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자기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in #kr7 years ago

 "교육하려는 목적은 자식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공부에 열중하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되고, 성을 내게 되면 결국 아이와 사이가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 좋은 일은 강요하면 의가 상하는 것이다. 의가 상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논어 중 <군자는 자기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의 일부

그러합니다. 
아이들을 붙잡고 한글도 영어도, 뭐 하나 가르치려면 왠만한 인내심으로는 힘들지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놀고만 싶고, 엄마, 아빠는 산더미처럼 쌓인 집안 일과 아이들과 하려던 목표량 사이에서 째깍째깍 마음 속 초시계가 울려댑니다.


큰 아이가 일곱 살이 되니, 유치원에서 제법 배워 온 동요 계이름과 피아노 건반을 매칭시켜 독수리 타법으로 그럴싸하게 동요를 연주합니다.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시크릿쥬쥬에 홀린지 1년째,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연주 시늉을 하느라 하루가 다 갑니다.

두 아이 모두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는데, 아직은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들이 학원이 아닌 '엄마'가 가르쳐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래서 마음 먹고 교재도 여럿 장만했습니다. 아이를 앉혀 놓고 분위기도 잡아 보았습니다.....만. 아이들에게 엄마는 지식을 가르쳐 주는 존재이기 보다는 품어 주고 놀아 주는 존재인 것이 맞나 봅니다. 진도 빼는 것은 영 불가능해 보였고, 결국 나는 악기레슨 전문가가 아님을 인정합니다. 



결국 집 앞 피아노학원에 아이들의 생애 첫 악기교육을 맡겼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 손가락이 아직 작아서 피아노는 무리지만, 바이올린은 가능하다고 하여 두 남매가 나란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악기교육을 단행한 엄마의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둘째 아이가 두돌 무렵 아기 때부터 어린이집 선생님들로부터 "진득하니 앉아 있고 (엉덩이가 무겁고)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소근육 발달이 좋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다섯살이 되어 유치원에 가서도 "소근육 발달이 뛰어나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었고요. 물론 첫째 역시 진득허니 앉아서 하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억지로 떠밀어 가르칠 필요는 없지만, 만에 하나 재능이 있다면 알아봐 주고 키워 줘야 할텐데, 그 재능을 늦게 발견하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설령 한달만에 그만둘지라도, 아이에게 두루두루 다양한 경험에 노출시켜 주고난 후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운명처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생동안 함께 하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기댈 수 있는 악기 친구 하나 사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테지요.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피아노라는 평생의 친구를 만들어 주셨던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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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능이 있는데 미리 파악을 못할까봐 조급함에 부모의 생각대로 시키는게 많져...육아는 참 힘든거 같아염...정답도 없어보이고 ㅠ

화이팅입니다~~

하하 맞아요. 시작의 절반은 조급함이죠. ^^ 그래도 아이가 배우고 싶다고 몇달을 꾸준히 이야기할때까지 그 조급함을 애써 감추고 느긋한척 애먹었답니다. ㅎㅎ 이러면서 또 한해, 한해 아이도 자라고, 부모도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상쾌한 하루 되세요!

부모란 참 힘든것같아염 ㅠ 그래두 미래에 보람이 있기만을 바랄뿐이져 ^^

다섯 살 딸램 키우면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 딱 들어맞고, 완전 공감합니다. 저는 줏대도, 그렇다고 막 열성적이도 않은 애매한 엄마라 그런지, 갈팡질팡하네요. 저 역시 금전적, 시간적으로 가능한 한, 아이가 원하는 분야들은 두루 경험해주고 싶어요.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고,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며 살아가게 지원해주고 싶은 다 같은 목표를 가진 부모 맘인데 방식에 따라서 열성맘도, 줏대맘도 생기는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