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 텐텐에서 타이레놀로
정의당 : 텐텐에서 타이레놀로
정의당. 2012년 진보정의당으로 창당된 대한민국의 진보정당. 2013년에 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이 정당의 국회의원은 6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정치판에서 정의당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약국에 갔는데 약사 선생님으로부터 텐텐을 얻어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같은 방향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크다. 정의당이 꿈꾸는 사회는 민주당보다 더 앞서 나가 있고, 더 개혁적이다. 그런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정의당은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국회에 의석이 있는 두 개의 진보정당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민중당) 한국에서 진보 세력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정의당과 꼭 접촉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정의당에 거는 기대는 다른 진보정당 보다 크다. 이를테면 성 소수자 문제 등에서 그러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보아라. 유일하게 성 소수자에게 손을 잡아준 사람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뿐이었다. 심상정 의원은 토론에서 중요한 1분을 그들을 위해 사용했다.
그런데도 정의당에는 ‘특정 영역에서만 우등생’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그러니까 어떤 영역에서는 그 어떤 정당보다 유능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 어떤 정당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정의당에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정의당에는 유능한 경제 혹은 안보 정당이라는 수식어가 매우 어색해 보인다. 심지어는 일부 진영에게서 ‘정의당도 여전히 종북’이라고 공격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정의당의 국방 정책을 물어보면 ‘그런 게 있기는 하나’라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한다.
하지만 정의당은 우등생이라는 이름답게 자신의 약점을 잘 안다.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그들은 주목할만한 국방 공약을 제시했다. 그것도 정의당다운 색깔로.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원내 정당 중 유일하게 모병제를 공약했다. (대선으로 확장하면 민중당도 포함된다) 단순히 하겠다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꽤 진지한 안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 공약집에서 한국형 모병제를 제안했다. 군 병력을 40만(간부 20만, 병사 20만)으로 감축하고, 전문병사(10만 명, 의무복무 4년, 최저임금-간부지원 자격 부여), 일반병사(10만 명, 의무복무 6개월)로 나누어서 모집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정의당은 나름대로 징병제와 모병제라는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이 분명하다. 모병제로 당장 가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줄어드는 병력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해서 적절히 제도를 혼용했다. 단순히 어떤 이상만 가지고 ‘당장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자신들이 현실 정치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외의 국방 공약들도 그 흔적들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들은 현실에서 정의당에 어렵게 여겨진 주제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흡수해,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정의당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인 인권과 군대를 합치니, 그 어떤 정당보다도 빛나는 국방 공약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다들 미봉책만 주장하던 군대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 정의당은 의미 있는 처방을 내린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이것들은 앞으로 관련 정책 입안자들이 중요하게 참고할 자료로 남을 것이다.
정의당은 이런 식으로 의제를 흡수하고, 재창조하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성과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역대 진보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5위, 6.17%, 약 200만표) 그리고 현재 정의당의 지지율은 4~6%로, 그들이 국회에서 점유하고 있는 비율보다 (약 2%)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또한, 민주평화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함으로써, 진보정당으로서는 최초로 원내 교섭단체가 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사표 심리와 선거제도의 불합리, 당원 게시판의 혐오 논란 등등 거쳐야 할 길은 멀지만, 계속해서 정책이라는 무기를 잘만 닦는다면, 정말로 정의당이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제1야당으로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을지 모른다. 정의당은 과연 약국에서의 한두 개씩 챙겨주는 텐텐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찾는 타이레놀이 될 수 있을까? 또한, 대한민국의 적폐라는 두통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건 처방을 내려주는 여러분들 손에 달렸다. 정의당은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린다.
정의당 관련내용 잘봤네요.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