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니콘이 되는가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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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게도 성공한 사람을 몇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대충 좋은 대학 나와서 연봉 1억 정도 받고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이 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지인들의 평균치 정도다.

사놓은 암호화폐나 부동산이 올라서 자산가치가 20, 30억 원이 되는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힘들게 이렇게 일구어 놓고 나 중산층이요, 나 상류층이요 이러고 살지 모른다만 사실 이 정도 재산이 있어도 생각보다 남들과 다르게 살지 않는다. 성실했다는 증거는 될 수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자기 회사를 상장시키거나,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군나 알 수 있는 성과를 낸 사람을 지근거리에서 몇 차례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언제인가 그들을 관찰하며 느낀 바를 쓸 생각이었다.

바로 누가 유니콘이 되는가.

소위 사업을 해서 최정점에 올라가는 부류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다.

1. 그들은 긍정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더라



오해할까봐 미리 한 마디 적으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어둡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또한 방만하다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은 후술.

시중에 꾸준히 팔리는 두 가지 부류의 책이 있다.

긍정적이면 이루어진다는 류의 이야기가 첫번째이고, 이렇게 저렇게 길을 만들어 너를 바꾸어보라는 자기계발서 류의 이야기가 두번째다. 사람들에게 그런 책이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1년에도 수백만권 씩. 그런데 역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대중에게 가장 잘 어필하는 부류의 책이라면, 그리고 그런 책을 열심히 사서 읽는 사람 중 성공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면, 실은 평범에서 벗어나 뿔과 날개가 달린 유니콘이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아닐까?

나는 학창 시절 책상에 "나는 할 수 있다." 소위 아이캔두 유캔두 같은 표여를 붙이는 데 시간을 쏟는 사람이 정말 좋은 대학을 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뱀발이지만 내 친구 중 제일 좋은 대학의 제일 좋은 과를 간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기 목표가 인서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부정적이었지만 반에서 1등 정도 하던 그 녀석의 점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톱클래스였다.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이켜보면 데뷔 1년 차 신인왕을 포함해 상을 싹쓰리 하고도 다음 시즌 자기 목표가 '레귤러'라고 말했던 이치로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회사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연 단위 미래의 세부적 매출 증액과 어떤 특정 목표를 장황하게 적어놓은 사람이 실제 그걸 이루는 걸 본 적도 없다. 이건 꽤 많은 경험이라, 정말 솔직히 말하면 스타트업 초기에 회사에 이런 걸 적어놓는 사람이 있으면 법률 비용을 무조건 선불로 받는다. 파산하면 떼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런 웅장한 목표를 예쁘게 적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회사가 있다. 내가 다녔고, 지금 매년이 나빠지고 있다는 L그룹이다(잘 나가던 선대 때는 안 그랬고, 화려함을 버리고 실리를 취한다는 거화취실이 회사 목표였다). 반면 늘 승승장구하는 삼성은 매년이 어렵고, 우리 곧 망한다고 말한다.

그런 표어를 적는 시간도 아껴서 일해야한다는 꼰대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평소 7시간에서 8시간은 자야 하고, 4시간만 자고도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라는 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굴의 캔두 회장인 정주영의 격언이다. 하루에 8시간 씩은 잠을 자는 데 써야 하는데 하루 정도 잠을 줄이고 그런 거 쓴다고 건강이나 사업에 문제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내 생각에 그런 긍정적 목표 같은 데에 천착하는 것 자체가 자기 인식을 왜곡하고 매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광신적으로 돌격하려면 내가 총 맞아 죽는다고 해도 그 뒤에 신에게 보상 받을 거라는 그런 믿음이 도움이 되겠지만, 비즈니스는 몇 시간이나 몇 년 최면을 걸어 평범을 초과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전선에 나가 총을 맞을 각오를 하고 덤벼드는 졸병이 아니라 비굴하더라도 일단 생존을 해야 하는 지휘관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비관적이었던 사람들의 생존율이, 곧 상황이 끝나고 풀려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의 생존율보다 높았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생존, 그러기 위해서는 쏟아지는 물살 위에서 계속 헤엄칠 수 있는 꾸준한 끈기가 제일 중요한데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보통 내 사람, 내년, 내 직원, 내 아이디어에 반응 등 그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다. 그래서 실망도 쉽게 하고 끈덕지게 잘 못한다.

