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단상] 홍준표가 그럴 리 없다 - 4.3 발언과 관련하여
발언 하나 하나가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가가 있었을까 싶게 말 한마디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바로 그다. 사회에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SNS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곤 하는데, 매번 그 발언들은 큰 파장을 만들어 낸다.
엊그제 나온 4.3 사건에 대한 그의 발언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3 사건 추념사를 통해, ‘완전한 해결’을 언급한 것과 대척점에 선 발언으로 대통령의 추념사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언론에 다루어지고 있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뉴스 랭킹의 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당은 물론이고 같은 당에서도 그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제주 4.3 추념식이 열리는 4월 3일은 1948. 4. 3.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달삼이 350명 무장 폭도를 이끌고 새벽 2시에 제주 경찰서 12곳을 습격했던 날입니다.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 4월 3일입니다. 이 날을 제주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한다는 것은 오히려 좌익 폭동과 상관없는 제주 양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말도 덧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 CNN과 인터뷰 할 때 제주 4.3은 공산폭동이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발언을 하고 논란이 될 때, 그 발언의 진의를 알기 위해서 평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난 홍준표 대표가 꽤 부당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그의 생각을 통해 4.3 사건에 대한 그의 인식이 지나친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첫째, 홍준표 대표는 4.3 사건으로 희생된 제주 양민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 홍준표 대표는 누구보다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그의 탁월한 공감 능력은 이미 작년 대선 정국에서 검증되었다. 그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짝사랑에 빠진 친구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여 성범죄 모의에 가담한 사실을 밝혔다. 책에서 그는, "같은 하숙집의 S대 1학년 남학생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월미도 야유회 때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했고, 그는 이어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 당시 대학생이 흥분제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안타까운 처지를 생각한 홍준표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또 그 일이 드러나면 비난 받을 것이라는 걸 감수하고도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4.3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은 이렇다.
1947년 제주 북초등학교 3.1절 기념식에서 기마경관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이는 일이 벌어졌고, 이를 본 시위 군중들은 기마경관에게 돌을 던지고 야유를 보내며 경찰서까지 쫓아갔다. 그런데 경찰이 이를 경찰서 습격으로 오인하여 시위대에게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무부에서는 3만여 시위군중이 경찰서를 포위 습격하려고 했기에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해명하면서 민심이 들끓었다. 이에 남로당은 이런 민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조직적인 반경활동을 전개했다.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로당 제주도당 골수당원 김달삼 등 350여 명이 무장을 하고 제주도 내 24개 경찰지서 가운데 12개 지서를 일제히 급습하면서 시작되었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조사결과 사망자만 14,032명(진압군에 의한 희생자 10,955명, 무장대에 의한 희생 1,764명 외)에 달한다. -위키 백과
여기서 핵심은, 남로당 당원 김달삼이 일으킨 무장 봉기가 아니라, 그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무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이다. 상심한 친구를 위해 돼지 발정제를 구해주기까지 하는 그의 성정상,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처럼 엊그제까지 4.3 사건의 정확한 내막을 몰랐던 사람도 검색 몇 번으로 대강의 흐름을 알 수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홍준표 대표는 SNS 외에 인터넷 검색의 기능을 사용하는데 젬병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의 무식을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탁월한 공감 능력을 의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둘째, 홍준표 대표는 4.3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제주 양민의 슬픔을 무시하는 냉혈한이다? 홍준표 대표가 주변인을 챙기는 마음과 가족사랑은 귀감이 된다.
홍준표 대표가 주변인을 챙기는 마음은 애틋하다. 최근 6.13 지방선거 창원시장 공천에 안상수 현 창원시장을 배제시키고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전략 공천하면서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자유한국당 창원지역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안상수 시장을 향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당히 당선돼 버르장머리를 고쳐 달라"고 주문하는 기자 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주변인을 살뜰히 챙기는 성정을 가진 것이다.
대선 기간에 화제가 되었던 또 하나의 사건에서는 그의 가족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 이라는 인터뷰 발언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자, “집에서 설거지 한다”며 사과하고 해명한 일이다. 그는 ‘집에서 설거지’를 할 정도로, 아내와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4.3 사건이 진행될 기간 중에, 입에는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살상이 자행되었다.
