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범한 지방의회, 첫 해외연수 실태는?
6.13 지방선거로 당선된 민선 7기 지방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초자치단체의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그동안의 지방의회와 다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도, 우려도 있었습니다. 민선 7기 지방의회가 첫 스타트를 끊은 지금, 항상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던 지방의회들의 해외연수 실태는 과연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먼저, 민선 7기 지방의원들의 첫 해외연수는 어떠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 지역 자치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 연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5개 자치구에 공무국외여행 계획서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하여 받은 내용을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의회 중 2018년 하반기에 공무국외여행을 계획한 기초의회는 구로구, 금천구, 용산구, 은평구, 양천구, 서대문구를 제외한 19 곳입니다. 19개 자치구 중 정보공개가 늦어지고 있는 종로구를 제외한 18개 자치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자치구에 따라 상임위 구분 없이 연수를 다녀온 자치구들도 존재하고, 상임위 별로 서로 다른 국가로 연수를 다녀온 곳도 존재합니다.
가장 많은 기초의회에서 연수 국가로 선택한 나라는 독일입니다. 강남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 관악구의회가 연수 국가로 독일을 선택했습니다. 성동구의회와 영등포구의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도봉구의회는 독일과 덴마크를, 중구의회는 독일과 체코를 골라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독일 연수를 계획한 기초의회가 여럿 있지만, 그 연수의 성격은 많이 달랐습니다. 먼저 관악구의회의 계획서를 살펴보겠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생태주거단지, 독일사민당 당사, 독일연방정치교육원 방문 등 연수 일정 전체가 지방자치 제도와 도시재생 모델을 살펴보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연수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일정표를 구성했습니다. 특히 매일 간담회를 실시하여 방문기관을 리뷰하고 일정을 점검하겠다고 명시해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지방의회의 해외연수가 '관광 자원 벤치마킹'을 명목으로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는 연수 계획서입니다. 향후 제출 된 국외연수 결과 보고서의 내용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똑같이 독일을 방문한 강남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의 일정을 살펴보면 노인 복지시설, 시의회 방문 등의 계획도 존재하지만 일정의 절반 정도는 시내 견학, 관광지 견학 등의 내용입니다. 중세 풍의 아름다운 동화 마을 로텐부르크를 견학하면서 가로수길 관광 인프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하면 뭔가 어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포도밭이 가득한 성곽 도시 뷔르츠부르크를 견학하면서 가로수길, 코엑스, 압구정 로데오 거리 등을 도는 강남 시티투어 코스와 비교해본다고 하면 견학 대상을 완전 잘못 잡은 느낌이 듭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관광 자원 벤치마킹'을 명목으로 관광지들 돌아보는 것에 지나지 않느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의구심이 드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보통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은 조례나 규칙을 통하여 '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있습니다. 보통 구의원,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 추천자 등으로 구성되며, 민간위원 비율이 보통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10월 8일 열렸던 강남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민간위원들이 강남구의회의 연수 일정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연수 일정이 너무 관광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 의회 연수인지 여행상품인지 의심스럽다, 공식적인 기관 방문의 목적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들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연수의 주체인 행정재경위원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복지시설 관련 기관 방문을 추가 섭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지만, 과연 그렇게 연수가 진행되었는지는 추후 공개될 연수 결과 보고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남구의회의 경우 민선 7기에 들어 역대 첫 민주당 의장이 배출 되는 등 인적 구성이 크게 변화한 기초의회입니다. 그 뿐 아니라 지난 해 공무국외연수 결과 보고서 표절 사실이 밝혀지고, 항공권과 교통비 집행을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해 일부 환수되는 등 크게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올해 초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국외여행의 일정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부터 다른 기초의회와 비교했을 때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쉽게도 강남구의회만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터키 연수를 진행한 노원구의회,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경유하는 유럽 연수를 진행한 성북구의회 역시 대부분의 일정은 관광지 방문으로 채워져있습니다.
