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뉴스'를 보는 대가...이제 '기레기'는 쓰레기통으로 보내주세요.
안녕하세요, @homoeconomicus입니다. 제 피드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몇 개의 사건으로 인해 정체가 기레기 기자임을 고백하고 언론에 관한 여러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평소에 독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씁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언론학 공부를 하고 있던 저는 현지 유력지인 'Aftenposten' 편집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편집국을 돌며 이런저런 현지 언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는데, 국제 학생들의 가장 관심이 집중된 건 역시 언론사의 수익 구조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노르웨이 언론들은 수익에서 구독료 비중이 40%정도로 높아 신문을 만들 때 광고주보다 독자를 더 신경 쓸 수 있다는 설명을 해 줬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옛날 사람 같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신 세계적으로 'metro'와 같은 무가지들이 흥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가볍게 읽고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작은 크기와 분량으로 승부하는 무가지 탓에 우리나라는 물론 영미권의 기성언론들은 큰 타격을 받았지요.
지금은 그 무가지도 스마트폰 탓에 망해버렸지만 어쨌든 무료 뉴스가 최초로 우리의 이동시간으로 침투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노르웨이(아마도 스칸디나비아 문화권)에서는 무가지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영미계 무가지 몇 개가 진출했다 금방 철수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게다가 현지의 일간지 한부는 당시 45크로네, 한화로 6,000~7,000원이었는데 마트에서 이걸 사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악명 높은 북유럽 물가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어요.
저는 어떻게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가능한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무가지 때문에 유료 뉴스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 노르웨이 언론은 왜 타격을 받지 않은 건가요?”
그러자 노르웨이의 기자가 답했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무가지가 진출했었고 한때 위기를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무료 뉴스를 잘 보지 않았습니다. 무료뉴스가 정말 무료가 아니고 생각을 지배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무료뉴스를 보는 대가.
당시만 해도 아직 이 일로 밥벌이를 하지 않았기에 ‘오, 멋진데?’라며 감탄만 하며 흘려버렸던 말. 이 말은 해가 가고 언론산업이 점점 혼탁해지는 요즘 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저 나라가 그나마 사회적 신뢰와 투명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이걸 알고 있는 국민들과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요.
무료뉴스는 사실 무료가 아닙니다.
무료뉴스를 생산하기 위한 인건비를 벌기 위해 언론사들은 광고와 선전 어딘가의 기사를 생산합니다. 그러면 기업과 정부는 입맛에 맞는 기사, 또는 너무 시끄럽게 굴어 적당히 입막음을 하고 싶은 기사에 대해 광고를 주며 ‘관계개선’을 시도합니다.
기자들도 이러한 문화에 금방 젖어듭니다. 광고주에게 민감한 뉴스를 쓸 때는 언제부턴가 ‘자체 수위조절’을 합니다. 온라인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기사도 척척 써내려가지요. 심할 땐 포털에서 좋은 자리에 걸린 연예뉴스 하나의 트래픽이 편집국 전체에서 생산하는 나머지 모든 기사의 트래픽과 맞먹으니까요. 언제부턴가 저도 자연스럽게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지면을 유지 위한 대가’라며 스스로를 세뇌하며 기계적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쓰레기들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쌓여버렸습니다. 기사를 보면 대충 생산과정이 눈에 보이는 저같은 업자들도 이렇게 느끼는데 독자들은 오죽하실까요.
사실 경제적으로 특정 산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일은 ‘좋은 상품’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일입니다. 그런데 뉴스라는 상품은 지금 그게 잘 안돼요. 사실 무료뉴스가 당연해진 시대에 저도 이 정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가 요즘 노르웨이 뉴스를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걸보면 짐작컨대 북유럽 언론들도 이제는 온라인용 무료뉴스를 많이 생산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최소한 독자들이 해주셨으면 하는 일은 대신 ‘기레기’와 ‘기자’를 구분하고 매체들에 ‘좋은 기사를 쓰면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려주셨으면 하는 거랍니다. 최소한 큐레이션의 권리마저 포기하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포털에서 메인에 걸어준 기사나 뉴스큐레이션 사이트를 빙자한 광고판에서 걸어주는 기사를 기계적으로 읽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대신 응원하는 매체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하고 방문하면서 트래픽도 올려주시고 기레기 양산매체는 철저히 외면하며 클릭질 한번 하지 마시고 쓰레기통에라도 넣어주세요. 망하는 언론사도 나오게 해주시고요. 그 정도만이라도 여러분이 세상을 보는 창을 삐뚤어지지 않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두 바쁘시니까 이게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언론사들이나 기자들이 스팀잇에 아주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단순히 좋은 글을 쓰면 수익이 난다를 넘어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좋은 글을 발굴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줘서 글 사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니까요...
아무튼 기자가 되고 싶은 기레기의 당부는 더 지루해하시기 전에 이쯤에서 줄여야겠습니다. 이제 슬슬 밥벌이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글쓰기의 공간으로 스팀잇을 활용하려던 처음 마음가짐으로 제 피드를 되돌려야겠어요ㅎㅎ 오늘도 긴 글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네 관심 감사드립니다^^
1일 1회 포스팅!
1일 1회 짱짱맨 태그 사용!
^^ 즐거운 스티밋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