차라리 다른 분야라면, 예를 들면 정치나 예술 같은 분야라면, 내가 최고라는 나르시즘이 생각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낸 독재자들은 대부분 자기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주변 사람들을 감응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에게 확신과 열망을 주는 것이 키포인트라는 점에서, 정치와 비즈니스에는 공통점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5년, 10년, 20년 정도 반짝하고 사라진 회사가 수 없이 많고 그런 회사를 도리어 '실패한 회사'로 기억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비즈니스는 다르다. 나르시스트 독재자가 정권을 잡는 경우는 많지만 그들의 정권은 대부분 비극적으로 끝난다(비극으로 끝나지 않던 몇 안 되던 독재자들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던 스탈린은 폭압적이었을지는 모르나 나르시스트는 아니었다).

비즈니스는 길다. 그게 가업이 되고 승계가 될 경우 그것은 사람의 목숨보다도 훨씬 길어지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라 길게 안 쓴다만, 또한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사람은 상존하는 리스크를 묵살하려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로 미래의 목적이 구체적이면 시야가 닫혀 현상에 대한 대처를 잘못한다.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전쟁이다. '첫 포성이 울리는 순간 지금까지 세워놓은 계획은 휴지가 된다.' 이 말은 역사적으로 전쟁 잘 하기로 유명한 프로이센 육군 교범에 적힌 말이다. 그래서 사업계획이나 미래의 스텝은 신중하되 구체적이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하는 것은 매달 정기적인 월급이 나오고 변수가 적어 얼마 정도 적금을 들면 미래에 안정적인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을 하면 수많은 변수에 노출되게 된다.

다이소가 물건을 천 원 단위로 파는 것은 그 초대 회장이 분석 결과 곧 망할 것이니 몇백원 씩 가격을 붙여 마진을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지 말고 대충 천 원 단위로 붙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망할 것이다라는 예측과 그러니 힘들어서 그만두고 지금 술이나 마시러 갈란다는 동의어가 아니다. 나는 그를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내가 보아온 사람들에 비추어 직관적으로 그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긍정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

2. 그들은 정말 즐기더라



즐기면서 일하고 성장하는 게 허구 같다고? 세번째 목차에서 적을 생각이지만 애당초 그릇 차이일 뿐이다.

예전에 친구와, 만약 한 개인의 일생이 국가와 같다면 그 개인에게 가장 맞는 정치 시스템은 파시즘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 그때 지적했던 것처럼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재능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일류들이 자기 목숨을 걸고 부딪히는 경쟁에서 그걸 웃으며 즐기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자신은 농구가 하기 싫었지만 성공하기 위해 죽도록 했다고 말한 서장훈은 저 격언을 가장 혐오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도 맞다.

젊은 시절, 5년, 10년은 즐기는 것보다 노력이 우선일 수 있다. 유명한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던가, 고시를 붙기 위해서라던가 등등. 하지만 사업은 그런 것들과 다른 게 일단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분야의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수십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성공해도 망했다는 이야기도 또 잘 들린다. 즉 매우 긴 길이라는 것이다. 그 길은 가벼워야 오래 걸을 수 있다.

가식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본 성공한 사람들, 재벌에 준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과 달리 대부분 소탈했다. 설령 10억 원짜리 시계를 차고 있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이 그걸 차도 아무 상관 없는 부자이고 개인 취향이니 뭐라고 할 수 없는 거다. 그들은 허리 띠 졸라 매서 몇 살에 집 사고, 월급 모아서 어느 백 사서 어디 들고 가야지, 내지는 아 내가 사업 성공해서 EXIT 한 번 제대로 하면 어디 뭐 예쁜 연예인들이랑 매달 술 마시고 어디에 큰 저택을 지어야지, 이런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욕망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물욕도 있고 성욕도 있으며, 도리어 남들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창업 1세대들은 애초에 어떤 사회적인 계층 의식이나 남이 보는 나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남들에게 드러내야 하는 미래나 욕망이 없고 막연한 환상도 없다. 그렇기에 보통 자아도 가볍다. 자기의 신념이나 욕망에 집중하기보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듣는다.

그래서 대중의 니드를 빨리 읽는다. 자기 계획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욕망을 읽는다. 다른 사람도 미처 모르는 그 욕망을 자기가 캐치해내고 그걸 현실화시킨다. 간혹 성공한 창업가들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뭔가 추진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거나 종전의 성공에 도취된 헛똑똑이들의 말을 무시했다는 것이고, 비즈니스란 결국 다수가 자신의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본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어린 아이 같은 열정과 호기심이 있었다.

3. 누가 성공할지는 보통 정해져 있다



내가 어떤 유튜브에 게스트로 초빙 받아 저 주제에 대해 설명했더니 그가 "그렇다면 누가 성공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서문에, 가장 잘 팔리는 책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책과, 변화를 독려하는 자기 계발서라고 말한 바 있는데 전자는 실컷 깠으니 이제 후자를 까고자 한다.

