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계. 그 쉬운 종말
해가 사라져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세상은 우울한 회색빛이었으며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아침에 친구를 만나 어제의 일을 되새김질 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간단한 볼일을 보고 세탁소에 들러서 옷을 맡기고 찾았다.
어제 끊임없이 왔다갔다 했던 그 길을 다시 훑는다.
관계의 시작은 어렵다. 부끄럽고 껄끄럽고 어색하고 두근거린다.
그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관계라는 탑을 마침표로 찍어내리는 일은
참으로 간단하다. 균형이란게 없는 지 관계의 탑은 손가락만 팅겨도 넘어간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자.
그 방법 밖에는 없더라.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라지말고
내가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이해하려고 하는 일.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래서 어렵고 쉽게 잊혀지는 일.
점심을 우걱우걱 씹으며 가라앉은 기분을 어떻게든 달래본다.
그 와중에 새는 끊임없이 지저귀며 세상은 돌아감을 알렸다.
나의 월요일은 정말 월요일 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