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노트] 남북한 단일팀,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은 많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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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에 앞서 이낙연 총리는 단일팀으로 논의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메달권과 멀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리고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결국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경색되었던 남북관계에 모처럼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에는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지만, 앞서나가도 너무 나갔다. 2월 9일 개막 예정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고작 3주 남짓 남았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뒤로 하고 4년간 땀과 눈물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했을 선수들의 꿈은 정치적인 계산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역사적 명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잃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1. 공정한 경쟁을 표방하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
    정부 측 안은 대한민국 선수단 기존 엔트리 + 북한 선수단 추가이다. 그리고 IOC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특정 팀의 엔트리를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장 같은 조에서 경쟁하는 스위스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선수들이 행여나 좋은 성적을 내도 문제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경기를 치르는 토너먼트대회는 선수단의 체력관리가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나라만 엔트리가 늘어나면 참가국들로부터 당연하게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선수들의 노력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얻어낸 보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단일팀 특혜로 평가절하될 것이다.

  2. 단일팀 선수 선발의 전권책임은 감독에게
    또한 정부는 선수 선발의 전권을 감독에게 일임하겠다고 하였다. 더 웃음이 나는 부분이다. 당연히 선수 선발의 전권은 감독에게 일임되어야 한다. 정치적인 개입이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상황이 참 웃기게 되었다. 이렇게 국민들의 여론과 정면으로 맞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단일팀을 성사시켰다면, 북한 선수가 반드시 출전을 해야 한다. 단일팀 조성을 위해서 무리수를 써놓고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감독에게 선발 전권을 맡기겠다는 이야기에 감독이 주변의 압박 없이 소신있게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까? 오로지 다음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외국인 감독에게 선발을 두고 남북문제를 짊어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3.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
    엔트리가 늘어나든 늘어나지 않든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이다. 엔트리에 몇 명이 들어가건 결국 경기 수, 출전 시간, 출전 인원은 제한되어 있다. 또한 아이스하키는 팀 스포츠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 잘 짜여진 팀의 조직력이 더 우선시되는 종목이다. 하지만 고작 20여일 남짓 앞두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메달권이 아니라서 전력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그 방법은 틀렸다. 오히려 팀 전력 그리고 사기까지 떨어지는 방식이다. 아니면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니 희생해도 상관없다는 뜻일까? 선수들이 고대하며 준비했던 꿈의 무대가 고작 장면 하나 만들기 위해 훼손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진다.

  4. 얻을 것은 보이지 않는 신기루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보여주기식 무리한 대회 유치로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은 인천아시안게임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거기에 더해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과 맞서 얼음물을 끼얹었다. '그림'이 나올지는 몰라도 그 그림이 국민들의 냉소적인 시선 속에서 기대만큼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국제정세는 비트코인보다 더 시시때때로 변한다. 역사적 명장면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림'은 결국 보이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림 하나 만들고자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비트코인이야 내 돈 잃으면 끝이지만 이 그림은 어떻게 해야 될까? 평창올림픽 폐쇄 방안을 검토해야 할까?

평창올림픽은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짧다.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말은 잘하지만 피해는 필수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고스란히 4년동안 노력한 선수단과 감독의 몫이다. 굳이 평창이어야 하는가? 대안도 존재한다.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통한 단일팀 구성 등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으며, 남북한 정기전과 같은 스포츠 교류의 장을 조성해도 된다. 오히려 지속성에서 더욱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얻을 것은 보이지 않고 잃을 것은 너무나 많은 무리수를 왜 두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론을 수렴하겠다면서 선수단, 감독, 다수의 국민들까지 반대하는데도 단시간 내에 북한과 합의까지 이른 정부의 이제까지 보지 못한 졸속처리와 불통에 강한 아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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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일팀과 암호화폐에 대한 무지를 보면서 문정부에 대한 지지가 조금 흔들렸습니다. 어떤 상징성 하나를 제외하면 실익도 없는 단일팀을 왜 고집하려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ㅜㅜ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습작 같지 않은 아주 단단한 글을 쓰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자주 소통하며 배우겠습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국민과 생각이 통하는 정부를 뽑았더니 너무 옛날 정부입니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걸 요즘 코인규제와 단일팀 논란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여러모로 참 아쉬운 결정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보여줬던 행보와 정반대의 행동을 해서 참 의아하네요..

이번에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 메달권이 아니니 흥행이라도 하자는건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