노원구의회의 연수 계획서를 언뜻 살펴보면 공식적인 기관 방문들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연수 일정 자체가 관광 일정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연수 4일, 5일째 방문하는 콘야, 안탈랴의 경우 각각 전통 춤 세마와 해안 휴양 도시로 명성이 높은 곳입니다. 파묵칼레, 에베소 유적지, 트로이 유적지 등으로 이어지는 다음 날 일정들 역시 노원구의 관광 자원들과 연결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명소들입니다.
흥미롭게도 노원구의회의 연수 일정은 올해 초 터키 연수를 진행한 전북 진안군의회의 연수 코스와 대부분 겹칩니다. 2017년 터키 연수를 다녀온 강원도의회, 2017년 연수를 진행한 경기도 구리시의회 역시 유사한 코스로 해외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기관 방문과 공부를 위해 연수 일정을 짜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우선에 둔 연수 일정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성북구의회의 유럽 연수 일정은 더욱 노골적입니다.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 개발 사례분석'이라 목적을 밝힌 것은 황당할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강도 접하지 않은 성북구에서 밀라노 운하 운영 방안에 대해 견학하겠다거나, 높은 산도 없는 성북구에서 융푸라우요흐 등반 열차 사례를 분석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운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처음부터 관광성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제대로 지적되고 걸러지지 않는 상황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외공무여행 심사위원회에 구의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계획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심사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심사 내용도 매우 형식적입니다. 구의원으로 심사위원회에 참여한 위원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게 저도 내년이면 가야될 형편인데 다 적정하다고 봅니다"라고 발언하기도 합니다. 한 심의위원은 의장과 부의장도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이코노미석을 타느냐며, 예우 차원에서 비즈니스석을 타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관련 조례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심사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도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각 자치구에 청구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여러 자치구의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바로 회의 시간입니다. 위에서 문제를 제기한 노원구의회와 성북구의회에서 열린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각각 18분, 28분 만에 회의가 마무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성북구의회는 심사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회의가 길어졌습니다. 강서구의 경우 18분, 영등포구는 21분, 성동구와 중랑구도 27분만에 회의를 마친 것으로 나타나있습니다. 관악구, 동작구, 동대문구가 한 시간 가량 회의를 진행한 것과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심사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수를 준비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미리 확인하고 감시할 통로도 막혀 있는 자치구가 많습니다. 서울 지역 자치구의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전수 조사한 결과, 규칙 상 공무국외여행 계획서를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되어 있는 자치구는 9 곳입니다. 나머지 16개 자치구는 계획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있을 뿐, 홈페이지에 공개해 시민에게 알릴 의무는 없습니다. 계획서를 미리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강서구의회의 경우,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한 장 짜리 여행 의결서만 올라와 있을 뿐, 참석 의원 명단이나 예산, 세부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사위원회의 회의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4개 기초의회에서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규칙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원구의회와 동대문구의회는 규정을 위반하고 홈페이지에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사위원회 회의록들을 살펴보면 해외연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는 구의원들의 발언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천만원의 세금을 들여서 진행하는 해외연수에 대해 시민들이 미리 계획서도, 회의록도 살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연수 계획서도,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은 노원구의회와 성북구의회의 해외연수 일정이 관광 일정으로 가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개하지 않고, 감시 받지 않는 지방의회, 민선 7기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계획서와 회의록을 공개하는 규정이 없는 자치구들은 많지만, 해외연수 결과 보고서는 25개 자치구가 모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해외연수를 진행한 자치구의회들이 과연 제대로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내용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분석 대상인 서울 지역 18개 기초의회 공무국외여행 계획서, 심사위원회 회의록 등의 자료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 확인하시려면 여기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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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저렇게 많은 인원이 자주 해외연수를 갈필요가 있나 싶네요.
연수를 다녀오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연수의 성과를 지역 주민들과 나누기 위해서 철저하게 보고서를 쓸 필요가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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