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 2nd PIFF :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남포동 사무실에서..
한창 정신없이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내 앞에 놓여진 3대의 전화기가
잠시도 쉴 틈 없이 울려대던 중에,
너무나도 중후하고 예의 바른 음성의
어떤 노신사(?!)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윤석이라고 하는 배우입니다.
제가 김기영 감독님의 “이어도” 라는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었는데요.
촬영은 해놓고, 완성된 영화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마침,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이어도”가 상영이 된다고 하던데..
저에게 영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에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금방 전화 속 주인공의 진위 여부와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확인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기도 했거니와,
또, 온갖 전화의 융탄 폭격(!!)에
지칠 대로 지쳐있던 나는..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
프로그래머 선생님과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건조하고 사무적으로
통화를 하고, 연락처를 받았는데..
031로 시작되는,
경기도 인근의 번호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리고는 솔직히, 한동안..
이 통화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당장 눈앞에 쏟아지는 일만 해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였기 때문인데..
한참 후에..
영화제 개막을 목전에 두고,
한국영화 담당 프로그래머였던
이용관 선생님이 야식으로..
만두를 사 오셔서 같이 먹으며
회의를 겸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문득, 이 통화 내용이 떠올랐고..
그대로 전달을 해드렸더니,
진짜?
그 분한테 직접 전화가 왔다고??
아무리 수배해도
연락할 방법을 못 찾아서,
초청 리스트에서 뺐던 건데.
빨리 연락해서,
공식 게스트로 초청해드린다고 해.
다음 날 아침,
내 전화를 받으신 그 분은..
고맙습니다.
영화만 보게 해줘도 고마운데,
공식 초청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너무 감격하며, 정말 몇 번이고
계속 고맙다는 말씀만 연발하시는 통에..
내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는 또 다시.
나는 다른 일들에 몰두하느라..
이 분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로,
영화제의 개막을 맞게 되었는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오 지금도 연락하세요???
아뇨.. 그땐 휴대폰이 없이,
집 전화로 연락하던 시절이라 ㅠㅠ
그나마의 뒷 이야기는 이어서
쓸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