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인생영화 #4 '세상의 끝에서 커피한잔'

in #kr6 years ago

이 영화는 우울함을 치유하는 힘을 지닌 영화에요
그저 보는 것 만으로 행복해집니다.

바다 위에 놓인 커피 가게의 그림 같은 영상과
그 속에 퍼지는 커피 향기, 가족애의 온기가
공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적 바다에 나간 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실종사로 확정되고
그 앞으로 남겨진 오두막 한 채가 그녀에게 상속됩니다.
그녀는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오두막이 있는
옛 고향 바다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깁니다.

긴 세월 동안 방치된 오두막은 바다 끝에 홀로 남아
을씨년스럽기만 한데 새로운 삶을 다짐한 그녀는
차곡차곡 오두막을 정리해 나가고 리모델링까지 마친 후
커피 가게 하나를 세웁니다.

황폐했던 오두막의 과거를 몰아내려는 듯
가게 옆에는 가로등 하나도 놓았습니다.
첫날 밤 그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의 영상이 감성을 자극하는데
무섭게 일렁이던 검은 바다 대신 은은하게 퍼지는 가로등 빛 물결 위로
아담한 커피 가게가 솟아나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여인이 이 광경을 조심스레 훔쳐봅니다.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바다 마을에서 쓸쓸한 시간을 보낸
그 여인 역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 순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엇을 느낍니다.

영화는 이제 막 새로운 환경에 정착해 나가는 이와
이미 그곳에 정착했으나 의지할 곳 없이 황폐한 삶을 버티는
이가 관계 맺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숱한 남자들로부터 버림받고 아이들과 남겨진 상처 때문인지
여인의 마음은 굳게 닫혀있고 새로 정착한 그녀의 호의와 접근에
적대감만 드러냅니다.

그런 여인의 매몰찬 반응에 아랑곳 없이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고 다가섭니다.
엄마의 보살핌도 못 받고 방치된 여인의 두 자녀를 데려다
커피 만드는 일을 가르치죠.


아이들과 함께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덤덤히 반복되고 익숙해 질 때 즈음
어느새 두 여자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빙 둘러 앉아 갓 내려진 커피 한잔을 손에 쥘 때
보는 관객 역시 온기를 전달 받고 행복해 집니다.

물론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우화적인 줄거리에 네러티브도 작위성이 느껴지죠.

하지만 적지 않은 현대인들이 외로움과 우울에 시달릴 때
누군가와 가까워 지기 위해 먼저 손 내미는 방법을
우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숨은 인생영화 #3 ‘트라이브’

숨은 인생영화 #2 ‘스틸라이프’

숨은 인생영화 #1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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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비분들글을 읽던 중 들어왔습니다.
다음주에 서드파티앱으로 영화, 음악, 애니메니션 리뷰사이트가 오픈이 될 예정입니다.
k-nomad 님이 딱 어울리실 것 같네요.^^
다시 글 남기겠습니다^^

그리고 참고할 만한 가이드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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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늦게 확인 했네요.. 뉴비분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