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명품]선물로 훌륭한 화과자 브랜드 라이카 킷쵸안(賚果 源吉兆庵)
와가시(和菓子)란?
일본에서는 설을 쇠지 않고 신정만 쉬기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일만 했습니다.
그래도 선물이라도 사 보내고 싶어 일본스러우면서도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심하다가(워낙 한국인들만 '왜색이 짙녜 어쩌녜" 과민반응을 하니...) 내린 결론이 와가시(和菓子) 였습니다. 택배로 보내드리고 난 반응이 워낙 좋아, 최근 갑자기 결혼에 골인하셨다는 선배 누님께도 보내려고 다시 찾은 와가시 가게를 스티미언 이웃들께 소개하고 싶어요.
와가시, 우리식으로는 화과자라고 부르니까 꽃 화(花)과자 인줄 아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조화로울 화(和) 자를 씁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과자를 뜻하는 것으로, 쿠키나 마카롱같은 서양의 과자류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그 말은 즉슨 서양 과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딱히 와가시 라고 따로 부르는 말은 없었어요. 우리나라도 한과(韓菓)라는 말은 후대에 구별짓기 위해서 쓴 말이죠.
따라서 서양식 디저트가 아닌 일본 것이면 모조리 와가시로 퉁치기 때문에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붕어빵과 같은 타이야키나 경단꼬치인 당고, 도라야끼 같은 풀빵류도 모두 와가시로 치는데, 한국에 선물로 겨우 붕어빵이나 경단 따위를 보내기는 좀 그렇고... -_-
사진처럼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화과자는 나마가시(生菓子)라고 하는 특별한 종류입니다.
색소를 넣은 앙금을 잘 빚어 핀셋이나 도구를 이용해서 놀랄만치 정교하게 꽃이나 과일, 동물 모양을 만든 것들이죠. 여기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정말... 장인정신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나마가시를 선물로 보내고 싶은데!!! 생각해보면 얘들은 결국 팥앙금이기 때문에, 배달중에 상하기도 할테고 비행기, 우체국을 건너건너가다 보면 모양새가 유지될 리가 없어서 ㅜㅜ 어떡하지...
백화점을 전전하다가 제가 찾은 고급지면서 퍼펙트한 결론을, 다음에 도쿄에 들르실 때 사고싶으실 분들 을 위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과일이 든 화과자 전문점 라이카 미나모토 킷쵸안(賚果 源吉兆庵)
신주쿠의 이세탄(伊勢丹) 백화점은 유서가 깊은 백화점이에요. 무려 1886년 창업을 했다고 하죠. 원래 아시아에는 백화점이라는 점포의 개념이 없었는데, 서구 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서 처음 이럴 만들었죠. 백화점 지하에는 식품관, 1층에는 명품 및 화장품, 그리고 층층 별로 각기 다른 상품종류를 진열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형식도 여기서 처음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세탄 백화점은 이제 너무 오래되어서 건물도 꽤 낡았고, 비좁은 지하 식품관에서 아줌마들에게 치여가며 걷다보면, 상대적으로 새로 지어서 널직널직하고 깨끗한 우리나라 백화점이 더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현대식 소매업의 역사를 연 기념비적인 백화점이라고 생각하면 이세탄에서의 경험은 꽤 고무적입니다. 그래서 이 북적이는 지하1층 식품관 와가시 코너에 라이카 킷쵸안이 있습니다!
여러 과자브랜드들이 입점해, 위에 사진처럼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예쁜 와과시가 잔뜩 진열되어있을 줄 알았건만...의외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_- 특히 최근 세츠분(節分)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단오절과 같은 날에 콩을 먹는 풍습이 여기 있는데요. 그래서 시즌 한정으로 콩 종류를 사용한 별로 시덥잖은 과자들을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서 사고 있으니 기가 찼습니다. 도대체 저런 별 보잘것 없는 과자를 심지어 백화점에서 줄을 서서 사고 있다니. 그 밖에는 위에서 말한 떡이나 풀빵, 모나카 종류여서 계속 스킵하다가 찾은 곳이 바로 라이카 미나모토 킷쵸안!
본래 킷쵸안이라고 하는 긴자에 본점을 둔 유명 브랜드가 이세탄 한정으로 라이카(賚果)라는 창작 과일와가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품은 예쁘게 개별 포장이 되어있고요, 물론 원하는 종류를 골라서 세트로 만들어 사갈 수도 있었습니다. 선배 누님을 위해 정성스럽게 고른 종류는 다음과 같아요. (선물용으로 산 것이어서 뜯어보질 못해, 이미지로 대체합니다_
- 히메노베니고로모(姫の紅衣): "공주님의 붉은 옷", 사과를 갈아 만든 퓨레를 과일모양으로 빚은 앙금으로 감싼 것
- 호우센리(芳仙梨): 절인 배를 젤리로 감싼 것
- 하나사쿠란보(花桜桃): 체리를 그대로 젤리로 감싼 것
- 쓰이칸슈쿠(粋甘粛): 설탕을 입힌 곶감 속에 앙금을 넣은 것 (이게 제일 대박인 듯..곶감 속에 팥을 넣을 생각은 누가 했을까...)
설 때도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귀찮게(?) 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똑같은 점원 분이 맞이해주셨어요.
봄이 가까와져서 그런지, 설 때는 없었던 체리 젤리 하나사쿠란보가 눈에 띄어 같이 주문했습니다. 오늘 서울로 택배 붙였는데, 받으시는 예비 신부님이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네요. 안부와 축하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도 써서 박스에 고이 넣어두었습니다. 이상, 도쿄 방문하시면 여러분도 사가면 좋을 듯한 라이카 킷쵸안을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