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기지 이웃 이태리의 월드컵 탈락

in #kr6 years ago

2017년 11월의 어느날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탈리아가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통의 강호로 이번 탈락은 60년만이라고 한다. 장보고기지가 위치한 남극 로스해 테라노바베이에는 장보고기지와 이탈리아의 마리오주켈리기지밖에 없기때문에 이탈리아연구자들을 비교적 자주만나곤 한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나라인데 우리는 올라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떨어졌기때문에 축구얘기는 금기어가 되었다. 마침 가까운 아델리펭귄 번식지에 갈일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도 그곳에서 이탈리아 연구자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간단한 얘기들을 나누는데 이야기 주제로 축구얘기밖에 떠오르지 않는것이다. 생각안하려고하면 더 생각난다고 하지 않던가.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탈리아 연구자가 먼저 축구 얘기를 꺼냈다. 막상 축구얘기가 나오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탈리아기지에는 1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와있다고 하는데, 소식이 전해지자 기지가 침울해졌다고 했다. 미안하단 말밖에는 할말이 없었다.
세종기지를 가기위해서 거쳐가는 칠레 또한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이다. 2014년에 세종기지를 들어가는 길에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의 호텔에 머무는데 한밤중에 밖이 시끄러웠다. 카퍼레이드라도 하는지 지나가는 차량들이 빵빵대는 것이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다. 알고보니 지역 우승팀이 방문한 모양이었다. 칠레의 축구사랑이 대단한데, 저녁식사를 하러 음식점에 가보면 대부분 축구경기를 보여주고, 손님들은 맥주한잔씩을 들고 저마다 축구를 보고 응원을 했다. 축구경기가 없는 날도 이럴진데, 경기가 있는날은 음식점에 손님이 가득차고 응원소리가 대단했다. 2006년 독일월트컵 당시 나는 거리응원을 꼭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불행히도 2002년 월드컵당시 나는 군대에 있어 거리응원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도 나름 부대인원 전원이 모여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친구들을 통해 듣는 바깥 세상의 응원과는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강호들을 물리치고 4강에 갔으니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이럴줄 미리 알았다면 군대를 연기라도 했을텐데,,하는 후회까지 했었다. 얼마나 한이되었던지 전역하고 나면 꼭 거리응원을 하리라고 다짐까지 했었다. 2006년 월드컵의 한국전 첫 상태는 아프리카의 토고. 광화문앞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응원하면서 이런기분을 2002년에 느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는 이겼고,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얼싸안고 승리의 기뿜을 누렸다. 이미 집에가는 지하철과 버스는 끊긴 시간이었고, 흥분한 친구들과 나는 학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청계천을 따라 당시 다니던 학교까지는 대략 한시간이면 갈 수 있을 듯 했다. 응원을 한다고 빨간옷과 빨간수건을 들고 길거리를 걷고 있으니, 지나가던 차들이 우리를 보고 빠빵.빵.빵빵. 하는 경적을 울렸다. 그런차가 지나갈때마다 길을 걷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또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칠레의 한 도시에서 지난 월드컵생각이 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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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주켈리기지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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