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내 마음사막에 뿌리는 꽃씨 - 고도원의 밤에 쓰는 아침편지〈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2001년 8월 1일 ‘희망이란’ 첫 글로 시작된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15년째 이어지는 기적을 이루고 있다. 처음 친구 몇몇에게 보내는 걸로 시작된 이 편지는 지금은 국내 및 해외동포 350만 명에게 아침마다 전달되어 그들의 가슴을 깨우며 길잡이가 되고 길동무가 되어준다.
좋은 글귀 하나가 그것을 읽는 이의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게 하고 그 사람의 미래와 운명까지도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15년 동안 밤마다 고독한 작업을 이어가는 그는 그동안 ‘아침편지’를 묶어 여러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행복하게 시작한 하루를 의미 있게 마감하고, 늦은 밤 하루를 아름답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독자들이 스스로 직접 쓰는 필서용 라이팅북(Writing Book)을 만들었다. 그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감성힐링, 마음치유를 하면서 알차게 보낸 하루, 온전히 살아낸 오늘을 기억하고 그 주인공인 개개인의 마음에 새로운 별이 뜨기를 바라고 있다.
담박한 책 표지의 별 밭에는 ‘이 밤 당신에게 다시없는 위안이 되기를, 가장 따뜻한 사랑을 주는 글이 되기를, 가장 강력한 응원의 글이 되기를, 조금씩 메말라 가는 당신의 사막에 치유의 별이 뜨는 시간이 되기를’소망하는 글귀가 제목 주변에 깨알같이 박혀 시선을 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삽니다, 나는 외로운 당신이 좋습니다, 당신의 오늘과 나의 오늘이 얽혀 있다면,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떠오르기를, 차창 밖을 바라보는 당신이기를, 등 모두 다섯 꼭지로 나뉘어 엮어진 책은 각 장마다 주제에 맞는 글들을 그 동안 아침편지로 보냈던 내용에서 발췌해 묶었다.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해도
그의 가슴에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는 말하지 마라.
사랑이 다 지고 아무것도 남을 게 없다고 슬프지도 마라.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양정훈
그대 생각날 때면
허브 향 가득 차를 끓입니다.
미완의 사랑
내생의 인연 고리되어
나 한잔 그대 한잔
오지 않는 그대 앞에 마주하는 찻잔
목울대까지 차오른 찻물
오늘은 그대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 봅니다.
- 차를 끓입니다/배귀선
사랑은 아마도
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서
아주 오랫동안 여행을 하는 일일거야
그 여행은 밤마다 초록색 베개를 안고
숲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두렵지만 깨고 나면 두 눈이 따뜻해지는
꿈같은 거겠지…
- 분홍주의보/엠마 마젠타
첫 장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삽니다’에서 마음에 스미는 글들을 옮겼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가다보면 어느새 글귀들이 내 마음바닥에 스며 마른 여백을 적신다. 그래서 마음이 안온하다.
둘째 장 ‘나는 외로운 당신이 좋습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고독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글들로 채워졌다. 한 소절씩 써가면서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책갈피에 혹여 눈물자국이 남지 않았을까 부끄럽다.
아직 나는 괜찮다.
어제를 버텼으니,
오늘은 지날 것이고
그렇게 내일의 나는 더디지만
조금 수월한 세상을 맞이할 것이므로…
- 한 뼘 한 뼘/강예신
다음 날도 나는
시내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오모테산토 힐즈 맞은편에
있는 한 가게를 찾아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단골집을 하나 갖고 싶었다.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 그리웠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는 곳
- 빌라 오사카, 단 한 번의 계절/김진우, 이지연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
곪은 상처를 짜내듯
힘겨운 세상 살아가면서
가슴 한가운데 복받치는 설움
때론 맑은 눈물로 씻어내야 한다.
-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고창영
셋째 장은 ‘당신의 오늘과 나의 오늘이 얽혀 있다면’이다.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사람이든 나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서로 얽혀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간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축복이었다.
날 그토록 사랑해준 사람들이 있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나눌 수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J를 만났던 것도 축복이었다.
-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김수영
넷째 장은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떠오르기를’이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읽는 이 마다 본인의 상황에 절절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나를 숙연하게 만든 몇 개의 글들을 옮겨본다.
행운이나 행복한 날은
파랑새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행운도 행복한 날도 원하는 이들이
스스로 만들어야지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고만 있었네.
-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박광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른 버스를 타고
완전히 다른 길을 달릴 수 있다.
어디로 갈지 선택권이 나에게 있음을 깜빡했다.
스스로 닫힌 세상으로 계속해서 들어서면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답답하다고 외쳤다.
그저 문을 열고 나오면 되는데 말이다.
- 숨통트기/강미영
우리는 저마다의 사막을 건너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처럼 애써 사막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저는 기도할 뿐입니다.
당신의 사막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기를,
당신의 사막에도 언제가 아름다운 별이 떠오르기를,
- 당신도 언젠가는 빅풀을 만날거야/김해영
마지막 다섯째 장 ‘차창 밖을 바라보는 당신이기를’에서는 필사한 탓낫한의 글이 연두색 봄바람에 나부낀다.
빨간 신호는 정신을 깨우는 종소리다.
이제까지는 빨간 신호를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방해하는 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빨간 신호가 우리의 친구이며
서두르는 것을 막아주고
우리를 지금 이 순간으로 인도하여
생명, 기쁨, 평화를 만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탁낫한
작가가 내게 선물한 마음 비타민을 이 계절 내 마음 사막에 꽃씨를 뿌리듯 한 꼭지 한 꼭지 꼭꼭 눌러 써내려간다. 삶의 모퉁이 마다 내 인생의 디딤돌이 될 따뜻하고 포근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글이다. 이 청량한 글귀들이 먼 미래의 어느 날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별이 되어 뜰 것이다.
독후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고도원 저도 오래전부터 받아보는데 좋은글이 많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