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History: 블록체인史 (최종) 블록체인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더리움

keepit (69)in #kr • 6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史

블록체인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더리움

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이제 블록체인사의 최종장에 도달하셨습니다. 그동안 함께 블록체인의 역사를 탐구하고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 이야기로 블록체인사를 맺겠습니다.

1. 비트코인 이후의 패러다임, 이더리움

사토시는 이전 세대 암호화폐로부터 계승한 유산을 토대로 그들의 실패와 한계를 극복한 기술을 고안해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이후 그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온라인상에서 자취를 갑춥니다. 사토시는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블록체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사토시가 처음 구상했던 것처럼 비트코인은 특정한 주인이 없는 P2P 오픈 소스 프로젝트(Open Source Project)로서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스스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토시의 후예들 중 재밌는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러시아계 캐나다인인 이 친구는 비트코인에 매료되어 2011년 『비트코인 매거진』을 창간하고 비트코인을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후 자발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연구를 하던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화폐'를 주고받는 용도만이 아닌, '계약'을 주고받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계약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 우리는 이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 부릅니다.

블록체인사 첫 장에서 사토시가 제네시스 블록에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란 메세지를 숨겨놓았다는 점은 이미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었는데, 이 친구는 비트코인에 간단한 명령문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상상 가능한 모든 명령문을 블록체인에 구현하겠다는 꿈을 갖게 됩니다. 이 명령문을 '소프트웨어'라 본다면, 블록체인은 '컴퓨터'라 볼 수 있습니다. 즉, 블록체인 자체를 P2P 네트워크에 의해 가동되며, 스마트 계약을 실행시키는 하나의 컴퓨터로 본 것이죠. 이 야심찬 꿈을 가진 친구가 바로 '비탈릭 부테린'입니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https://www.flickr.com/photos/techcrunch/23320293410

스크립트: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언어 이외의 간단한 언어로 작성한 명령어.

소프트웨어: 컴퓨터 프로그램 및 그와 관련된 문서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컴퓨터를 관리하는 시스템 프로그램과, 문제 해결에 이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나눈다.

2.블록체인 앱 플랫폼, 이더리움

이더리움이 제공하려는 것은 완벽한 튜링완전(turing-complete) 프로그래밍 언어가 심어진 블록체인이다. 이 프로그래밍 언어는, 코딩된 규칙에 따라 '어떤 상태'를 다르게 변환시키는 기능(arbitrary state transition functions)이 포함된 "계약(contracts)"을 유저들이 작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앞서 설명한 시스템들을 구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다른 많은 어플리케이션도 매우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본래 매우 범용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블록체인상 에스크로나 인출한도설정, 금전계약, 도박 시장 등의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가상화폐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구상되었다.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이러한 어플리케이션들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튜링완전언어(Turing-complete programming language)를 통해 이론적으로 거의 모든 형태의 이체방식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더리움은 단순한 ‘화폐’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분산저장공간(DFS:decentralized file storage)이나, 분산컴퓨팅, 분산예측시장(decentralized prediction market) 프로토콜 등은 사실 수많은 응용개념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들은 컴퓨팅 산업의 효율성을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P2P프로토콜에 처음으로 ‘경제적인 차원(economic layer)’을 입힘으로써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컴퓨팅이나 금융과 관련이 없는 분야들에서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올 것이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백서 중에서

튜링완전(turing-complete): 튜링 머신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즉, 수학적으로 완결된 논리 구조를 가진 프로그램 형태 업무(소프트웨어)를 한다는 것.

2014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 재학중이던 비탈릭은 틸 장학금을 받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교문을 나섭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자신의 꿈을 지지하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2015년 마침내 이 블록체인 앱 플랫폼은 '이더리움'이란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비트코인'을 뛰어넘는, '컴퓨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이후에 등장하는 블록체인 앱 플랫폼의 기준이 되며, EEA를 통해 수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창출해내기에 이릅니다. 2014년 11월 비탈릭은 이더리움 개발을 진두지휘한 공로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제치고 'IT 노벨상'인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의 IT 소프트웨어 수상자로 선정됩니다.

틸 장학금(Thiel Fellowship): 교실에 앉아있는 대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원하는 청년들에게 10만 달러를 지원하는 장학금. 2014년, 비탈릭은 학교를 중퇴한다는 조건으로 틸 장학금 10만 달러를 받았다.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ce): 이더리움 기업 연합.

3.에필로그 - 블록체인 경제를 향해

이더리움은 분명 블록체인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켰고, 블록체인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첫째로, 스마트 계약이 있습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로서, 디지털 자산을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 당사자 간에 원하는 내용을 코드로 구현하고, 조건이 달성될 시 코드가 그 계약을 반드시 이행하게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자판기가 있겠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원하는 메뉴를 누르면 자동으로 캔커피가 나오죠?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면, 컴퓨터는 그 명령에 해당하는 출력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이렇듯 컴퓨터에 의해 수행되는 자동화된 형태의 계약을 스마트 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스마트 자산(Smart Property)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ERC-20 토큰(Token)이란 이름으로 스마트 자산을 발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스마트 자산이란 블록체인 플랫폼상에서 관리되는 유∙무형의 디지털 자산을 의미합니다. 지금껏 이더리움을 통해 수많은 토큰이 발행되었고, 이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며 나름의 시장 가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키티(Cryptokitty)란 게임을 들어본 적 있나요? 크립토 키티 게임에선 자신이 키운 야옹이가 교배를 거듭할수록 특유의 개성을 가지고, 이는 시장가치에 반영됩니다. 2017년엔 이 야옹이 한 마리 값이 무려 수억원(?!)을 넘나들던 적도 있었으니,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말도 이젠 과언이 아닙니다.

셋째로, ICO(Initial Coin Offering)가 있습니다. ICO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공개 방식입니다. 기업 측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를 받고 대신 자신들이 발행한 토큰 등의 스마트 자산을 대가로 제공하는 자본 조달 방식이죠. ICO는 2017년과 2018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새로운 자본 조달 방식으로 각광받았습니다. 기존의 벤처 캐피탈 또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 조달 외에도 ICO란 자본 조달 방식이 등장한 점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각종 규제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자본 조달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 또한 스마트 자산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이더리움이 등장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2018년 한 해가 지나가며 ICO를 진행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파산함으로써 많은 코인들이 휴지조각이 돼버렸습니다. 심지어 ICO만 진행하고 잠적하는 먹튀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이는 향후 국가의 규제 도입과 함께, 블록체인 업계 스스로 여러 안전 장치를 만듦으로써 극복해야할 과제가 되었습니다.

2018년은 블록체인 경제가 엄청난 성장통을 겪은 한 해 였습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파산했고, 암호화폐에 기대를 가졌던 많은 사람들 역시 실의에 빠졌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설명하기에 너무 어렵고, 기술 개발은 거북이마냥 느려터져서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엔 아직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블록체인의 역사 10년을 뒤돌아본다면 블록체인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이전 세대의 한계를 극복했듯, 이더리움을 위시한 다음 세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는 IBM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고, 세계 각국도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제도권에 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자동차가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고, 오늘날 각종 규제와 싸움 중인 IT 기술이 그렇습니다. 블록체인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언젠가 블록체인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고 대중에게 생활의 편리함을 줄 수 있다면, 블록체인 기술 역시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자체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온 블록체인 경제는 디지털 경제의 한 축으로써 당당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이제 사토시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우리의 기술'입니다.

blockchain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