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재판소와 소의 forum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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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CJEU/ECJ에서 아주 중요한 결정(참조 1)을 내렸다. 투자자-국가 분쟁(ISD)이다. 잘 따라 오시라.
냉전 후, 체코슬로바키아는 네덜란드와 함께 투자보호협정(BIT)을 체결한다. 하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고, 나중에 EU에 가입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의 동 협정을 슬로바키아가 승계했다.
그런데 냉전 후 시장 자유화를 통해 슬로바키아에 진입했던 네덜란드의 건강 보험 회사(Achmea)가 문제였다. 2007년 슬로바키아의 피초 총리(참조 2)는 (예나 지금이나) 국수주의적이었기 때문에 입법을 통해 외국계 기업의 이익 배당을 금지했다.
당연히 회사측은 BIT 협정에 따라 슬로바키아 정부에 대해 중재재판을 신청하는데... 재판소가 독일 Frankfurt am Main에 있었다(!). 당연히 슬로바키아는 독일 재판소에게 관할권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동 재판소는 슬로바키아의 의견을 무시하고 Achmea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슬로바키아는 독일의 동 지역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으나 고등법원은 소를 기각했고, 슬로바키아는 이에 독일 연방법원(Bundesgerichtshof)에 다시 소를 제기한다. 슬로바키아는 지금 BIT가 체결됐을 때가 아닌 EU 체제이므로, EU 법에 따라 독일 재판소에서의 중재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참조 3).
독일 연방법원은 그에 따라, CUEJ에 선결적판결(préjudicielle)을 요청(번호 C-284/16), 그에 대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BIT 협정 내용에 따라 중재 재판소를 골라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는 EU법이 상위이기 때문에 EU의 분쟁 관련 조항들에 따라, EU 회원국 내의 재판소에서 받아야 한다. "해당하는" 회원국에서, 혹은 두 당사자가 합의하는 재판소에서 말이다. 즉, 슬로바키아, 혹은 네덜란드의 재판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 재판소에게는 관할권이 없다.
이게 왜 중요할까?
유럽 국가들이 이제까지 체결해 온 BIT 모두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이 되기 전에 체결한 국가들은 위의 법원 해석에 따라 소의 forum을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EU-캐나다 CETA가 기억나실 것이다(참조 5). 당시 벨기에 왈롱이 난리를 부렸었다. 회원국/지역에서 소를 진행할 권리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한 CJEU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즉, 이번 판결이나 의견(참조 5)으로 미뤄볼 때, CETA의 비준을 또 틀어막을 구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참조 6). 뭐시라? 영국도 EU와 CETA 식의 무역협정을 원한다고(참조 7)?
다만 우리나라에게도 이 뉴스는 의미가 있다. 벨기에와의 BIT를 이용해 론스타와 현재 소송 중에 있기 때문인데(한국 법원과의 소송은 끝났다. 론스타 승), 향후 BIT 해석에 있어서 CJEU의 해석을 같이 봐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물론 우리나라-EU FTA의 경우 ISD는 다 각 유럽 국가들과의 BIT에 맡겼지만, 그 사이에 EU 회원국이 늘어나지는 않긴 했다.
참조
정확히는 Arrêt(CJEU의 작업언어가 불어임을 염두에 두시라)이지, Jugement이 아니다. Jugement은 1심 판결을, arrêt는 파기법원의 결정을 의미. 프랑스 식 개념의 파기법원의 발전 형태(!)가 바로 ICJ나 CJEU/ECJ이기 때문이다. 영문 버전을 보면 그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를 알기 힘들다.
요새 탐사보도 기자 피살 사건과 관련하여 음모론을 퍼뜨리는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이다.
재미나는 점은 3자 참여한 국가들의 의견서다. 투자를 주로 하는 국가들(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은 독일 재판소에서 해도 된다는 의견이었고, 투자를 주로 받는 국가들(체코,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키프로스, 라트비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고... EC!)은 슬로바키아 말이 맞다는 의견이었다(참조 4).
CETA는 ISD를 위해 별도의 Investment Court System (ICS)의 설립을 협정문 상 계획하고 있다. 동 조항이 과연 회원국 영토 내의 법원에서 소를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회원국으로부터 박탈하는 것이 아닐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