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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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갑자기 시작되었다. 어젯밤만 해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창문과 블라인드 모두 닫고 있었더니, 비가 오는 줄도 몰랐다. 아침 일찍부터 회의가 있어, 서둘러 채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듣는 시원한 빗줄기 소리와 비오는 날 특유의 비냄새와 풀냄새에 졸음이 달아났다. 마침 비에 젖기 십상인 옷을 입었던지라,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했다. 어제 세탁한 빨래가 꿉꿉해질걸 생각하니, 진작에 제습기를 샀어야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해본다.


으아아아! 이런 날씨에는 집에서 창문 열어놓고 비오는 거 구경이나 하고 싶다구!

애꿎은 남편에게 투덜투덜 거리며, 지하철로 향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양재시민의 숲, 나의 출근길은 고되다.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하고, 버스도 한번 갈아타야한다. 예상대로 비가 와서 지하철에 사람들이 더 많았고 자리는 당연히 없다. 누가 가장 먼저 내릴 지 차림새를 보고 눈치껏 판단해서 앞에 선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왠지 금방 내릴 것 같은 젊은 여성 앞에 섰더니, 세 정거장만에 내렸다.


나이스!

핸드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면서, 그렇게 겨우겨우 양재역에 도착했다. 양재역에 내리면, 이제 또 시간싸움이 시작된다. 버스어플을 열어서 타야하는 버스가 지금 몇번째 전 정거장에 있는지 확인한다. 1정거장 전이면 깔끔하게 포기하지만, 2정거장 전이면 열심히 뛰면 탈 수 있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느긋하지 못할까 싶다. 그냥 다음거 타면 되는데, 그걸 놓지를 못한다.


오늘은 운이 계속 좋았다. 한 정거장 전이면 보통 이미 가버렸을 시간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버스도 늦게 도착해서 바로 환승할 수 있었다. 아침 8시 30분의 버스에는 9시까지 출근해야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초단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치열한데, 자리도 딱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콩나물이 되버린 상태로 사람들 물결에 휩쓸려, 어찌저찌 회사에 도착했다.


아, 회사근처로 이사할까...피곤하다.

매일 아침마다 회사에 도착하면 드는 생각. 대차게 내리는 비때문에 오늘따라 더욱 이 생각이 크게 다가온다. 잡생각을 떨쳐보려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홀로 앉아, 커피 대신 냉수를 마셔보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구룡산에 낀 안개가 마치 신선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역시, 비오는 날 아침의 산 풍경은 정말 좋다. 출근길의 엉망진창이던 기분이 또 다시 좋아진다. 비록 시원한 비 냄새 대신 청소한지 오래된 사무실 냄새가 내 코를 찔러댔지만.


갑자기 찾아온 장마는 나를 흔들어댔다. 메마른 감정에 쓸데 없이 감성을 불어넣고, 바람 앞 갈대마냥, 나의 기분은 짧은 시간안에도 쉴 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탄다. 끊임없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내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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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은 운수 만땅인데요????
지하철에 이어서 버스까지 자리가 있다니!!! 로또 사셔야겠어요~~~^^
좋게좋게 생각하시고 퇴근 잘하세요~^^

깽걸님 감사해요 :) 오늘만 퇴근하면 그래도 내일 여행가니까 기분좋네요 ㅎㅎㅎ

오르락 내리락 반복해~
기쁨과 슬픔이 반복해~
리쌍 노래가 떠오르네용ㅎ

이따 나 이성을 잃으면 손을 꼭 잡아줘야해

(깍지 껴줄께..!!ㅋㅋ)

집에서 일하는게 이럴땐 좋습니다. 들락날락하는 수입만 빼면..ㅎㅎ

재택이 꿈입니다요 ㅠㅠ ㅋㅋㅋㅋ

언니.
간만에 갬성터지는 글이네요!
(짜임새 있는 문장과 단어 선택에 놀라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이 엉망진창인 글가지고 너무 칭찬을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