔 판결이나 수사를 받아보면, 법리에는 밝지만 세상물정에 대한 이해가 비상식적으로 떨어지고 조직 논리에만 순응하는 판검사들이 있는데 윤석열한테 그 모습이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 정권의 실정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와 상벌도, 같은 당의 다른 주류 사람이 더 구애됨 없이 잘할 수도 있다. 윤석열이 집권해서 복수를 한다면 사람들은 거기서 우파적 이념의 재현과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볼 것이고 그것은 국민 통합에 더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은 같은 당 사람이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 부분에 대해서는 차라리 그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여하간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고 내 예상은 잘 틀리지만 , 냉정하게 말해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차리리 조금 헤쳐먹더라도 시장자본주의와 수출 드라이브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지 않기만을 바란다. 2030세대가 보수화되고 그들이 정부의 정책을 혐오하는 것은, 4050세대의 속편한 이상주의와 평등논리가 도리어 사회적 불평등을 더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복잡한 입시제도, 부동산, 젠더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사건들을 여러 건 다루어본 변호사로서 평가하면 자칭 민주적이라는 이 세력들이 만들어낸 정책은 젊은 세대에게 호환 마마 같은 재앙과 같다. 그래도 사회 경험이 많은 이재명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한 번만 더 숙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