전체 희생자 가운데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그 실례로 제주 4·3학살피해자의 증언 중에는 우익청년들에게 어린이에 불과한 아들을 잃었다는 증언이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위키 백과
4.3항쟁 당시 제주도에서는 전기고문을 비롯하여 여인의 옷을 벗긴 채 장작으로 매질하는 일, 가족 간에 서로 말 태우고 뺨을 때리도록 시키는 일, 여인의 유방을 도려내는 일, 강간 후 살해하기, 임신부의 배를 가르고 창으로 찌르는 일, 죽창으로 여인의 국부를 찌르는 일, 장모와 사위를 알몸으로 벗겨 성교를 시킨 다음 죽이는 일, 방금 출산한 부인을 아이와 함께 총으로 쏴서 죽이는 일, 자식을 죽인 다음 부모에게 간을 물로 돌아다니게 하는 일 등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폭력과 학살의 방법이 동원되었으며, “차마 짐승에게도 그렇게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 발생하였다. 이 당시 학살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동족이라는 의식은 물론 인간이라는 의식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김동춘, <전쟁과 사회> 321p
공산 폭동을 언급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서는 4.3 사건을 이념 대결로 끌고 가려는 저의가 감지된다. 하지만 4.3 사건의 진행 중에 어린이, 여자, 노인의 사망률이 전체 사망자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이 사건이 이데올로기나 이념 투쟁의 양상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걸 보여준다. 누군가의 가족이, 이웃이 짐승처럼 죽어간 비극이다. 주변인과 가족 사랑이 남다른 홍준표 대표가 이런 일들을 정확하게 알았다면, 그런 발언을 했을까. 이 대목에서도 우리는 홍준표 대표의 평소 성정에 비추어, 가족의 상실을 슬퍼하지 않는 냉혈한으로 몰아가는 건 과한 일일 것이다. 그의 무식을 탓할 수 있어도.
셋째, 홍준표 대표는 4.3 사건의 모든 비극이 좌익 세력의 대남 공산화 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홍준표 대표는 좌익의 거두로 여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 CNN과 인터뷰 할 때 제주 4.3은 공산폭동이라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남몰래 흠모하던 김대중 대통령을 어렵사리 언급하면서, 자신이 속한 진영의 눈치가 보였던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 뒤쪽을 잘라 먹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1월 23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질문 : "한국과 미국 정부는 1948년 제주 4.3 사태에 대한 진상은 서로 언제 공개할 방침입니까?“
김대중 : "제주 문제가 국회에 청원되어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과거의 억울한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시작은 공산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지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 문제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해서 유가족을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1998년 11월 23일 CNN과의 회견 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 매체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당시 김대중의 발언은 현재 학계에서 공인받고 있는 제주 4.3에 대한 정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제주 4.3은 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의해서 촉발됐지만 그 뒤에 발생한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적인 양민 학살'. 이것이 4.3에 대한 공인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 4.3자
우리가 제주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 후에 공권력은 무고한 양민들도 억울하게 공산주의자로 몰아 학살을 자행하였다는 것 말이다. 4.3 사건의 본질은 후자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몰래 존경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쁜 뜻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반만 봤거나,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한 것일 뿐.
난 홍 대표의 공감 능력과 가족사랑, 그리고 전 대통령에 대한 남모르는 흠모를 파악했기에, 그의 발언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은 과도하며 부당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 번, 안희정 도지사와 관련된 미투가 청와대의 기획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문제가 되자 다음 날 ‘농담’이라고 눙쳤던 일이 있다. 부디, 그의 평소 생각과 성정을 아는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이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한 마디를 외쳐주길 바란다. 하하, 농담이었습니다! 라고 말이다.
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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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로운 글이네요 ㅎㅎㅎ 역시 홍대표가 그럴리가 없죠! ㅎㅎㅎ
홍대표님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네요ㅋㅋㅋ
👨 홍감탱이 꼴 보기는 싫지만 당대표는 오래오래 했으면 합니다.
조목조목 잘근잘근 잘쓰셨네요 정보전달도 되고!
글쓰기 또 배워 갑니다 :)
지방선거에서 6곳 지키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본인이 공표했네요. 오래 보기 힘들게 생겼어요ㅎ;
저 사람 저러다가 광주사태는 무장공비의 군기지 습격에 의한 폭동이며 증거는 시위대의 기관총 사진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네 경계하지 않으면 진상이 밝혀진 일들도 뒤집자고 달려들지도 몰라요ㅋㅋ
하하..........그냥 홍준표는 요새 웃깁니다
보면 헛웃음만 나와 더이상 보고싶지가 않지요 ㅠ
헛웃음,, 딱 적당한 표현이예요ㅎ 정부 지지율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심정ㅋ
홍대표님 지지합니다. 영원히 자유한국당 종신대표로 남아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ㅎㅎ
그리고 참 좋은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홍준표의 전략은 대중정당이 되길 포기하고 소수의 지지자와 TK에만 어필하려는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데.. 계속 그 방식을 고수하다 최종적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 합니다.
제주 4.3이 더 알려지길 바라네요. 피해자이면서도 고개 들지 못하고 살았던 그분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슬퍼집니다.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는터라 종신대표는 어려울 듯 하네요ㅋ 잦은 자책골에 정부여당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4.3사건을 좀 더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소울메이트님의 이런글도 아주 재밌네요. 그 양반 참... 뭐랄까 아주 특이한 캐릭터인데... 안 봤으면 좋겠어요!
네 확실히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지요ㅎ
그 분 없으면 기자들이 많이 서운할듯요ㅋ
그 양반 참... 그 나이 되도록 어디서 무슨 공부를 했길래 그런 사고를 가지게 됐는지 궁금해지는 인물 중 한명입니다..
미스테리한 매력을 가진 분이죠ㅋㅋ 아재의 낯두꺼움과 근자감까지 갖춘~~ ^^
홍대표는 개구쟁이 익살꾸러기!
기자들에게 기사거리를 주는 고마운 개구쟁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