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욕망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의 거리. 가부키쵸 -2부-
가부키쵸.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야쿠자의 거리, 어른들의 거리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 이명들은 사람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의 욕망이 모인곳에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들이 있고 그 욕망이 음성적인 것일수록 법이 보호하지 않는 이권을 두고 쟁탈과 범죄행위가 일어나는 건 일본 뿐만이 아닌 모든 인간 사회의 모습이다. 가부키쵸 또한 이런 인간 사회의 단면중 하나일 뿐이다.
신주쿠역과 가부키쵸는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 가부키쵸 까지 걸어가면서 내 눈에 들어온 파칭코-슬롯 게임장, 애니메이트+, 일본 음식점들, 빅카메라 등은 일반적인 일본의 관광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고 가부키쵸에 대한 소문들이 과장되어 있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오만가지 컨셉의 성인 가게들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성인 산업 역시 일본의 단면중 하나이니...
가부키쵸에 들어서는 순간 5개국어쯤은 자유롭게 구사 하는 듯한 다국적 삐끼들이 들러 붙었다. 구글 이상의 인종, 성별에 관계 없이및 다국적, 다언어 사용자들이 모인 일자리를 뽑으라면 가부키쵸 삐끼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삐끼들은 일본어,중국어,한국어,영어, 그리고 처음듣는 언어 몇가지를 연속적으로 쏟아내며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하면서 들러 붙기 시작했고 나는 무시 혹은 Sorry라고 한마디로 대화를 차단하고 욕망의 일번지를 헤치면서 내 호텔로의 길을 개척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바닥만 보고 갈수는 없었고 여기저기 간판들을 구경 했는데 돌이켜 보면 이런 초짜 같은 행동이 삐끼들의 호구레이더에 탐지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거기서 나름 가부키쵸 답게, 일본다운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비록 그 가게들의 존재를 안 것만으로 삐끼들에게 시달린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
가부키쵸의 성인 거리를 크게 세가지 분류로 나누자면 이렇게 분류 되는것 같았다.
1. 이성애자 성인 남성의 거리
2. 이성애자 성인 여성의 거리
3. 동성애자들의 거리
신주쿠 지하철 역에서 내가 예약한 호텔까지는 1번과 2번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가부키쵸 다운 사건들을 목격 했다.
1. 삐끼에게 속아 지갑이 털려 발을 동동 구르는 중국인
가부키쵸의 건물들은 매우 좁다. 좁다고 밖에 말할수 없을 정도로 안의 면적이 충분치가 않다. 이는 음식점도 그렇고 술집도 그렇다. 신장 180cm의 남자가 어깨를 피기 힘들 정도로 좁은 건물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바꿔 말하면 좁은 면적에서 고객(호구)들의 회전율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고 만에 하나 고객(호구)의 도주를 입구를 막는것 만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무심코 봐서는 모르지만 좁고 작은 건물에 가게가 저렇게나 많이 들어가나 싶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런 건물들은 엘레베이터로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있고 또한 작동때마다 열쇠로 인증을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말 그대로 들어갈때는 마음대로지만 나올때는 아닌 건물들이다. 삐끼들의 거짓말에 속아 이런 건물에 들어가게 되면 여성과 30분대화 하는것 만으로 80만원을 협박조로 지불했다는 후기글들이 꽤 많이 있는데 때마침 그런 후기를 몸으로 체험하고 나오는 듯한 중국인 한명이 건물을 떠나지도, 다니 쳐들어 가지도 못하고 참으로 말못할 표정을 보여주면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았다.
2. 호스트에게 낚여 카드가 털린 후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이는 듯한 백인 여성.
한 호스트 가게에서 백인 여성이 울먹이며 나오고 있었고 50미터 밖에서 봐도 호스트인걸 알수 있을 정도의 호스트 화장과 호스트 헤어와 호스트 복장을 한 호스트 한명이 옆에 있었다. 오랜 애니메이션 시청 경력 덕에 일본어를 읽고 쓰지는 못해도 말하고 들을수 있던 나는 옆에서 주저 앉아 구글맵을 만지작 거리면서 둘 사이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99%확률로 호스트 : 오늘은 놈들이(동료 호스트) 너무 심했던것 같아서 미안해. 다음에 오면 내가 잘 해줄게. 자 여기 네 카드(여자 신용카드)랑 지하철비(현찰) 받아.
라면서 여성에게서 추후 더 돈을 뽑아내기 위한 사탕발림성 발언을 했고 이 여성은 방금 전의 울먹이면서 배신당했다는 복합적인 표정과 눈빛에서 이 호스트를 향한 감사와 안도의 표정을 약간 가지게 되었다. 아마 그대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신용카드로 최소 수백만엔의 지출을 강요당한 사기극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다시 이 호스트를 찾고 가산을 탕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호스트에게 바칠 돈도 없고 빚만 늘어나게 된다면 자신의 모든것을 바친 호스트에 의해서 가부키쵸의 흔하디 흔한 백인 창녀로 팔려나가게 될것이다. 그게 가부키쵸가 돌아가는 방식이니까.
이게 가부키쵸 입구에서 내가 예약한 호텔로 걸어가는 단 10분 사이에 목격한 일들 이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가방을 내려두고 가벼운 어깨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난 더 다양한 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