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가 추천하는 한국 법정드라마 개과천선 (미리니름/스포 있음)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한둘셋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의사(메디컬), 법정, 어떤 걸 선택해도 그 장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한국의 법정영화나 법정드라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나름 추천해드릴 드라마가 있어서 글을 씁니다.

2014년에 방송된 김명민이 주연한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는, 제가 본 한국 법정영화나 법정드라마 중에 자료조사가 가장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일화들은 대부분(혹은 전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다만 아래에 나오는 실제인물들은 자음으로만 표시했습니다.)

이 드라마에 나온 사건들은
강제징용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신일본제철을 대리한 사건,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진로소주 쌍방대리 문제가 된 사건,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신의 ㅎㅁㅅ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해외계좌 사건(드라마에서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나옵니다),
등을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외 극중 유진그룹 CP 사건은 동양그룹 CP 사건을 각색한 것으로 보이고, 법무부장관 후보로 경합하던 다른 후보자의 혼외자 문제는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을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 한국 1위인 법률사무소 차영우는 모범 납세자 표창 3번 받앗다고 나오는데, 모범 납세자 표창 받아서 세무조사 면제받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이 은행상품에 가입해서 피해를 본 사건은, 실제 많은 문제가 있었던 KIKO(키코) 사건을 각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극중 은행상품 사건을 수사하는 이선희 검사(극중 이름)는 회계사 출신인데, 실제 키코사건을 담당한 ㅂㅅㅈ 검사가 회계사 출신입니다. 피해기업 고소대리를 할 중수부장 출신 서인후 변호사(극중 이름)가 나오는데, 실제 키코사건 고소대리를 한 ㅇㅇㄱ 변호사(ㅂㄹ)는 중수부장 출신입니다.

은행상품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극중에서 법률사무소 차영우의 대표가 중앙지검장을 날려야겠다는 대사를 하는데, 실제 수사도중 ㄴㅎㄱ에서 ㅎㅅㄷ로 지검장이 바뀌었고 그 때문에 수사탄력을 잃고 담당검사인 ㅂㅅㅈ는 검찰 수뇌부에 충돌을 보인 후 공판부로 전보되었다 사표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극중에서도 이희선 검사는 공판부로 전보되는 게 나옵니다). 새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온 ㅎㅅㄷ가 직전제 서울고검장이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인사를 하는 게 이례적인 인사라는 말이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뀐 ㅎㅅㄷ 지검장은 검찰총장 시절에도 대기업 봐주기 구형 논란으로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던 사람입니다.

또한 극중에서 은행상품 사건의 가처분을 인용해준 담당재판부의 부장을 승진시켜서 사건에 더이상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 키코 사건을 담당하고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한 민사 50부의 민사수석부장 ㅇㄷㅁ은 극중에서 이동훈으로 나와 한 글자만 다르고 키코사건이 한창이던 2009. 2. 드라마 대사처럼 법원도서관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민법연구회 출신의 박형수라는 판사가 극중에 나오는데, 실제 민사판례연구회라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 ㅂㅂㄷ 대법관이 ㅇㄷㅁ 후임으로 민사수석부장판사로 민사 50부로 갔습니다.
또한 극중에서 먼저 판결 선고일자를 잡은 17기 부장이 있는 재판부의 판사 이름이 이성근으로 나오는데, 실제 17기에 민사 21부 부장이 ㅇㅅㄱ으로 받침 하나만 차이가 있습니다.

극중에서 김석주(김명민)를 대신할 전지원이 박영태 대법관 밑에서 로클럭(재판연구관)을 하고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박영태 대법관이 대법원장이 될 테고 '무슨무슨' 사건 때문에 대법원까지 갈테니, 전지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차영우 대표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후 대법원장이 되는 ㅇㅇㅎ이 94.부터 2000.까지 대법관을 했는데 대부분의 기간이 겹치는 93.부터 98.까지 무려 5년간 재판연구관을 해서 재판연구관 기록을 가지고 있을만큼 대법관한테 인정받았던 ㄱㅈ의 ㄱㅅㅎ 변호사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각색하면서, 담당 판사나 검사의 이름을 거의 비슷하게 쓰고, 연수원 기수도 같게 썼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가 얼마나 자료조사를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사건에 관여한 판사나 검사들의 이름이 실제 사건의 담당자들과 거의 비슷하다고, 실제 담당검사나 판사 인사에 법률사무소 차영우가 상징하는 우리나라 1위 로펌이 관여했는지 여부가 확인된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럼에도 실제 있었던 사건에 토대를 두었기에, 한국의 많은 법정드라마나 법정영화와 달리 허황되었다는 느낌이 덜했고, 김명민과 김상중의 연기가 훌륭했기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습니다.

아쉽게도 쪽대본 문제가 있었고,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법정드라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개과천선이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현직 변호사로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추신

이 글에 나오는 내용은 글쓴이 개인의 추측이 개입하여,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주관젹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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