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2]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챔피언.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사는 자.

in #kr7 years ago (edited)

대상: 고길동(별명)아기 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씨를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파고 드는
자칭 “싸나이” 타칭“고길동”. 나보다 형이지만,
말 놓고 친구하자는 제의에, 말은 놓되, 형이라 부르겠다 하고있는 사이.
편의상 인터뷰 내용은 반말체로 작성하였으니, 이점 양해 바랍니다.


쟈니: 요즘은 뭐에 빠져 사나?

길동: 사람이 만났으면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인터뷰인데,이렇게 훅 들어오면 난감하지 않은가?

쟈니: "쟈니 인터뷰"의 컨셉이다. 이해 해 달라고 강요는 하지 않겠다.
카톡으로 연말, 연초 인사 다 했고, 여기 오기 전, 길 물어보고,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커피에 시럽을 넣을 건지 말건지 물어봤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는가.

길동: 그런데 커피는?

쟈니: 당신 사무실에 있는 믹서커피 두 봉지 뿐..그냥 오라고해서 진짜 그냥 옴.


(일하는 척 하지말고 커피 타 와라..손님이 왔는데...)


고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사범으로 일을 시작해, 대학 진학은 생각도 없었던 그.
신입생이 된 친구들이 불이 꺼진 태권도장으로 술을 사 들고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태권도장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친구들의 영향이었을까….대학진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대학 입시에 미친 듯이 매달려 입학. 그리고 ROTC로
대학시절을 보내게 된다. 졸업 후 군생활을 하면서 지원근무 때
뺑소니 교통사고까지 처리해, 지역 신문에도 나오고,
후임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에,국가에서는 “말뚝 박아라”는
제안을 했지만, 당시 그는 영어에 꽂혀서 영국으로의 어학 연수를 꿈꾸게 된다.


쟈니: 1999년, 당시 홈페이지 만드는게 그리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왜, 그리고 어떻게 배웠나?

길동 : 막 군대를 전역하고 영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는데, 각종 유학원이나 학교에서 홍보성 사이트만 많았다.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살아있는 정보가 없더라.
예를 들어서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처음가면 선생님 말은 어떻게 알아듣는지?"
"한 6개월 열심히 하면 영어 바닥에서 출발해서 얼마나 잘해지는지?’"등등…
그래서 생각했다.
"어 이거 인터넷에 왜 정보가 없어? 그럼 내가 한 번 살아있는 라이브 정보를 제공해봐?"
하고 시작 했다. 그때 처음으로 HTML 이란 스크립트도 공부하고
flash 라는 툴도 공부해서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홈페이지 오픈 후, 어학연수 준비과정, 학교 선택하면서 고민했던 과정들까지
일기형식으로 작성하면서 나름 살아있는 정보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나름 뿌듯했다.

쟈니: 그건 그렇고 요즘은 뭐에 빠져 사나?

길동: 대충 눈치는 채고 있겠지만, 아웃도어 용품이다.

쟈니: 전에 미친듯이 만들던 버너는 끝났나?

길동: 완성 시켰다. 가볍고, 경제적이고, 화력도 좋다. 무엇보다 안전하다.

쟈니: 내 놔라.

길동: 전 세계에 있는 어지간한 해먹들은 다 샀다.
돈도 많이 깨졌지만, 직접 자보고,그 평가를 다 기록해 뒀다.
그 중에 유독 정이 가는 놈이 있는데, 설치도 간편하고,비 바람도 막아 준다.

쟈니: 그것도 내 놔라.


Alcohol Stove System ( 자작 알콜 스토브 시스템 ) 소개
https://steemit.com/alcohol/@problemsolving/alcohol-stove-system

길동 : 아웃도어 장비를 테스트하고 직접 개발(?)하는 일에 몇 년째 빠져서 산다.
특히, 버너, 해먹, 배낭을 직접 자작해보면서 놀고있다.
장비를 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실용성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특히, 근 2년의 기간에 걸쳐서 개발한 버너(알코올버너)는 완성도가
높아서 뿌듯하다. 요즘은 특히 해먹을 자작하고 테스트하고 또 업그레이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하나씩 완성시켜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중에 더 나이 들면 내가 만든 장비로 아들과 같이 세계 유명 트레킹 코스를
완주 하는 것이 내 인생의 꿈이 되었다. 뭐 하다가 잘 되면, 좀 팔기도 하고….. ^^;


길동은 한 때, 블루투스 초기모델인 무선 음향장치를 만든 적이 있다.
개발은 본인이 하지 않았지만,해외에서 정보를 얻어,국내에서 직접제작해,
나에게도 선물을 한 적이 있었다. MP3나 핸드폰에 연결하고,
음악을 재생 시킨 후,자동차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자동차
스피커로 빵빵하게 음악이 나오게끔 하던 것.

