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며 - 학교에서의 우리 아이, 집에서의 우리 아이
견뎌내기 힘들었던 두 학기가 지났습니다. 이제 2월에 1주일 등교를 하고 나면 종업식을 하고 아이들을 윗 학년으로 올려보내게 됩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올해 깨달은 것들 중 나름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한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 중에는 우리 아이의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똑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떻게 집에서와 학교에서가 똑같겠냐, 조금은 차이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번 글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아이들에 대한 글입니다. 학교폭력에 관련한 뉴스나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가해자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을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에 기인합니다. 부모를 상대로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도 부모에게 걸리는 것은 두려워하고,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사실도 숨기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다른아이들 위에 폭군처럼 군림하다가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순한 양처럼 행동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아무리 교사가 그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말해도, 그 부모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실제로 올해 학급을 경영하며 있던 일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치고 덩치가 큰 아이가 있습니다. 학기초에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 조용한 아이였습니다만, 조금 불량한 아이와 놀기 시작하며 이 아이는 달라지게 됩니다. 9세가 불량해봐야 얼마나 불량하겠냐 싶으시겠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은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연필로 다른 아이 손을 찔러서 피가 나는 상황에서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쟤가 와서 긁혔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여자아이를 계단에서 밀고, 여자아이 식판에 아무 이유 없이 침을 뱉기도 합니다. 말싸움을 하다가 애미없는 새끼야 라고 욕을 하기도 합니다. 9세가요. 대학교에서 배운 교육학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학교에서는 펼쳐집니다. 문제는 그런 아이에 대한 부모의 인식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 ㅇㅇ이는 몸이 좀 커도 애가 너무 순해서 다른 아이 몸에 손을 전혀 못 댄다고 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라구요. 그러니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전혀 믿지를 않습니다. 다른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목을 조르고, 사물함 구석에 몰아넣고 계속해서 발로 차는 일을 보았다고 해도 아~ 주의시키겠습니다~ 너무 화가 났었나봐요~ 하는 소리로 끝내버리니, 교육이 될 리가 없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분들께 권유드리는 것은 아이가 집에서 보이는 모습과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시고,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은 아이의 말을 듣고 판단하지 마시고 교사의 말을 듣고 판단하시라는 것입니다. 약간의 차이지만 이것이 가능해지면 교육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의 일화들은 생각이 날 때마다 글을 써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