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男 '김유정'의 매력에 '흠뻑'
지난 토요일(3/27, 춘천이 낳은 소울 歌神,
김추자의 ‘봄비’를 흥얼거리며,
봄비 내리는 경춘가도를 달려,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무지개처럼 사라진
‘봄봄’의 영원한 청년 ‘김유정(1908~1937)’의
예술 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춘천 실레마을, 김유정 문학촌을 찾았습니다.
한국문학사에 실로 큰 족적을 남긴 대작가라
그의 작품이나 생애를 여기서 반추하기엔
소생의 인문학적 식견이 턱없이 모자란지라
그냥 패스하고 단지 '직진남'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 있어 잠깐 ~
문학촌을 둘러보던 중, 김유정이 짝사랑한 여인,
판소리 명창 박녹주(1906~1979)가 회고한
김유정의 돌직구형 '구애' 스토리가
소생의 눈길을 확 잡아 끌었습니다.
여기 잠시 '뿌리깊은 나무' 1976년 6월호에 실린
박녹주의 김유정에 대한 회고 글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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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복을 입은 청년이 방으로 들어왔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이었다.
"연모란 사랑한다는 말입니다.나를 사랑해
주십시오. 당신의 사랑없이는 나는
바로 살 수가 없습니다" 해가며 끝없이
사랑의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 말이 듣기 싫고 부아가 치밀어서
그를 쫓다시피 해서 돌려 보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김유정의 편지는
더욱 더욱 뜨겁고 거칠어갔다.
처음에는 '선생'이라고 하더니
차츰 '당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아예 '너'라고 불렀다.
해가 바뀌자 김유정은 혈서를 써서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나는 하도 끔찍하여 바깥 출입을 마음놓고
할 수가 없었다.
어둠이 깔려오는 청계천변에는
마침 야시장이 서고 있었다.
김유정은 고개를 떨구고 길바닥에 벌여놓은
야시장의 물건에만 눈을 주고 있을뿐
내 말은 별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김유정이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 이러면 나도 가슴 아프오.
공부를 끝내면 다시 나를 찾아 주오"
나는 이렇게 밖엔 할 말이 없었다.
김유정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얼마 동안
나를 지켜보고 섰다가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시 김유정을 보지 못했다.
지금도 야시장의 불빛 사이로 기운없이
멀어져가던 그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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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았으면 자칫 스토커로 지목되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을텐데~ ㅎㅎ
내친김에 춘천 의암호 붕어섬 위를 가로질러
삼악산까지 연결된 국내 최장길이(3.6km)
케이블카를 탑승했지요.
비구름에 휩싸인 주변 산군과
호수면에 비친 하늘, 붕어섬을 덮은
태양광 집열판은 마치 붕어의 비늘처럼 번뜩이며
소생의 춘천 봄나들이를 반기더군요.
춘천 왔다가 그냥 가면 섭섭하죠.
바로 춘천숯불닭갈비입니다.
몇번 들러 본 닭갈비집이 있었지만,
케이블카 주차장 부근에서 누군가가 닭갈비집
명함을 건네며 케이블카 탑승권을 보여주면
10% 감해 준다는 유혹에 2.5km 달려
‘춘천 산속에 닭갈비’를 찾았습니다.
이 집 요즘 핫 하다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촬영지더군요.
아무튼 봄비 오는 날, ‘봄비’ 들으며,
‘봄봄’을 회상하며 춘천에서 봄마중,
제대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