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보며~

in #kr7 years ago (edited)


이정순님(캐나다)의 수필을 소개합니다.

작년 이맘때 십오 년간 살던 집을 떠났다.

새로 이사할 집에 쑥을 옮겨 심을 장소부터 마련했다.

봄이면 식탁에 올라 아버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캐나다로 이민 온 이듬해 봄,
아버님은 쑥뿌리를 신문지로 겹겹이 싸서 가져 오셨다.

떠난 자식 뭐가 이쁘다고 내가 좋아하는 쑥을 애지중지 들고 오셨단 말인가?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쑥은 아무데서나 잘 자라니 내년 봄엔 쑥국을 먹을수 있을게다."

이왕 낯선 땅에온 너희도 뿌리 내리고 잘 살라는 뜻이었다.

이민 생활이 힘들고 주저 앉고 싶을때 마다 그말을 되새겼다.

아버님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을 대신해 봄이면 늘 논두렁에서 부드러운 쑥을 캐 오셨다.

그러면 어머님은 굴을 듬뿍 넣고 쑥국을 끓였다.

"아이고 시원타. 자네가 끓인 쑥국이 사 먹는 것보다 영 시원타"
무뚝뚝한 아버님만의 사랑 표현이었다.

연세가 든 아버님은 수전증으로 오른손을 몹시 떨었다.
국 숟가락을 들땐 더욱 심해 절반도 안되는 국을 입으로 가져 가실때 마다 내마음이 오그라드는듯 안타까웠다.

그때 왜 국을 떠먹여 드릴 생각을 못했을까?

날씨가 추워지자 아버님 묘에 떼을 입히듯 낡은 헌 옷가지를 숙 뿌리위에 정성껏 덮었다.

'아버님이 보고 싶어요."
' 허허!아기도 네 시어미 만큼 쑥을 좋아하제?'

지천명이 넘어선 며느리도 아기라 부르던 아버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버님은 가셨지만 그 사랑은 쑥향기처럼 내 가슴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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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숨이 찡한 글이라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납니다.
내~ 내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게 항상 감사하며 사네요~

마음에 남는 글이네요. 생굴도 좋지만, 생콩가루에 쑥을 버무려서 된장국을 끓어도 맛있습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