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연습] 데자뷰, 자메뷰, 랑데뷰

in #kr7 years ago
이번 주제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우 장면을 만들었네요. ^^

[ 데자뷰, 자메뷰, 랑데뷰 ]


현석은 막 응원 나갈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가고 있었다. 응원을 위한 팀복은 입고가고, 응원에 필요한 응원봉은 경기장에 가서 사기로 했다. 오늘은 형이 속해 있는 구단의 홈 경기였다. 어제 형한테 전화가 왔었다.

“ 현석아! 형이 드디어 경기를 뛰게 되었다!”

너무나도 들뜬 형의 목소리에 꼭 응원 가리라고 약속했다. 형이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형은 기나긴 2군 생활을 묵묵히 견디며 훈련에 열중했고 현석이랑 전화 통화를 할때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거라며 걱정하는 현석이를 다독이곤 했었다. 하지만 현석은 무엇보다도 초조한 사람은 형이란걸 알고 있었다.
경기장에 도착했다. 아직 시작전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현석은 응원봉과 치킨, 맥주를 샀다. 야구장에선 치맥이 진리니까. 오늘 경기에서 형은 5번으로 나온다고 했다.

“ 5번이라니? 말이돼? ”
“ 나도 모르겠어. 현석아. 주전선배가 부상이 있었나 본데 그 기회가 나한테 온거야! ”
“ 형! 그래도 5번이라니! 대박이다 진짜! ”
“ 그치? 아 벌써부터 떨린다. ”
“ 형! 화이팅! 잘해봐! ”

처음 주전으로 경기를 뛰는데 5번을 줬다는건 2군에서의 신뢰가 정말 엄청 났다는걸 뜻했다. 형은 얼만큼이나 연습하고 노력했던걸까.
현석은 응원봉은 겨드랑이에 끼고 치킨과 맥주를 들고 야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홈팀 내야석이었다. 펜스에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치어리더도 가까이 보이는 자리였다.
형이 야구를 하는탓에 어릴적부터 야구장은 집 드나들듯이 다녔었다. 야구장의 분위기. 야구장의 냄새. 현석에게는 아주 익숙했다. 하지만 오늘 이곳 잠실 야구장은 느낌이 뭔가 달랐다. 형이 처음 주전으로 나오는 경기라서 그런가 처음부터 밀려 오는 흥분과 왠지모를 미시감이 있었다.
현석은 일단 맥주부터 시작했다. 경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목이 탓다.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푸는게 보였다. 외야쪽에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형이 있었다.

“우와왓! 최민석 화이팅!!!!!!”

현석은 형이 보이자 맥주를 먹다말고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누구? 라는 표정으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현석을 쳐다봤다. 형이 오늘 주전으로 나온다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직 용기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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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경기는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스코어는 4:2 로 지고 있었다. 벌써 9회말 마지막 공격이었다. 형은 안타1개를 쳐내고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첫 주전출전에서 패배하는건 그다지 좋지 않은 경험이다.
2사 주자는 1루. 타순은 4번이었다. 현석은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오늘 4번타자는 제역할을 하나도 못해주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병살을 치거나 플라이 아웃으로 이닝을 마무리 하곤 했다. 현석은 혹시 이번에도 플라이를 치면 나가 죽어라 하는 생각을 하며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4번 타자는 배트를 휘휘 돌리더니 타석에 들어섰다. 아마 본인도 오늘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것이었다. 신중하게 타석에 들어선 4번타자가 자세를 잡자 투수가 신중하게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는다. 응원소리가 갑자기 쥐죽은듯 사라진다.
마무리 투수의 와인드업. 이순간 투수의 머리속에는 '아웃'이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야구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 딱 

“우와와와!!!!!!!!!!”

4번 타자는 초구를 인정사정없이 때렸다. 죽은듯 조용했던 야구장은 멀리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와 함께 순식간에 타올랐다.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우아아아아아아!!!!!!!!!!!!!”

야구장은 이 극적인 동점에 끓어 올랐고 양팀의 벤치는 희비가 교차했다. 오늘 대역죄인 같았던 4번타자는 이 한방으로 ‘역시 4번'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4번타자는 두손을 번쩍 치켜들며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현석도 관중과 함께 환호했다.
극적인 동점 홈런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5번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관중들의 눈에는 어떤 기대감이 들어섰다. 현석은 지금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 형이 타석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어색하지 않았다. 데자뷰. 매일같이 형을 응원하며 상상했던 9회말 투아웃에서의 형의 타석.
영화같은 결말.
랑데뷰 홈런.
그리고 승리.

현석이 형을 생각하며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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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인듯 하군요!

우왓.. 부끄럽네요 ㅎㅎ 더 잘 쓸수 있는 날까지 연습! 또 연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