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m] 새벽 - 정한모

in #kr7 years ago (edited)

새벽 - 정한모

새벽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새벽은
홰를 치는 첫닭의 울음 소리도 되고
느리고 맑은 외양간의 쇠방울 소리
어둠을 찢어대는 참새 소리도 되고
교회당의 종소리
시동하는 액셀러레이터 소리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되어
울려퍼지지만

빛은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전광처럼 달려와 박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경 위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성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들을 쓸어내며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예감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이전의 생명이 되어
혼돈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암흑의 벽에
섬광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예감하는 눈만이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광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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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촛불을 들고 나서면서 제일 가슴에 닿아왔던 정한수의 새벽이라는 시 입니다.
새벽을 예감하는 눈을 가지고 계신분들께 소개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