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이론과 실제> 책 리뷰
영화비평 방법에 대한 15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뚝딱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얇아요.
1 . 비평의 위기와 대안
1995년 <씨네21>의 창간 이후로 영화잡지 전성 시대가 있었어요. 영화를 소개하고 평론가의 글을 싣는 잡지들이 우후죽순 창간되고 잘 나갔지만, 2000년 인터넷의 보급 이후로 안 팔려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지금은 씨네21과 몇몇 독립출판 잡지들이 남아있을 뿐이죠. 인터넷은 모든 출판산업을 잡아먹었지만, 영화 비평 쪽에는 좀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영화사들도 평론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파워블로거나 유투브, 페이스북 스타들에게 관심을 줍니다. 대중 역시 평론가의 말을 듣고 영화를 보기 보다는 유투버나 파워블로거의 소개를 듣고 재밌겠다 싶으면 보는거죠. 평론가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져가는게 현실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비평가가 전혀 필요 없는 시대를 만들었는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보아요. 오히려 인터넷은 기록을 저장하고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탓에 좋은 평론은 굉장히 빠르게 퍼지는 기능도 한다고 말입니다. 그 예로 2010년에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쓴 평론집이 이례적으로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미 발표한 비평들을 모은 것에 불과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사서 읽는 독자층이 많다는 것은 평론가가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고, 그의 세계관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일때 충분히 힘이 있다고 말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비평위기의 문제는 오히려 내부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평론가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쓰다보니, 네티즌들도 쓸만한 글을 쓰고 있는 것, 영화산업 혹은 감독과 영합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제안은 평론가들이 대중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아마추어들이 흉내낼 수 없는 세련되고 전문적인 글을 쓸때 오히려 평론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요. 읽기 쉬운 글보다는 전문성이 깊은 글. 그래서 꾸준히 치열하게 공부해야한다고 말합니다.
2 . 영화비평은 영화에 기생하는가?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영화를 가지고 판단하고 평가하지만 영화를 만들지는 못하니, 감독이나 영화산업에 기생하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비평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된 생각입니다. 저자는 우선 비평은 평가가 아니고 해석이라고 말합니다.
해석이란 무엇인가요? 해석은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만을 전달한다면 정말 비평이 작품에 기생한다고 보는게 맞겠죠.
반대로 작품에 내재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서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비평은 해석이 아니라, 비평가의 소설이 되고 맙니다.
비평은 "작품이 잉태하고자 하는 것을 해석하는 것이다"라고 신형철 평론가가 말합니다. 그래서 비평은 작품을 '까는'것이 아니라 '낳는'것이라고 저자가 말합니다. 비평 역시 창조의 작업이라고 말입니다.
3 . 평론의 방법론
평론의 방법에는
- 장르론
- 작가주의
- 구조주의 : 이데올로기론
- 정신분석학
- 후기구조주의 :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가 있습니다. 하나씩 설명하기엔 기니까 그냥 이렇게 분류만 써둘게요.
장르론(장르적 해석)과 작가주의(감독의 작품세계 해석)은 대부분의 평론을 위해 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장르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거나, 감독의 작품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합니다.
덧붙여 작가가 소개하는 좋은 평론을 쓰는 방법은 필사입니다. 좋은 글을 필사하다보면 글의 전체 구조와 문장구조등이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고 합니다.
4 . 후기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솔직히 '계속 공부해야한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평론계가 망하는 것이다.' 등등 계속 찡찡거리는 문체를 참아가면서 읽는건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지루함이 있습니다.
과연 평론가의 전문성, 글 실력이 떨어져서 비평이 안 팔리는 걸까요?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요? 비평이 잘 팔리는 아이템이 아니기에 평론가들의 전문성, 글 실력이 떨어진건 아닐까요?
저 역시 살아남는 평론가들, 스타 평론가들은 항상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에게 노력과 공부보다는 더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지는 사라진 비평가들이 공부하지 않아서, 전문가가 아니라서 사라진게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인터넷 시대에 잘 팔리는 글은 현학적인 글을 쓰는 능력보다는 대중이 주목한 아이템을 이해하는 것, 아이템을 자기 세계관으로 풀어내는 것, 대중들이 쉽게 읽히게 풀어내는 센스에 더 가까운 재능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좋은 평론이란 여전히 대중이 읽기 쉬워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얇은 책이라 부담없이 읽기 쉽고, 좋은 평론들을 전문, 부분 예시로 인용하고 있어서 참고하기도 좋고 평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출퇴근 길에 읽기 좋은 책이 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