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한과학] 무한도전 + 1박2일 혜성 대탐험

in #kr7 years ago

과학 이야기를 통해 삶의 템포를 잠깐 늦춰보는 저속(低速)한 과학

앞 시간 1910년 헬리혜성 대소동에 이어 오늘은 혜성을 향해 탐험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천년뒤 미래에 떠나는 2910년판 우주로 떠나는 무한도전 + 1박2일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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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무진장 멉니다. 혜성들이 생겨나는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 Oort cloud’까지 거리가 무려 10만 au, 여기서 au라는 단위는 태양부터 지구까지 거리인데요. 1au가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죠. 그러니 10만au면 무려 태양부터 지구까지의 거리의 10만배나 되는 겁니다. (물론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는 더 가까운 곳을 고향으로 가지는 혜성도 있지만 일단 오늘은 오르트 구름만 다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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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가 30au니까 해왕성에서부터도 정말 한참을 더가야되는 거에요. 해왕성까지가 약 100미터 정도라면 오르트 구름까지는 서울에서 부산 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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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는데는 얼마나 더 걸릴까..

아주 빠른 탐사선인 보이저호의 속도가 약 6만km 정도되는데 이 속도로 가도 1만년이 걸립니다. 보통 승용차 최고속도인 시속 200km로 가면 3백만년이 걸린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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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년 후, 드디어 오르트 구름에 도착했다면 ‘오르트 구름’에는 뭐가 있을까.

정말 구름이 있을까요? 있긴 뭐가 있나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텅빈 우주공간이에요. 혜성의 고향이니까 혜성들이 막 여기저기 둥둥 떠다닐 거 같죠. 전혀 안 그렇습니다. 언젠가 혜성이 될 수 있는 혜성후보생들은 너무너무 띄엄띄엄 떨어져있어요. 혜성후보생들끼리 보통 간격이 20au, 지구에서 천왕성까지 거리, 보이저호로 날아가면 9년 정도 걸리는 거리죠. 정말 엄청나게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겁니다. 혜성후보생들을 만나려면 보통 4~5년 정도, 운 나쁘면 10년 넘게 헤맬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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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오르트 구름이라고 했느냐.

그래도 혜성후보생들의 수를 합쳐보면 1조개나 됩니다. 우리의 은하의 별보다 많은 수죠. 띄엄띄엄 있긴해도 멀리서 그 위치들을 보면 태양계를 구름처럼 감싸고 있으니 그걸 발견한 오르트의 이름을 따서 오르트 구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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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천신만고 끝에 혜성후보생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생김새는 참 별게 없습니다. 그냥 울퉁불퉁한 눈덩이처럼 생겼어요. 속에는 얼음도 있고 암석도 있을 수 있고 하여튼 좀 지저분한 눈덩이라고 보면 틀리진 않습니다. 어쨌든 눈덩이치고는 꽤 크죠. 보통 지름이 한 1km 정도로 작은 도시나 마을정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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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착륙한 뒤부터는 조심해야해요. 아주 부들부들한 눈덩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밑으로 온몸이 밑으로 푹 꺼져내려갈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믿을 수 없을만큼 천천히 떨어지거든요. 혜성의 중력은 지구의 만분의 몇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10미터 정도 떨어지는데도 4시간 넘게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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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험한 건 조금만 세게 뛰어다녔다가는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냥 살짝만 뛰어도 무려 30km 정도나 튀어오를 수 있죠. 이 역시 중력이 약하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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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또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튀어오르는 속도도 떨어지는 속도만큼이나 느려서 최고점까지 올라가는데 일주일은 걸리고 결국 다시 천천히 떨어져 내려서 아주 부드럽게 원래 위치에 착지하게 되죠. 그 시간이 거의 2주 정도 걸리니까 그게 좀 지루해서 문제인 겁니다. 아, 그 시간동안 살아남는게 문제긴 하겠네요. 비상식량을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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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혜성탐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루한 겁니다. 여긴 진짜 아무 일도 안 일어나거든요. 그저 우주 공간에 별 구경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할게 없습니다. 참, 태양 찾기 퀴즈대회 정도는 할 수 있겠네요. 태양이 너무 멀다보니 시리우스나 카노푸스보다도 어둡거든요. 태양은 그야말로 특별할게 없는 별이 되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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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건지 시리우스 주위를 공전하는 건지도 그냥 봐서는 모르게 됩니다. 물론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는 해요. 태양에서 너무 멀다보니무려 한번 공전하는데 지구기준으로 백만년이나 걸려서 그렇죠. 혜성에서 인간이 태어났다면 죽을 때까지 한살도 못먹게 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영원처럼 긴 1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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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머리를 짜내면 창의적으로 해볼 수 있는 놀이가 있긴 합니다.

