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공자 - 부모와 자식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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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읽어보면 공자는 단 한 번도 부모의 도리에 대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오직 부모를 향한 자식의 도리만을 이야기할 뿐이죠. 사람들은 공자가 말한 것에 귀를 기울이지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유학이 권위적인 사상으로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시야는 그런 의미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논어는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공자에게 들은 말을 제자들이 여기저기 이때저때, 공간에도 시간에도 매이지 않고 한 데 묶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공자의 말 자체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가까이에서 살피면 모순입니다.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멀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공자는 스스로의 공부에 탁월했지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전하는, 가르침의 재능 역시 뛰어났습니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죠.

자장과 자하는 모두 공자의 제자입니다. 공자는 두 사람을 이렇게 평합니다.

"전손사(자장)는 지나치고 복상(자하)은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장이 더 뛰어난 인물일까요? 공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과유불급의 유래입니다.

자장이 교우에 대해 묻는 문인에게 자하는 어떻게 말했냐고 묻습니다. 문인은 "괜찮은 이는 사귀고 그렇지 못한 이는 물리친다."고 들었다고 답하죠. 자장은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 (...) 큰 현자라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큰 현자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할 것이니 물리칠 것도 없다."고 대꾸합니다.

자장과 자하, 과연 누구의 말이 공자의 가르침이고 군자와 가까울까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귄다는 점에서 보면 자장의 말이 자하의 말보다 더 군자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두 사람의 말은 모두 공자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공자는 허울없이 여러 사람과 어울려지내는 순한 성품의 자하에게 사람을 가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강직하고 올곧아서 사람을 호되게 가리는 자장에게는 여유롭게 사람을 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고요. 두 개의 모순되는 가르침은 부족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 일관된 길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모순되지 않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이런 식입니다. 공자의 문하에서 뛰어난 제자들이 여럿 나와 춘추 시대의 기둥으로 설 수 있었던 이유죠.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논어에는 공자의 제자인 재아가 3년상이 너무 길고 형편에도 맞지 않다며 1년상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공자는 재아에게 "네가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고 대꾸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식은 태어나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난다. (...) 재여(재아)도 자신의 부모로부터 3년 동안 사랑을 받지 않았겠는가?"

품에 안고 기르던 자식이 스스로 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년이라면, 부모가 떠난 뒤에 자식이 보내는 3년은 마땅히 부모를 위해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자식이 자립하기까지 3년의 시간조차 소비하지 않은 비정한 부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건, 적어도 논어 속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공자에게 있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따로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한' 자연스러움조차 굳이 입밖으로 꺼내어 가르쳐야 하는 세상이었다면 공자의 사상은 근본부터 바뀌었을 테죠.

부모가 부모답지 않은 상황 자체가 비상식으로 논외된 유가의 철학을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방패로 꺼내드는 것은 오류입니다. 이런 '답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논의는 맹자와 순자의 전국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지지요.(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지금의 소위 '어르신'들이 어르신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젊은이들의 공양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전혀 유교적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공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어르신'들이 무언가를 주장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2016 03 24.
2018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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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어르신" 뿐만이 아니라, 젊은 20~30대 성인들도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서로 본을 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제 자신부터 되돌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직업 상 청소년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조심스러워집니다. 올해도 자동적으로 한 살을 더 먹었지만 저는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