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노트] 백지공포증 - 스팀잇에 글쓰기가 두려워지다

in #kr7 years ago

2018년 1월의 추운 겨울,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친히 나를 찾아오셔서 열이 40도까지 떡상하며 고점을 찍었다. 흔한 감기인 줄 알고 일주일동안 끙끙 앓으며 버텨봤지만 더 이상은 견뎌낼 재간이 없어 항복을 선언하고 병원을 찾아 링거를 맞았다. 열은 더 이상 오르지 않지만 기침은 아직 멎지 않는다.

아픈 와중에도 노트북을 켜고 스팀잇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들어오고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곳이 스팀잇이 되었다. 그만큼 나의 삶 한쪽 구석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스팀잇에 대한 관심이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스팀잇에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작년 말, 스팀잇을 알게 되고 몇 자 끄적이면서부터 마음 속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보팅에 의해서 내 글이 평가받고 보상이 매겨지면서 나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을 쓸 것인가? 정답은 물론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으면 되는 것이지만,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이 고민은 반복해서 찾아와 스트레스를 안겨주곤 했다.

운좋게도 지역신문의 지면 한 면을 맡아서 콘텐츠를 올리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이 고민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이것이 뜻밖의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생각을 두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글들을 읽으면 나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곤 한다.

아, 이게 큐레이션을 하는 재미일까? 그동안 스팀잇을 하면서 내 글 쓰기에만 골몰했을 뿐, 다른 사람의 글에 관심을 가졌나 스스로 물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보팅과 내가 받을 보상에만 집중해 글을 쓰려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글 읽는 재미까지 앗아가버렸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어 돌아온 것 같다.

독립서점의 한 책에서 "백지공포증"이라는 단어를 보고 꼭 내가 느끼는 심정과 비슷해서 메모해두었는데 참 적절한 단어 같다. 이제 그 공포증을 읽는 재미로 해결해보려 한다. 글이 쓰이지 않을 때는 읽어두고 메모하고, 쓰고 싶을 때 꺼내어 적절하게 활용하면 다시 글 쓰는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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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많이 아프셨나봐요.
저도 이번 겨울에 감기를 두 달 동안 심하게 앓았었어요.
일단 감기가 다 나을때까지 푹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따뜻한 차를 꾸준히 마셔주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잠도 푹 주무신다면 곧 좋아지실 거예요. 얼른 몸 상태가 좋아지시길 바랄게요!

이번 독감은 참 지독한 놈 같습니다 ㅋㅋㅋ
@vanila님도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