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해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같습니다.
새벽에 출출할 때 먹을 용도로 편의점에서 컵반이라는 제품을 세 개 골라 계산대에 가져갔는데, 아주머니께서 한참을 갸우뚱하시더니 말씀하십니다.
"낙지콩나물비빔밥은 2+1 품목이 아니어서 할인이 안되네..?"
다른 두 개는 행사 품목이어서 세 번째 것을 찍으면 0원으로 떠야 하는데 정가가 떠서 당황하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것만 가격이 몇 백 원 더 비쌌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행사상품인 것도 모르고 골랐던 거라서 무심하게 "아, 네." 하고는 그냥 계산하고 집에 왔습니다.
우선 하나 섭취하고, 가볍게 미드 한 편 보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아니 그럼, 저 낙지콩나물과 별개로 하나 더 무료로 받을 수 있었던 거잖아?"
그렇죠. 3개 가격으로 4개를 구입할 수 있었는데 3개만 받아온 셈이죠.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 얘기해주지 않은 아주머니에게 화가 났습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겠지만요.
아니 그보다, 그걸 모르고 지나친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
아마 지금이라도 뛰어가면 받아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그럴 결심까지 했고요.
그러다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왜 이리도 최선을 다해서 불행해하고 있나
물론 처음부터 3개 가격에 4개를 가져왔으면 모두가 더 행복했겠지만, 제가 4개 가격에 3개만 가져온 것도 아니고 3개 가격에 3개 가져와서 맛있게 먹었으니 불행할 이유가 없잖아요.
조금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겠습니다.
- 나는 5만 원이 생기고 친구는 8만 원이 생기는 일.
- 나는 10만 원이 생기고 친구는 30만 원이 생기는 일.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것을 고를까요? 당연히 2번이 더 이익인데 망설임 없이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물가를 반영하지 않고요. )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무언가에 대한 집착을 떨쳐낼 줄 알아야겠습니다.
마음의 여유도 찾고 덤으로 5만 원이 더 생기니까요.
아, 친구는 무려 22만 원을 더 얻었으니 모두가 행복하군요.
행복해진다/불행해진다 vs 행복해한다/불행해한다
묘하게 다른 말이죠.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건 운에 따르는 일이겠지만, 행복해하는 것과 불행해하는 것은 둘 다 손바닥 뒤집는 일처럼 쉽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먹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행복해하는 습관을 좀 더 길러야겠습니다.
아 참, 결정적으로 말입니다. 뛰쳐나가서 컵반 한 개 더 공짜로 받아왔더라도 딱히 행복해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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