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살기] 스테레오타입
어제 일을 같이 간 교육 공무원으로 퇴직했다는 야구 모자를 쓴 자그마한 체구의 육십대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인사하는 나를 보자마자 모자 창 아래로 시선을 감추며 외면한다. 일회용 컵에 일회용 커피를 쏟아 붓고 그 비닐 포장지로 커피를 휘휘 저어 아무 말 없이 몇 자리 옆의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어제는 같이 일한 사이지만 오늘은 또 다른 일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되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나친 친분은 오히려 불편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장년층의 노가다꾼들이 자신을 지키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딱 하루치의 친절과 친분을 소모한다. 진정한 하루살이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의외로 알부자들이 많다. 집을 몇 채 가지고 있거나 상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꼬박꼬박 날일을 나오고 적극적으로 소장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거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같이 일하러 간 현장에서 부리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20대들도 있다. 보통 둘씩 셋이 모여 다니지만 홀로 인력 사무실에 나와서 앳된 얼굴로 스마트폰만 바라보다 그날 일을 나가고 나면 다음날은 어김없이 보이지 않는다.
흔히들 이런 용역에 맛을 들이면 올바른 직장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경계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이걸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같은 노가다라도 기술을 가지고 팀 단위로 움직이며 보름이나 한달 간주를 받는 이들은 하루하루 돈을 받아가는 용역들을 은근히 깔보고 무시한다.
오늘 종일 같이 일한 굴삭기 기사도 내게 이런 저런걸 묻는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같은 노가다라도 장비를 가진 이와 없는 이의 차이는 이렇게 극명하다. 난 그가 어떻게 굴삭기를 사게 되었고 온종일 왜 저 네모난 박스에 앉아서 조종간만 까닥거리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거나 측은해 하지 않지만 그는 내가 궁금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수두룩한데도 그것을 놓치거나 외면하고 인력사무실을 전전하는 것 자체가 무슨 결함과 결핍의 증거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루 벌어서 술을 사고 또 마시고 마시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술값 벌러 나오는 옆집 빨간코 홍씨 아저씨가 용역의 대명사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이다.
술기운으로 일한다는 말이 있던 과거의 노가다도 노가다꾼도 이제는 없다. 참 시간이면 어김없이 함바집으로 달려가 맥주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따라 마시던 김씨 아저씨도 막걸리를 좋아하던 석씨 아저씨도 없을 뿐더러 참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다.
사람 냄새가 점점 없어져 가는거군요
연금이 나오고 재산이 많아도 일용직에 꾸준히 나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집에서 쉬면 병이 나신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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