그리고 그 후, USB에 빠지게 된다. 전 세계 사이트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능이 탑제된 USB를 찾아내고, 소개하고, 카페와 블러그에
그것을 소개하며,국내 최고의 USB 전문 사이트가 되는데,
결국 대기업 몇 군데서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왔다.그런데 가지 않았다.

쟈니: 그때 왜 대기업의 스카웃 제의를 뿌리 쳤나?

길동 : SK, K, 그리고 회계전문회사인 더* ….
USBoffice 사이트는 내 30대의 모든 열정을 다 바쳤던 커뮤니티 사이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파고들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또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고…. 그런 모든 과정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USBoffice 사이트의 운영자로써 다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왠지 사이트가 빼앗기는 기분도 들었고, 과연 ‘내가 거기서도 과연
계속 이걸 즐길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이 컸다.
난 그때도 USB랑 더 놀고 싶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현재는 네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 사이, 1년 정도는 개인 무역으로 중국에서 물건을 받아
악세서리 전문 판매점을 운영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몇 년 간 정도 아웃도어 제품을 직접 만들고있고,
테스트도 하고, 봉사활동과 후원모금활동 등을 하면서,
무직으로 보내다가, 2017년 몇 군데 이력서를 내더니,
여기저기서 당장 같이 일하자는연락을 받았다.


쟈니: 빽이 든든한 건가, 아니면 뻥이 심한 건가?
합격 통보를 동시다발적으로 받다니…

길동 : 음….

이력서와 면접은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 하다 보면 자기 나름의 요령이 생긴다.
나는 하는 일이 영업/마케팅이라서 이력서에 영업마케팅 관련
전문 용어들이 포함된 프로젝트 경험들을 잘 나열하였고 면접할 때
단골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준비했다. 하나만 예를 든다면….

‘당신은 경력직이지만 우리 회사 제품과 관련된 경험이 없다. 그
러나 회사에 들어오면 모든걸 알아서 해야 한다. 어떻게 우리 제품을
영업할 생각이냐?’ 뭐 이런 비슷한 류의 질문들은 거의 100% 나왔다.

답변 할 때, 난 마케팅의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답변을 준비했다. ‘당신 회사 제품과 시장 잘 모른다.
당장 영업 전략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먼저 우리 회사 제품을 공부하고
경쟁사를 공부하겠다. 그리고 당신 회사의 기존 고객들을 분석해서
시장에서의 내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면 내가 어디로 가야 할 지
그 방향을 명확히 도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식의 답변이었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짐을 발견하는 건, 나름 스릴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쟈니: 그렇다면 그 곳 중 선택한, 지금 다니는 회사는 뭐하는 곳인가?

길동 : 필터전문 제조업체다.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러시아와 벨로루시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한 건 했다. 계약서 들고 입성~!!!
나 멋지지 않나?

쟈니: 고급 참치집에서 참치회에 술 사준다면, 멋져 보일수도 있겠다.…

생소한 분야일 텐데, 그런 성과를 어떻게 단기간에 이끌어 냈나?

길동 : 결론은 운이 좋았다. 입사한지 2개월쯤 되었는데,
러시아 출장을 준비하라는 사장의 지시가 떨어졌었다.
처음에는 이미 모든 게 다 준비가 되어있고 러시아, 벨라루스에 가서
업체들과 영업 미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란 것은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타 기관에서 러시아로 출장을 가는데,
혹시나 우리회사 제품에 관심이 있는 회사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러시아 출장을 잡았다는 것. 출장 비용이 타 기관에서 지원되는 출장이어서
약간은 공짜 여행 정도의 느낌도 있었다. 황당한 상황이었다.

난 아직 이 회사 제품 모델명도 다 못 외운 상태였는데 러시아 시장 정보도
전무하고 6주 정도의 남은 시간 안에 잠재 고객을 찾아서 영업 미팅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거였다. 용 빼는 재주 없다.

  1. 인터넷으로 러시아 업체 조사 시도함.
    -> 바로 좌절. 러시아 사이트는 대부분 영문버전 사이트가 없음.
    전화해도 영어 좀 하는 사람이 없음. 정보도 없고 연락도 안됨.

  2. 급 ~~ 러시아 시장 조사 전문기관 수배 및 시장조사 의뢰. (비용 330만원)

  3. 4주 후, 시장조사 보고서 접수

  4. 보고서에 나온 주요 유통업자들 접촉

  5. 메일도 보내고 전화해도 통화도 안되고 연락 오지 않음. 이때가 출장 4일전.

  6. 코트라(KOTRA) 모스크바 사무실에 의뢰해서 업체 접촉을 대신 해 달라고 급 부탁 함.

  7. 코트라에서 몇몇 업체가 미팅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통보 옮. (출장 2일전)

  8. 출장 가서 업체들 만남.

