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캠프일기_20171107

in #kr6 years ago (edited)

펭귄과 함께한 남극 캠프 일기.

그것은 행운이고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외국도 몇번 못 가본 나에게 남극에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런일이었다.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7년간 남극의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 등 두곳의 남극기지에 8번을 방문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가 그렇게 많이 남극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어느순간 남극이 익숙해져 버리고 처음의 기분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적 같은 순간들이 언젠가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 되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건 그때문이다. 8년 동안 약 70번의 비행과 2번의 아라온 항해, 30회이상의 헬기를 타며 남극을 보았다. 남극기지에서 만났던 사람들, 사건들 그리고 펭귄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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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있었다. 하얗고 검은 대륙위를 날고있었다. 발아래서 느껴지는 진동과 귀에 들어오는 소음이 엄청나 이마가 지끈거렸다. 작은 쪽창으로 보이는 바깥세상은 너무 밝아 현실감이 없었다. 천국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문득 만화에서나 보았던 피라미드나 비밀기지의 문이 있지 않을까 계곡사이를 살펴보다, 피식 웃음이 났다. 비행기의 안은 어둡고 추웠다. 어디선가 히터가 나오는 것 같았으나, 발 아래까지 온기가 닿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몸도 움직이기 어려운 좁은 좌석에서 어찌할 바가 없었다. 옆 좌석에는 노란머리의 외국인이 고개를 젖히고 잠들어 있었다. 비행기를 오르기 전 받았던 종이 백이 눈에 띄었다. 안에는 말라가는 샌드위치 두개와 사과 한 개, 물 한통이 들어있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샌드위치를 꺼내 한입 매어물었다. 얇게 썬 햄과 마찬가지로 얇은 양배추가 들어있는 샌드위치였다. 그만 먹을까 하다가 하나를 꾸역꾸역 입에 다 밀어 넣었다. 비행기를 탄지는 여섯 시간쯤 지난 듯했다. 예정대로라면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창 밖의 풍경은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구름사이를 날고 있는 듯하다. 듣지 못했는지 안한 것인지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의 얼굴이 한순간 스쳐 지나갔다. 5개월을 이제 이곳에서 보내야한다. 어느정도의 기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두워 책도 보기 어렵고, 휴대폰의 음악도 비행기의 소음에 묻혀 버렸다. 이미 민감해져 버린 청각때문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전선이 어지럽게 엉킨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 비행기가 바닥에 닿는 느낌이 쿵 하고 올라왔다. 짐작도 못했던 착륙이다. 모두들 놀랬는지 웅성거린다. 구름사이에 있던 이유는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서 하강중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밝은 빛이 한순간 비행기 안에 몰아쳤다. 잠깐 멀었던 눈이 시야를 회복하니, 밖의 풍경이 들어왔다. 하얀 얼음의 세상.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여 하나 둘 비행기를 빠져나갔다. 묘한 흥분상태가 번져왔다. 남극대륙의 해빙위에 발을 내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일년 여 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올해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차가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멀리서 장보고기지의 설상차가 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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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남극캠프라니~ 너무멋진 일이네요!!

멋진일이지만 힘들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올려볼게요. 감사합니다.

네 저로선 상상도 못할일입니다~대단하세요!!

저도 행운이죠~^^ 남극에 가볼줄 누가 알았겠습니까.ㅎ 세상일이 참 신기합니다.

글과 사진을 보면서도 상상이 가지 않네요 무려 남극이라니

^^ 저도 제가 여러번 다녀왔다는게 실감이 안나네요. 기록용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와~남극의 이야기 기대할께요^^

감사합니다. 기대해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방문 및 댓글이 더 감사합니다~^^

엄청난 경험이네요.

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한경험입니다. 재밌게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극이라니... 남극탐험 게임에서만 본 그곳이 실제로 이렇게 보이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남극에 갑니다. ^^
남극 풍경 기대해주세요~

스팀잇에서 남극을 보게 될 줄이야 :O
아주 멋집니다 b

감사합니다. 꾸준히 글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오, 공항이나 활주로가 없이 얼음 위에 착륙하는 건가요? 0.0
사진들이 유난히 쨍한 건 공기가 맑은 탓일까 짐작합니다.

네~ 해빙이 녹기 시작하는 12월 전에는 바다얼음위에 비행기가 바로 내립니다. 보통 얼음이 3미터 이상 얼어있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비행기 착륙전에 헬기가 먼저가서 검은 비닐봉지 같은걸로 대충 활주로를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 사진들이 쨍한건 말씀처럼 공기가 워낙 깨끗하고 빛이 좋아서 그런것 같네요.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힘든 파란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