내가 보니까 사업은 원래 성공할 사람이 하더라. 동네 몇 평짜리 가게를 수십년을 했다고 방금 회사를 차린 젊은이보다 그에게 특별한 영업 노하우가 있지 않다고는 속으로 다들 생각할텐데,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사람은 통상 변하지 않고 자기 계발서를 오백권을 읽고 해병대 캠프를 3640박 3650일을 갔다와도 마찬가지다.

나는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안다. 그건 각 상황마다 수식어는 좀 다르겠지만 통상, "너 예전보다 멋있게 변했어."

현실에 대한 불만과, 과거의 보상 심리 등등이 결합되어, 사람은 비록 과거에는 자기 자신이 훌륭하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지난 몇 년간, 그리고 지금 그걸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래서 너가 변했으니 지금 너는 훌륭한 사람이고 미래에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사업에 있어서도, 나는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여러 세미나도 나가보고 있고 좋은 글도 여럿 읽었고 나름 노력하였으니 내가 잘될 것이다, 그런 믿음을 내가 가질 수 있게 빨리 나를 축복해달라는 식의 메시지를 들은 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은 그런 말을 듣지 않으면 이 상황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들도 부침도 있었을 테고 시작이 미약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사람은 안 변하고 대부분 그 그릇은 태생부터 정해져있어서, 될놈될이고 안될 놈은 되지 않는다. 대기만성의 진짜 뜻은, 그릇을 크게 키운다는 것이 아니라 각 그릇의 크기는 처음부터 정해져있고 다만 큰 그릇으로 태어난 사람은 이걸 채우는 데 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나마 공부, 운동, 예술은 비록 초일류는 어렵다고 해도 자기 자신과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사업은 운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데, 스피치 학원이나 인간관계론 같은 책을 많이 읽는다면 외형 상 자신감이나 예의는 갖추게 될테니 그도 효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상황마다 다른 각 사람 간의 관계에서 100점은 아니라도 매번 80점 이상의 답을 써내는 것은 교육이나 훈련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험은 꽤 중요하지만 내가 봤을 때 게임 한 판을 하는 것처럼, 그 주기가 짧지 않기에 빨리 깨우쳐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또 이익을 얻었을 때 다른 사람과 어떻게 이것을 나누는지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밑장을 보이지 않고 조직을 추스르는지, 사이즈마다 다르겠지만 사업 악화로 매월 자기 통장에서 몇 억이 빠져나가 는 상황이 지속되어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데, "형님, 월급 같은 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질 때까지 무급으로 다니겠습니다." 이렇게 말해서 그 사람을 믿었다가 나중에 그 사람이 자기를 노동청에 신고할 때 등등 상황에 대한 대처는 실은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원초적 그릇의 문제다. 계속 양보를 하면 호구가 되는거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소인배가 되는건데 거기서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렵고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은 태생적으로 그게 안 된다.

이 분야 베스트이고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창업주 중 한 사람은 한고조 유방이다. 일꾼들을 부리는 정장으로 부역지에 늦게 도착하면 사형인데 심지어 이탈자들까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법이 엄격한 나라에서 유방은 사형이 확정이었다. 나는 그가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반기를 든 것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궁지에 몰렸을 때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은 꼭 그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취할 수 있는 본능이다. 나는 그가 그 상황에서도 도망가거나 유방을 원망하는 이(유방은 잘못한 것이 없다. 단지 지도자라는 이유만으로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행렬을 해산하기 전 속 편하게 술을 진탕 마시고 각자에게 격려를 해준 것에 주목한다. 그건 백번 경험해도 안 되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유방과 대적했던 항우는 지금으로 치면 하버드 MBA를 나온 것과 다름 없는, 초나라 왕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제왕학을 체득했던 인물이다. 사적으로는 항우가 훨씬 정이 많고 인자했다고 한다. 그래도 정몽준이 노무현한테 안 되었던 것처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사람은 원래 쿨할 수 없다. 자기 입으로 나 쿨하다고 말하는 사람 중 쿨한 놈년은 하나도 못봤다. 깨달은 듯 싶어도 사람은 땅에 두 발 딛고 사는 짐승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보았던 사람들은, 연기든 뭐든 간에 여하간 그가 처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난과 역경은 그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다. 단지 그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보여줄 뿐이다. 항상 이길 수도 없다. 지고 망신 당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무리 훈련받고 경험을 쌓아도 그런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 위에 언급한 이야기를 다시하면, 긍정적 믿음을 가지거나, 자기를 더 강하게 만드는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 모두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직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불과하다. 정말 강한 사람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처음부터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늘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일 뿐인데, 사람들을 반하고 따르게 하는 것은 결국 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구애를 해서 거절을 당하는 건 별 일이 아니다. 당신을 만날 이유가 있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 기회가 있다(냉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이미 결혼했다고 해도 기회가 있는 경우가 월등히 더 많다. 옳지 않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과 별개로 사람은 원래 그렇게 진화되었다). 하지만 당신의 수가 얕아보이면 보통 다시는 기회가 없다. 여자는 그 남자가 자기보다 못났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그 남자가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도 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조직을 통솔하는 리더의 모습, 대중을 통치하는 지도자의 모습에도 이와 흡사한 일반해가 있다.