  9. 내 화려한 영업 실력에 업체들 녹아 남. 운 좋게도 만난 러시아 업체들 중,
    새로운 공기 정화기 브랜드 제품을 독점적으로 유통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업체를 만났음.

  10. 오전에 미팅하고, 그날 저녁에 그 업체를 직접 찾아가서
    기본적 조건을 얘기하고 대리점 계약하자고 함.

  11. 러시아 업체에서 OK 함.

  12. 사장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짐. ^^;

그렇게 운이 좋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서 나름 노력 하였고,
부작용은…. 회사에서 이제 내가 출장가면 다 대리점 계약되는 줄로 알고 있다는 거다…


이 사람을 인터뷰하고자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든,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이든,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책임감으로 인해 부담은 가지지는 않는다.
모르면 모르기 때문에 그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파고들고,
좋아하면 좋아하기 때문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는 냉정하다.
더 이상 배울 게 없거나, 더 이상은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다고 생각 되면,
과감하게 그만둔다. 가장으로써,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장이 있든 없든 언제나 자존감이 충만하다.

쟈니: 마지막으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부탁한다.

길동 : 음….첫 직장을 구하는 초년생이라면 이력서를 쓰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라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라. 조직의 규모나 연봉은 그 다음.

공자의 말이 생각난다.

“find a job you enjoy and you'll never work a day in your life”

유교 사상을 정립한 동양의 2천년전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 흔해 빠진 말이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시라. 만약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봐야 한다면 자신이
얼만큼 그 일을 좋아하는지 설명하시라.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난 그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

쟈니: 공자님도 어학연수를 다녀 오신건가?
영어에 능통한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나저나, 스팀잇 활동은 안 할 건가?

길동: 새해 인사개편으로, 국내 외 영업 총괄 팀장이 되는데,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정도 업무파악 되고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
그건 그렇고, 당신 회사에 흡연구역 설치가 되어있나?

쟈니: 없다.

길동 :우리 회사가 흡연부스도 함께 제작하는데…..

그렇게 나는 한참을 설명을 듣고, 오늘 출근 해서,
흡연부스 설치에 대한 건의와 품의서를 작성 중인 나를 발견했다.

쟈니 : 낚인건가….

Sort:  

참 다재다능하게 능력이 많으신 분이네요. 사회적 활동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뭔가에 한번 빠지면, 푹 빠지는 길동씨라, 일에 재미가 붙으면 정말 즐겁게 일하는 듯 합니다. 저도 좀 보고 배워야겠습니다.ㅋ

jhani 님 인터뷰 형식의 글 너무 재밋게 읽었네요~^^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초코민트님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구요, 날씨는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그 영업스킬이 궁금합니다! 오매!

말빨이 좋은 사람도 아닌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덧 저는 저 사람이 원하는 곳에 가 있곤 합니다...저도 그것이 궁금합니다. ㅎㅎㅎ

하고싶은 일을 해야 성공의 지름길로 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포스팅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아직 이직은 해보지 않았지만 이직 준비할때 조언 좀 구해야겠습니다 ㅋ

jaytop님께서 원하시는 일, 또 좋아하며 즐시실 수 있는일을 잘 찾으셔서, 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저두요...T T) 2018년 새해 화이팅입니다~~ ^^

재미있는 인터뷰네요 ^^

재미있게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자님이 영어도 잘하셨네요 ㅎㅎㅎ 흡연부스 영업당하신거 넘 웃겨요ㅎㅎㅎㅎ
인터뷰 시리즈 너무 좋네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경험담도 들을 수 있고 굉장히 유익하고 글도 넘 재밌어요 ㅎㅎㅎ

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쟈니님 인터뷰 컨셉 넘 좋은데요!! ㅋㅋ새해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야야님 오랜만입니다. ^^ 정말 반갑다는...ㅎㅎㅎ 야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좋인일,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한 해 되셨으면 합니다. ^^

주변에 정말 대단하신 지인분들이 많으시네요!!^^
그것만큼 큰 자산은 없겠죠!!!부럽네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한 지인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삶을 엿보니, 저로써도 참으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그들을 통해 저도 조금씩 자나가는 모양입니다. ^^

하고싶은 일을 끝까지 파고들며 할 수 있다는 것... 참 멋진 일이죠!
길동(?)님도 대단하시지만... 사장님은 뭔~ ㅎㅎ 혹시나 해서 잡은 출장에 길동님이 빛을 발하셨네요^^ ㅋ

ㅎㅎㅎㅎ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하는데,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 결과가 좋았던 듯합니다.
암튼, 참으로 묘한 매력의 길동씨입니다.ㅎㅎㅎ

결론은 낚이신걸로 ㅋㅋㅋㅋㅋㅋ
흡연부스가 과연 설치 될 것인가! 두구두구

일단 건의는 했는데, 상부결정이 어떻게 날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낚인 듯 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