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Why economists don't agree with Bitcoin (5)
바로 이어서 가죠.
2.
그런데, 슘페터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 신용창출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돕고, 그 혁신이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매력적인 이론 전개 과정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현실 세계에서는 사실상 불황기에 잘못된 정책 (긴축) 제안으로 이어지게 되었냐하는 부분의 단서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검토하고 집행하는 사회주의의 계획 위원회에 비유한다면 은행은 무엇보다도 먼저 계획안을 내어놓는 기업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은행관리가 대출계약에 명시된 이상으로 기업의 이해에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가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비판적이고, 검토하고 경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자와 마찬가지로 은행가는 정부, 정치인, 대중에 대해 철저하게 인기가 없을 때 역할을 다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슘페터는 아마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은행은 독립적이어야만 합니다. 은행가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이 평형 (사실상 정체에 빠졌다는 의미입니다.)에 도달해 있을 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가에 의해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를 시도하는데 있어서, 그 기업가가 기존의 저축만으로 필요한 자본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갖는 새로운 시도에 충분한 자본이 공급되는 것은 평형상태에서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신용을 창출하여 혁신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은행가가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려는 기업가가 아닌 기존의 기업가들과 한 편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현실에서는 정부, 은행가, 기존의 기업가가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 20세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법과 경로, 시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멕시코, 아르헨티나, 태국,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미국, 유럽 등에서 80년대 이후 순차적으로 발생한 경제위기의 공통점이 바로 정부, 은행, 기업가가 한통속이 되면서 발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은행가나 경제학자는 정부, 정치인, 대중에 대해 철저하게 인기가 없어야한다라고 했는데 어떤가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Banker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Investment Banker가 선망의 직업이 된지는 최소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자는 어떤가요? 적어도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던 시기에도 Greenspan 옹은 숀 코네리 급의 대중의 관심을 받았죠. 버낸키, 옐런, 마리오 드라기 등등이 과연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철저하게 인기가 없을까요? (즉, 비판적이고, 검토하고 경계하는 본분에만 충실하려고 노력했을까요? 모르죠....)
3.
자 정리합니다.
슘페터는 ‘신용의 창출’이 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은행가는 그러한 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역할은 비판적이고 검토하고 경계할 때만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는 한 은행가는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대출을 심사한다는 것은 거절이 주업무일 것이므로) 정부와 기업가들에게 비인기 상태일 것입니다.
아직 이런 시절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요. 인간의 본성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시스템이 아직 부족해서일까요? 슘페터의 이론은 현실세계에서 은행가와 정부, 기업가 카르텔에 의해 극한까지 테스트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습니다.
한편 서두에 소개한 것처럼 장하준 교수는 아예 시장 자체가 인위적인 질서 (각종 규제)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자생적이라는 가설이 틀렸기 때문에 설사 은행가, 정부, 기업가가 제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담이지만,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위 과정이 한계까지 이루어진 후로 상상했습니다. 즉, 은행가도, 기업가도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한 후 말이죠. 은행가는 새로운 대출을 해주기 어렵고, 기업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더 이상 창조적 파괴가 어려운 상태에 도달하면, 정체상태에 빠지는데 결국 사회주의로 이행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최근의 사회민주주의 흐름이나 복지 강화 등의 경향은 자유주의에 사회주의적 요소가 점점 많이 가미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은행가가 대정부 관계에 있어서 충분히 제역할을 다하여 더 이상 혁신이 어려워져서 발생한 현상인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현상은 위의 장하준 교수의 지적처럼 시장 자체의 인위성으로 인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합니다.
요약하지요. 오스트리아 학파로 알려진 슘페터 역시도 화폐의 ‘신용 창출’ 기능은 중시했습니다. 다만, 창조적 파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중요성은 공급 측면, 즉 기업가의 측면에서 강조된 것이기에 혁신을 위한 신용 창출은 정당하나 그렇지 않은 신용 창출(수요 부양)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신용 창출이 더 이상 여의치 않을 경우라면 그냥 창출하지 않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걸 혹자는 긴축이라고 표현하고, 슘페터는 맞다면 사회주의로의 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Satoshi는 신용창출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적어도 white paper나 그의 여타 글에서 신용 창출에 대한 입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게 공급 측면이던 수요 측면이던 화폐의 발행량을 필요에 따라 증가시키는 방법을 bitcoin에 도입해야할 필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질문에 대해서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Banks must be trusted to hold our money and transfer it electronically, but they lend it out in waves of credit bubbles with barely a fraction in reserve.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부분지급준비금 제도를 이용한 신용창출에 대한 satoshi의 비판은 bitcoin에서 신용 창출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케인지언들이라면 Satoshi는 물론 슘페터의 주장 역시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Credit Bubble? what bubble? 이건 총수요의 문제라고....또 간단하게 요약해서 보고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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