바로 혜성 만들기죠. 방법도 정말 간단해요. 발밑에 눈을 뭉쳐서 눈덩이를 만들고 태양을 향해 던져버리면 됩니다. 세게 던질 필요도 없어요. 손목 한번 까닥하는 스냅만 주면 태양계를 향해 날아가는 혜성이 됩니다. 눈덩이 무게는 가볍고 혜성후보생의 중력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쉽게 혜성후보생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너무 작아서 아무도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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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혜성만들기도 질려버릴 쯤 이런 의문이 들 거에요.

이 거대한 눈덩이는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원래는 훨씬 더 태양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천왕성이나 해왕성 궤도 근처쯤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죠. 근데 천왕성 또는 해왕성의 끌어당기는 힘들이 눈덩이를 집어던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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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트랙을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자동차를 잡아당겨 트랙에서 이탈시키는 것과 비슷하죠. 덩치가 큰 행성들에 비해 작은 눈덩이들은 그렇게 주변의 중력에 휘둘려서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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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나마 천왕성, 해왕성은 양반입니다. 목성은 아예 태양계 밖으로 날려버리죠. 중력이 크니 집어던지는 힘도 훨씬 더 크거든요. 목성에 걸린 눈덩이들은 지금도 우주 어디선가 정처없이, 아니 궤도도 없이 떠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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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집어던져진 눈덩이는 왜 또 혜성이 되어 태양쪽으로 날아올까요?

이번엔 행성 대신 태양계 주변의 별들이 눈덩이를 흔들어서 궤도로부터 밀어냅니다. 그렇게 궤도를 이탈한 눈덩이는 태양을 향해 떨어져내리게 되죠. 집어던져지고 다시 또 내쳐지고 불쌍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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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리가 타고 있는 눈덩이를 혜성으로 만든 뒤 지구로 귀환해보겠습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꽤 다이내믹하고 심지어는 위험한 일도 일어날 수 있죠. 그러나 대기시간이 좀 깁니다. 해왕성까지 가는데만해도 수백만년은 걸리거든요. 그때까지는 별말고는 볼것도 없고 아무일도 안일어나니 동면 상태가 되는게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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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년 동안 한숨 잘 자고 일어나면 이제 태양이 예전보다는 확실히 태양다워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운좋게 해왕성이나 천왕성 같은 행성들 주위를 지나게 되면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지는 신기한 체험도 할 수 있죠. 그 거대한 행성들은 혜성보다 훨씬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머리채가 휘어잡힌 사람처럼 그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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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이제 태양의 온기도 느껴지고 혜성 역시 그 온기에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땅이 불안정해지면서 거품이 일어나게 되고 먼지알갱이들이 떠오르죠. 눈덩이가 슬슬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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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온기가 더 강해지면 땅 속에서 끓어오른 기체가 밖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하죠. 미세한 얼음결정들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혜성 여기저기서 거대한 분수쇼가 펼쳐지죠. 멀리서 안전하게만 본다면 그야말로 대단히 멋진 장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뿜어져 나온 입자들이 뒤로 날아가면서 거대한 혜성의 꼬리를 만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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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자세히 보면 더 멋집니다. 꼬리도 구성물질에 따라 여러개가 되는데 기체로 이루어진 꼬리는 푸른빛이고 먼지로 이루어진 꼬리는 노란빛이죠. 그리고 혜성이 분수쇼를 펼치며 회전하면 여러 꼬리들이 휘어지면서 멋진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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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조이 혜성 Lovejoy comet, 2011년 12월 22일 우주정거장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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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혜성 NEAT comet, 2011년 5월 7일 The Kitt Peak National Observatory






