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습작] 휴지, 봉투, 컵

in #kr7 years ago

휴지, 봉투, 컵


강의실로 들어오는 현주가 보였다.

“현주야, 오늘 상근이네 집들이는 누구누구 가기로 했냐?”

오늘은 대학 과동기 중에 자취를 하는 상근이가 자취방을 옮기고선 처음 친구들을 초대 한다고 했던 날이다.근데 당일이 되기까지 나는 누가 같이 가는지를 몰랐다. 상근이는 워낙 붙임성이 좋은 녀석이라 예상치 못한 많은 인원들이 몰려 갈지도 몰랐다. 과내 친구들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으니까.

“나도 몰라, 특별히 상근이가 한말은 없었던거 같아.”

다 좋은데 상근이의 답답한 면이다. 붙임성 좋고 친절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잘생겼고. 근데 답답하다.명확하게 뭔가 말해주질 않는단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여학생들이 상근이에게 관심이 있을테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 그녀석. 무지 많이 몰려가면 어쩔라구.”

지난주에 이사를 도와주러 현주랑 내가 자취방에 갔을때 본 크기로는 5명만 몰려가도 앉을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였다. 혹시 본인이 이야기 했던 집들이 날짜를 잊어버린건가?

답답한 상근이는 강의가 시작 될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묻고 싶은것도 많았는데 이럴땐 안보인단 말이지.나는 강의는 듣는둥 마는둥 엉덩이만 붙이고 앉아 있으면서 지루한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앞에서 강의 하는 교수님은 흰머리가 희끗하신 60은 되 보이는 할아버지 교수님 이셨는데 학생이 제대로 강의를 듣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관심이 없는거 같았다. 그냥 ‘일' 로서 한시간 강의를 하고서 그냥 쿨하게 강의실을 떠나셨다. 강의중 학생들에게 질문따윈 하는 법이 없으셨다. 물론 학생들도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야. 상근이 한테 전화좀 해봐.”

강의가 끝나자 책을 정리 하면서 현주가 나에게 이야기 했다. 나는 책을 대충 가방에 구겨 넣은뒤 전화를 꺼내 상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뚜루루루 하는 기본 연결음이 몇차례 울리자 상근이가 전화를 받았다.

“야. 어디야?”
“어. 집이다.”

상근이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야, 어디 아프냐? 학교도 안오고 뭔일 있나?”
“어. 아침에 못일어 나겠더라. 감기몸살인가봐. 힘들다. 끊자.”

전화가 뚝 하고 끊긴다. 이럴 녀석이 아닌데, 많이 아픈 모양이다.

“현주아. 상근이가 쫌 아픈가 본데? 우리가 가보자. 집들이는 망한듯?”
“아 그래? 그럼 우리가 애들한테 이야기좀 해주고 상근이네 가보자"

현주랑 나는 상근이 집들이를 들었을 만한 친구들한테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오늘은 날이 아닌거 같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다들 걱정하며 아쉬워 했지만 우리처럼 집에 가볼 생각은 하지 않는거 같았다.
저번에 이사때 갔었던 기억을 더듬으면 상근이 자취방 근처까지 찾아갔다.

“야. 그래도 뭔가 사서 들어가야 되는거 아니냐?”

현주가 그냥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집들이도 아닌데 그냥 가면 안되나?”
“그래도 이사후 처음 가는데, 그건 예의가 아니지.”

현주는 너는 그래서 안되 하는 눈빛을 쏘아 보내며 나를 한번 흘기더니 옆에 보이는 슈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담배 한대 피면서 현주가 나오길 기다렸다. 5분쯤 지나자 현주가 한손에는 큰 두루마리 휴지를, 다른 한손에는 큰 비닐봉지에 뭔가를 한가득 담아서 나왔다.

“와. 뭘 그리 많이 샀어? 봐봐.”

난 무거워 보이는 비닐 봉지를 현주 손에서 얼른 뺏어서 안을 들여다 보았다. 봉지 안에는 맥주캔, 소주병, 과자, 종이컵 같은 술과 안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거웠다.

“아니, 아픈애 집에 가는데 이게 뭐냐?”
“상근이 먹을것도 거기 다 있어. 술은 우리가 먹고. 으하하.”

현주가 남자같이 웃으면서 앞장을 선다. 와. 저거 현주는 악마다.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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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어요. 뒷 이야기도 혹시 있나요? ㅎ

주어진 제시어가 녹아 들어간 장면/상황을 묘사하는 연습을 하는터라... 뒷 이야기는 없어요 ㅎㅎ
혹시 다음이 생각나신다면 댓글로 다음을 써주셔도 재밌을거 같아요 ^^

오! 재미난 시도이네요. 글을 쓰는 연습인가보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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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