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관방천'을 걷고 '대담'을 즐기다
대나무숲길, 메타세콰이어길, 관방천길은
전남 담양의 3색 숲길이다.
죽녹원으로 대표되는 대나무숲길이나
순창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콰이어길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큼 입소문 자자한 곳.
반면, 관방천길은 대나무숲과 메타세콰이어의
유명세에 밀려 조금은 덜 알려져 있다.
대나무 테마공원인 죽녹원에서
메타세콰이어길로 가다보면 관방천 제방을 따라
300~400년을 훌쩍 넘긴 노거목이 줄지어 서 있다.
수종과 일련번호를 표시한 명찰을 살펴보니
푸조나무가 주를 이루고
팽나무, 벚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도 눈에 띈다.
푸조나무는 남부지역에서 자라는 전형적 난대 수종이다.
옛 선조들이 관방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로
'관방제림'이라 부르며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어 있다.
옆지기와 함께 '관방제림' 걷기 체험에 나섰다.
서울 살다가 홀연히 인근 순창으로 귀향한
친구부부가 길 안내를 위해 동행했다.
담양 메타프로방스 마을에 차를 세우고서
곧장 제방길로 들어섰다.
인공적이지 않은, 옛 그대로여서 좋다.
흙길이라 발바닥에 전해지는 촉감도 좋다.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타박타박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이다.
관방제림 주변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수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물 설치를
제한하고 있어 그나마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친구가 설명했다.
담양은 소쇄원의 풍치가 그러하듯 이곳 역시
화려함보다는 아늑하고 서정적인 느낌이다.
제방길을 걸어 닿은 곳은 담양 국수거리.
제방 노거수 아래 줄지어 늘어선 국수집 풍경이
사뭇 이색적이면서도 정겹다.
걷기 전, 메타프로방스에서 온모밀 곱배기로
뱃속을 채운 탓에 눈요기로만 즐겼다.
대신, 국수거리 건너 분위기 쥑인다는 카페를
친구가 추천해 관방천 돌다리를 건넜다.
벙커 같기도 한 이 카페의 이름은 '대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한다는 뜻의 對談일까?
대나무와 담양의 앞글자를 따 대담일까?
쓸데없는 고민에, 친구가 핀잔을 준다.
"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그빡을
굴리는 경향이 있어. 니 통밥대로 두가지 뜻을
다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라"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발길 뜸해
실내외가 북적거림없이 고즈넉해 좋다.
(주인장의 속은 쓰리겠지만 ㅠ)
풍경이 있는 미술관 카페답게 안과 밖, 어딜 둘러봐도
모두가 포토존이다.
60대 중늙은이 넷이서 젊은 연인들에게나 어울릴
카페에 죽치고 앉아 한시간 여 수다(?)를 떨었다.
좀 더 있다간 물 흐려 놓을 것 같다.
왔던 길로 다시 걸어 세워둔 차를 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