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수증기는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밀랍으로 고정시킨 날개를 단 이카루스의 심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자 주변 동료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걸 깨닫게 된다. 멀어지면서 동시에 추워지기도 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단열팽창이로구나.. 수증기는 자신의 진동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얼마나 올랐을까 아주 작은 먼지에 닿은 수증기는 그 표면에 착륙한다. 곧이어 다른 수증기들도 연달아 닿으면서 아주 작은 물방울이 되었다. 아직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지만 이들은 이제 상전이를 하여 액체가 된 것이다. 온도는 이미 영하로 내려갔지만 이들은 얼지 않는다. 기체들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이었으면 연달아 부딪치는 기체들의 압력으로 이미 얼음이 되었어야지만 0.1기압 밖에 되지 않는 상공에선 영하 1,2도의 온도로는 부족하다. 먼지에 붙어 물방울이 된 수증기들은 이제 구름이 되었다. 더 위로 올라간 물방울들은 더 낮은 온도에서 기어이 얼어버린다. 빙정이 된 것이다.
구름의 아래쪽엔 물방울이 위쪽엔 얼음알갱이들이 겉보기엔 고요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수증기는 물방울과 얼음알갱이에 달라붙지만, 또 얼음알갱이와 물방울에선 쉬지 않고 달아나는 물분자도 있다. 착륙과 이륙, 달아남과 회귀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도 차이가 있다. 물방울에선 달아나는 수증기가 다가오는 수증기보다 많고, 얼음알갱이에선 달아나는 수증기보단 다가오는 수증기가 더 많다.
이윽고 물방울은 차츰 증발되어 사라지고 얼음은 육각형의 가지를 가진 눈이 된다. 물 분자 하나마다 네 개의 수소결합을 한 결과가 육각형의 결정을 만든 것이다. 조금씩 커진 눈들은 이제 중력을 더 강하게 느낀다. 상승기류가 받치는 힘보다 중력이 강해진 순간 눈은 추락을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점점이 내려오는 이 추락에는 어떠한 비명도 없다. 내려오며 부딪치는 공기와의 마찰이 추락의 속도를 늦추고 때로는 눈을 녹여 비를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겨울, 하층의 대기가 눈이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기에 충분히 차가운 계절.
반기는 지상의 사람을 향해 수천 만의 눈이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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