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과 시민의 자세

일본의 경제제재는 양국의 '정치 부재'에서 온 것이다.

일본 시민들의 평균적인 정치에 대한 무관심, 한국 시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했기 때문에 이 민감한 사안을 정치권에서 계속 미뤄왔던 결과가 지금의 일을 발생시킨 핵심 원인이다.

그나마 한국 법원에서 강제징용 판결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안에 관심있는 양국의 깨어있는 시민들 덕분이었다. 그러면 일본 시민들은 왜 자신들의 정부에 잘못을 드러내는 작업에 열심히었을까?

그건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일본은 정도만 다를뿐,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다시금 그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는 내가, 내 이웃이 주체성을 상실하고 어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이상으로 인해 개죽음 당하거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자연스럽게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경계하게 되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세상에는 무언가가 강하게 일어나면, 그에 대한 반작용도 일어나는 법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류에 반하는 일본인들도 있다. 그들은 일본 내에서 벌어진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을 전부다 이러한 개인주의에서 찾는다. (대부분 틀린 분석이지만, 애초에 그분들은 이성적이지 않다.) 일본이 다시금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그러한 국가로 돌아가야 하고, 시민들이 그러한 국가에 헌신하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 될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일본 정권을 잡은 이들은 정치적으로 이것을 숙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시민 사회에서 여기에 동조하는 세력은 많지 않다. 단지 일본 시민들의 평균적인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계속 그 정권이 권력을 가져가게 만들었을 뿐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탄생 시켰던 현상과 같다. 단지 그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 사안을 접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좌파들,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한국 사람들의 성향은 이해하지만 거기에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일본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열심히 일본 내에서 싸워왔던 그들은 애매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반전', '평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의 좌파가 오랫동안 지향해왔던 가치이고, 이는 동북아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가치와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다.
이제야 말로, 국가, 민족이라는 해묵은 개념에서 벗어나 각 국가별로 선긋기를 해왔던 것을 내려놓고 함께 공동 평화의 길을 모색하자. 일본도 자국민을 또 다시 범죄자로 만들어 죄의식에 빠뜨리지 말고, 함께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국가로 거듭나보자. 이렇게 얘기할 때, 일본 내 좌파들도 힘을 받게 되고, 이러한 가치라면 일본 시민 사회 전체에서도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일본 정권이 의존하는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입지도 좁힐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진다.
우리가 대결구도를 유지해나갈 수록, 양국의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나갈 뿐이다.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전 세계 모든 역사에서 위정자들이 시민들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험한 일 중에 하나가 재벌기업들의 경영진들이 원하던 것을 얻게끔 해주는 일들이다. 그 중에는 이재용처럼 다른 나라였다면 범죄자로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그야말로 국가 경제에 큰 해악을 끼쳤던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이 소재의 국산화를 못하고 대체재를 찾지 못한 건, 환경이나 노동 이슈와 상관 없다. 각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산 소재를 써왔을 뿐이다.

근데 이제 그나마 있던 환경 규제들도 되돌리고, 노동문제도 다시 안좋게 바꾸려고 한다. 그 핑계가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란다. 그러나 각 기업은 이미 소유구조 자체가 특정한 국적을 상실한지 오래일뿐더러, 실제로도 무슨 올림픽 선수처럼 활동하고 있지 않다. 그건 허상이며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정작 기업의 오너와 관련부서 사람들은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이 분위기가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기에는 매우 좋으니, 이를 활용하여 경영자 입장에서 해결하고 싶은 과제들을 여기에 끼워넣어 정부에 압박을 가해 해결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지를 표한다면, 대부분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그 기업이 일으킨 환경 문제로 고통 받아야 하는 많은 시민들에게는 스스로 목을 더 조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고, 시민들이 보다 현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