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온 46년 전 내란음모 사건 재심 무죄 판결을 보며...
어제는 일명 '서울대생 내란음모' 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4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아주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군사독재정권이 기획한 사건을 지금 시점에 사법부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다. 판사가 완전 '또라이'가 아닌 이상 무죄 판결은 매우 자연스럽다. 정치 사회적으로 부담있는 일도 아니고 법관의 도덕성을 지키느니 정의를 수호하느니 하며 판사 스스로 위안하기 딱 좋은 종류의 판결이다. 그래서 딱히 칭찬할 만한 일도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때처럼 '민주주의'를 가장한 권위적 정권이 벌이는 각종 음해 공작 사건을 마주했을 때 과연 판사들이 이렇게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과거 사건 재심에서 피해자들의 누명을 벗겨주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현 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제대로 보고 판결해서 저런 억울한 피해자를 더이상 낳지 않는 거다. 불과 몇년 전에 우리는 저런 피해자를 또 만들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