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빡친 날

in #kr7 years ago

회사라는 곳은 참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무엇인가를 개선하려는 시도라도 했다가는, 아주 쥐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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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UX designer로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의 정확한 job title은 Graphic designer이다. 처음에는 나도 Graphic design을 했으나, 몇몇 사람의 조직이동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UI업무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전회사에서 UI쪽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업무가 어렵지도 않기도 했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개발자들이 알아서 하게 냅두면 엉망으로 흘러갈 것이 우려되서 내가 하기로 했다.


같이 일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 또한 Graphic designer로 되어있고, 내가 UI를 하게 되니 자연스레 GUI를 메인으로 하게 되었다. 문제는, 같이 일하는 개발자들이 UI나 GUI를 물어보러 와서 누구한테 물어봐야할지 혼란이 온다는거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팀장과 논의 후 HR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다. 정말 말그대로 문의라서, 담당자 한명에게만 물어봤다. job title을 Interaction designer로 변경이 가능은 한지, 절차는 있는지 등의 문의. 왜 바꾸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이유와 함께 메일을 보냈다. 아예 없는 직함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 미국팀의 디자이너 job title도 캡쳐해서 참조하라고 했다.


3일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리마인드차 메일을 보냈더니, 우리 회사의 job title은 Global grade 및 업무의 큰 구분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폭넓게 운영되고 있으니 구체적인 업무 분야를 job title에 넣는건 안된다는 답변이 왔다. 그것도 매니저, 상무, HR 팀원들 죄다 참조로 껴가지고.


아니 뭐 이런 정성스러운 개소리가 다있지? 내가 하는 업무가 지금 내 job title과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 변경하고싶다고 한건데, 업무의 큰 구분이니 뭐니 하는건 뭔 소리인가 싶다. 그렇게 업무의 큰 구분을 얘기할거라면, 지금 Graphic designer라는 job title도 문제 있는거 아닌가...?


빡이 순간적으로 확 쳤다. 솔직히 저 메일을 나한테만 보냈어도, 그냥 이 사람이 하기 싫은가보다 싶어 가만 있었을거다. 근데 마치 공식적으로 우리 정책이 이렇다면서, 너가 하는 소리는 말도 안된다는 것 마냥 메일을 보낸 저 사람의 마인드가 기분이 나빴다.


어차피 변경안해줄거라면, 내가 할 말은 하고 끝내고 싶어져서 답장을 보냈다.

1. HR이라 이해하기 어려우신 것 같은데, interaction designer랑 graphic designer의 의미가 아예 달라 의미를 같이 할 수 없고,
2. 당신이 하는 말대로라면, 우리 둘다 업무의 큰 범주UX designer로 변경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3. 그리고 미국팀(본사) 멤버들의 job title을 다 캡쳐해서 보여줬다. Interaction designer, Principal engineer, principal interacion desginer, visual designer 등 아주 상세하게 나눠져있는 본사 멤버들의 job title은 우리 회사랑 운영 방법이 달라서 그런건지 물어봤다.


아마도 대답은 안올거같다. 뭐- 대답하지 못하겠지. 자기가 그렇게 회사 정책이 이렇다고 말해놨는데, 실제로 본사 예시가 너무나 다르니까. 사람들 많이 끼면, 내가 쫄아서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알았나보지? 웃기고 있다. 나도 상대방이 한대로 똑같이 사람들 모두 껴서 보냈다. 그냥, 자기 한 짓이 쪽팔린 짓인 줄 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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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야 힘내자...!!!

어제 또 이렇게 사는거 맞는걸까- 밤에 센치해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긋지긋지긋 우리 꼭 성공하자

마지막에 대응은 정말사이다입니당!!
그쪽에서 정신 차리고 반영해줄진 모르겠지만 ㅋㅋ 이왕이면 원하는대로 바뀌길 바랍니당!

오늘까지 답이 없는걸 보면, 제 메일을 이해할 생각도 없고 문제 해결할 생각은 더더욱 없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이럴 때마다 참 고구마 50000개정도 먹은 기분이...ㅋㅋㅋㅋ

아주 이상한 녀석이네요. 대응 아주 좋아욬ㅋㅋ

어제밤까지 계속 화가 가라앉질 않았는데 결국 저한테 안좋은거 같아요 ㅋㅋㅋㅋ이제라도 좋은 생각만 하려구요 !!

언니 ㅋㅋ "정성스러운 개소리"에서 현웃 터졌어요.!
같은 직군이다 보니 글자하나하나 공감되네요.

흔한 사무직노예라면.. 잡타이틀이 어쨌든.. 문의를 하던말던..
그냥 참았을것 같은데... (저요..)
메일까지 보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 회사의 경우...(어딘지 아시져..? 예.. 아직 다닙니다...ㅋㅋㅋ)
너무 자주 팀명이 바껴서... 짜증날때가 있거든요..
가장 납득이 안됐던 이름은 "창의력오렌지팀"...
(공식적인 디자이너팀 이름입니다. 밖에서는.. 브랜딩 팀이라고 하죠..)

이거 외에도 더 많지만.....

암튼..
회사마다 희한한 병목 (해결되지않는 변비처럼)이 있는것 같아요..
좀 해결해보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아몰랑" 이렇게 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또..아무튼!.
금요일 아침 언니의 통쾌한 글로 시작하니. 좋네요!!

창의력오렌지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팀이름 진심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요 해결되지 않는 변비같은 느낌이 언제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저두 참지 못하고 튀는 행동 계속 하면 나만 피곤하니까 좀 참아야하는데 잘 되지를 않네여 성격상ㅋㅋㅋ우리 사무직노예들 힘내봅시다 금요일인데 빨리 퇴근하고 불금해야쥬!!!

대답오면 알려주세요.ㅎㅎ HR이 업무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는듯..ㅋㅋ
저는 가끔 이런경우 의사에 빚대어 이야기해줍니다. 치과의사랑 산부인과 의사가 다르듯 디자이너들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