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동계 올림픽에서 왜 존재감이 없는가?
관련 기사: La triste histoire du pays scandinave qui n'a décroché qu'une seule médaille aux Jeux d'hiver
돌아온 주말 특집, 덴마크 이야기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덴마크 선수단
평창 동계 올림픽의 상위 순위권에 들어가는 나라들을 보면 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나라들이다. 1등인 노르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독일,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등 왠지 겨울에 운동 잘 할 것 같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한 나라가 순위에 없다. 덴마크다. 좋다 싶은 통계는 모조리 다 차지하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중에 예외 사례라 봐도 좋을 정도다(핀란드도 당연히 동계에서 메달을 꽤 따는 나라다). 왜죠? 덴마크에는 눈이 안 내리나요?
… 안 내립니다. 물론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네덜란드도 눈 많이 내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올 겨울 생각하면 한국은 충분히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나라다.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기사에 한국 언급도 있다.)
동계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덴마크가 메달을 딴 경우는 나가노 때 여자 컬링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덴마크가 나라도 소국이고 하니(인구 500만 명) 아예 운동과 거리가 먼 나라 아닐까요?
...아닙니다. 덴마크는 하계 올림픽에서는 꽤 메달을 땄다. 스칸디나비아 나라들 중에서는 노르웨이보다 성적이 뛰어나다(그들끼리의 비교라면 스웨덴이 넘사벽이다. 여름도 잘하고 겨울도 잘하고). 보통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아이슬란드도 비슷. 동계에서는 메달을 단 한 번도 딴 적이 없었다. 하계에서는 의외로 메달을 딴 적이 다섯 번이나 있다고 한다.
주된 이유. 될 놈만 키운다.
덴마크가 메달을 딸 만한 종목만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다(참조 1). 위에서 얘기했듯 나가노에서 메달 딴 적이 있기 때문에 컬링은 덴마크가 투자하는 종목 중 하나다. (물론 영원한 라이벌(?) 스웨덴에게 번번히 진다.) 덴마크가 투자하는 종목은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컬링 뿐이라고 한다.
될 성싶은 종목만 키우는 건 영국도 마찬가지. 비인기 종목은 가차 없이 정부 투입 예산을 잘라 버린다(참조 2). 기사에서 언급되지만 프랑스는 우리나라랑 비슷, 정부 예산이 비교적 ‘골고루’ 투입된다.
덴마크로 돌아오자면 국가대표팀에 투입되는 예산이 철저히 실적에 따르기 때문에, 컬링의 경우는 한국과 일본이 워낙 치고 올라와서 앞으로는 예산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 너무나 자본주의(?) 식일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아닌지는 모르겠다. 스포츠에 대한 국가 지원은 다른 나라의 사례가 그대로 답이 되기는 좀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매우 재미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한다. 바이애슬론을 중심으로 노르웨이의 엘리트 체육의 육성이 생활 체육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참조 3).
영어 논문이지만 물론 안 읽으실 테니(...) 미리 말씀드리자면 엘리트 체육인 육성이 간접적 효과를 주는 듯 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논문 요약에서는 엘리트 체육인의 수입 증가로 나오지만) 역시 예산이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국가 예산으로 팍팍 밀어줘서 그렇게 동계 올림픽에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런 곳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 않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고민이다.
참조
엘리트 체육하는 나라가 한국만 있지는 않다. 괜히 스스로 비하할 필요 없다.
UK Sport faces revolt from 11 sports governing bodies over funding cuts(2017년 6월 29일)
Does elite sport develop mass sport? : a Norwegian case study(2010년 3월 31일)
덴마크가 그러고보니, 동계올림픽에 메달이 거의 없었군요.
저도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앗! 했습니다. 정말 존재감이 그간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