4. 수에 능하더라



너무 인문학적이고 형이상항적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에 한 문단을 더 적고자 한다.

그들은 보통 숫자에 능하더라.

그 수에 능하다는 게, 이 글 첫번째 문단에 적힌 것 같은 구체적 목표치를 설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년에 매출을 2배, 3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숫자를 적었지만 실은 수학과는 관계 없는 인간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흥국의 출산율을 보고, 미래 그 나라 인구수를 계산하는 것, 각 상품에서 얼만큼의 마진이 남는지 알고 있는 것,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결국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그 본질인 비즈니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보험료 같은 것에서 월 몇 만원을 낸다는 것에 있어, 한달에 커피 두 세잔을 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10년, 20년뒤에 그 돈은 별 이상이 없으면 천 만원 단위가 된다. 20대나 30대의 암 발생률을 아는 것은 그렇게 20년 뒤 수천만원이 될 돈에서 얼만큼의 비용이 빠질지를 아는 것이고, 남자의 보험료를 여자보다 1만원 정도 더 받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사고 비율 차이를 이해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통계는 비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통계를 분석할 사유 능력이 없는 것에 불과하다. 통계는 극히 유용하다. 다만 많은 경우 누군가의 프레임에 맞게 왜곡될 뿐이다. 물론 중국의 인구수를 보고 들어간 사업이, 여러 변수로 후퇴하는 것을 보면 변수는 변수로되 그렇다고 하여 더 가능성이 있는 쪽에 투자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덧붙여 대부분 사업이 이윤이 나지 않기 시작할 때 그 비용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는 수학의 중요성은 다시 한 번 강조된다. 내가 보았을 때 사업이 잘 안 되어서 패가망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달에 근근히 100, 200만원으로도 먹고 살 수는 있다. 대부분 망하는 사람들은 사업이 잘 될 때 규모를 크게 올려놨다가 그게 전환되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이더라.

5. 결어



인맥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술할 사람들 중 내 인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는 별 설득력이 없을테니 부득이 그들의 명성을 빌리는 것이다.

사진과는 다른, 이미 완전히 쭈글쭈글해진 모 재벌 회장의 진짜 얼굴을 신문에 나오기 전 마주할 기회가 있어 좋았고,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모 회장이 그 특유의 호기심으로 말아먹은 사업이 실은 수 없이 많다는 것, 사적인면서도 엉뚱한 면모를 알 수 있어 기뻤다. 또 모 재벌 회장의 옆집을 산, 현금만 수천억인 그 친구가 왜 다른 사업가들과는 달리 초년에 성공해도 무너지지 않았는지를 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산업이라고 여겨졌던 그 영역의 사장이 면접을 잘 본 신입직원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는 책이 자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자 갸우뚱 거리며 그에 대한 독후감을 전해줄 것을 부탁한 것을 들어 유쾌했다. 워렌 버핏이 평생 가장 진지하게 토론했던 주제는 쥐의 번식 전략이라고 그러던데, 워렌 버핏을 진짜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본 성공한 자들의 모습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것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연기도 평생 하면 인격이 된다고, 그런 모습을 따라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지만 어차피 그릇이 안 되는데 주화입마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니 나는 소인배라고 인정하고 섭섭하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낫더라. 꼭 그들처럼 살 필요는 없다. 또한 현실을 직면할 용기가 있다면 꼭 사후세계나 장미빛 미래에 천착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글 정도는 적어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성공하여 기쁘다. 인생에는 역시 재미있고 관찰할만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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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걸을길 가볍게 와닿네요. 그릇도 원래 크기가 있는법이고. 좋은글 감사합니ㅡㅏ

아 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너트박스는 무엇인가요?

https://blog.nutbox.io/

여기서 스팀잇을쓰고있어요~ 다른건 제가 잘모르고 UI가 편리해서 잘쓰고있답니다

저도 써봐야겠습니다 ㅎㅎ

성공할 사람들은 어쩌면 다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이 그렇죠 ㅋㅋ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도 스스로 즐길 것을 많이 남겨두면 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