하지만 태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멀리서 이런 모습을 관찰하는게 좋습니다. 얼음덩이가 맹렬히 끓어오르면서 마구 갈라지고 부서지고 그 사이로 또 분수쇼가 펼쳐지고 하여튼 상당히 위험해질 수 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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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좀 안전해지려면 태양을 돌아나와서 한참을 지나야하죠. 그쯤되면 저 멀리 파란색 작은 행성 지구가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고향 '지구'로 돌아온 거죠. 수백만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파란빛 지구는 우리를 반겨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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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왔다갔다 몇번하면 분수쇼도 점점 약해지고 꼬리도 줄어들게 됩니다. 내뿜을 물질들이 고갈되니까요. 혜성의 꼬리도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고 혜성도 나이를 먹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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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혜성이 나타나면 꼭 보러가주세요.

지금 보는 모습이 그 혜성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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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혜성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지음 / 김혜원 옮김 (2016 사이언스북스)

혜성사진
https://www.nasa.gov/audience/forstudents/nasaandyou/home/comets_bkgd_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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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좋은글을 왜 이제 봤지요 ㅠㅠ 팔로우 앤 리스티무합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겠어요 ^^

감사합니다 ^^ 아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저도 팔로우할께요~

와! 신간 나왔군요!!
미세먼지 같지만 보팅 드리고 갑니다~

너무 오래 걸렸네요 어찌나 아이디어가 안떠오르던지..ㅎㅎ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중력은 아니지만 임대받은 중력만큼 풀봇 + 리스팀 하고 갑니다 :D

큰 중력의 힘! 감사합니다 ^^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귀여운 스케치 :)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미있는 혜성 이야기이네요.. 예전엔 이런거 많이 좋아했는데... 먹고 살면서 안보게 되는....ㅠㅠ 자주 올려주세요 재미있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바빠서 볼 시간이 없죠. 저도 간신히 간신히 합니다. 이런거 자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시길~ ^^

잘못 뛰었다가 굶어죽을 판이군요 ㅋㅋㅋㅋ
미래에 우주복 입고 탐사하다가 이렇게 죽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ㅋㅋㅋ

우주미아가 되는 거죠 ㅎㅎ 발디딜 곳도 위아래도 없는 세계가 정말 공포스러울거에요

방송 한 편 찍는 게 이렇게 위험합니다.

그래도 찍어야지요. 그게 연예인의 숙명이니 ㅎㅎ

예전에 유성우보러 시골에 가서 크게 내리꽃는 유성도 보고 즐거워했는데 서울올라와선 본기억이 없네요 ㅠㅠ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별관련 이야기 너무 좋아요 ㅎㅎㅎ

전 히말라야 갔을 때 유성 봤던 기억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별은 언제나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

보팅 해봤자 $0.01보다 조금 올라가는 초미세먼지 혜성이 보팅하고 갑니다. 다만, 저는 헬리, 슈메이커, 햐쿠타케 혜성보단 좀 더 자주 다녀갑니다. 항상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많이 자주 다녀주셔도 될 것 같아요 ^^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런글 쓰신분들 신기합니다^^ 잼있게 잘 읽었어요 ! kr-art 소모임 명단보고 왔어요^^ 앞으로 자주 놀려올께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