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8 - 만다꼬 그래 뛰가야 됩니꺼? - 책 '힘 빼기의 기술'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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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벌써 여덟번째 북리뷰입니다. (뿌듯!!)
오늘은 허둥지둥대던 제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준,
'힘 빼기의 기술' 이란 책 입니다.



탭댄스를 배우러 가서, 몸이 잔뜩 경직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몇년 전 좀 진득한 취미생활을 갖고싶어서, 탭댄스를 배우러 갔었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과 거울앞에 서서 기본 자세를 배우는데, 제일 처음 들었던 말이 "몸에 힘을 빼세요." 였다. 그 때 처음으로 내가 몸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힘을 좀처럼 뺄 수도 없다는 것도. 몸의 힘을 풀어내야 리듬에 몸이 자유롭게 움직일 터인데, 이 놈의 경직된 몸이 그게 참~ 안되었었다. 한 달 정도 하다가 흥미가 안생겨 그만뒀는데, 이 책을 보니 불현듯 그 때의 내 거울앞의 경직된 몸이 딱 떠올랐다. 책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거 같았다.

책 : 만다꼬 그래 뛰가야 됩니꺼?
나 : 모르겠어요. 전 그냥 사람들 따라 뛰었는데요.
책 : 만다꼬?



카피라이터 '유하나'님의 '유연한 생각과 일상'이 주는 환기


카피라이터인 작가가 쓴 이 책은 유머러스하고 유연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다.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생의 노하우를 살짝쿵 모아보았다 정도의 느낌이기도 하다. 고만 힘 주고, 힘 좀 빼고 살자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팍팍한 일상에 단비처럼 내렸다.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꼽아 보았다.


충고하지 말라는 충고
30년 동안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한 부부의 일화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해야 되는 거라예. 그런데 살다가 아, 이거는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 번은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


보답은 릴레이로
여행지에서 저자에게 큰 도움을 준 청년이 한 말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 이제 내가 너에게 그 친절을 돌려주는 거야. 그러니 하나, 너도 여행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네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에게 돌려줘."


벨로주 1
(저자는 쿠바여행을 갔을 당시에 카에타누 벨로주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음악과 함께 느끼시라고 그의 음악을 첨부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당신은 천장이 높고 아치와 기둥이 있는 쾌적한 집에 초대를 받아 머물고 있습니다. 낮잠이 설핏 들었다 깼는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작지만 아름답게 들려옵니다. 집이 대궐처럼 큰 건 아니지만 살짝 미로 같아서 당신은 소리를 이리저리 따라가봅니다. 어느 벽 뒤로, 소리의 주인공이 보입니다. 꽃과 식물 들이 가득한 뒷마당에 면한 복도 끝, 빛과 그늘이 반반인 그 곳에서 머리가 흰 할아버지가 조용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훔쳐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듯합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그냥 그것이 그의 인생인 것 같고, 당신은 그 순간을 깨고 싶지 않으며, 어쩌면 깰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힘 빼기의 기술
(힘 빼기의 기술에서는 안자이 미즈마루가 언급된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책 [안자이 미즈마루]의 부제는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충 한다'고 바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대충 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으려나요. (.....) 저는 반쯤 놀이 기분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더군요. 진지함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스타일이죠.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들illust.png



올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이 미소짓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통해, 일기를 차곡차곡 쓰고 싶어졌고 (공개적인 블로그에는 하지 못할), 쿠바에 여행가고 싶어졌고, 그녀가 언급한 안자이 미즈마루처럼 '마음을 다해 대충' 살고 싶어졌다. 삶이 너무 팍팍해졌다 싶을 때 읽어보면 딱 좋을책입니다..!!ㅎㅎ



지난 북리뷰


#7 - 일본 30~40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 마스다 미리 특집
#6 - 부의 패러다임 바꾸기 - 부의 추월차선
#5 - 욕망을 비워내는 삶- 이나카키 에미코씨의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4 -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힘든 날, 피식피식 웃고 싶을때
#3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그대 눈동자에 건배' - 기이한 이야기들
#2 - 소설 '잠' - 잠은 잘 자요?
#1 -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인생은 좋았고, 때로 나빴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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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하지말라는 충고 저 구절 언젠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는데 출처가 이 책이었군요! 맨스플레인 본능을 타고난 남성들이 특히 새겨들어야할것 같습니다. 저도 충고충 되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거든요 ㅎㅎ

구구절절 설명하던 제게 소리를 버럭지르던 여아가 있었지요. 아.. 지금 생각해도 오싹합니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던 땀방울들이 기억나네요.

그 친구. 매일같은 저의 설명에 꽤나 지치고 화가 났던 것 같더라고요. ㅋㅋㅋㅋ

저도 꼭 기억하려구요! 평생 기억해야할 얘기인지도 모르겠어요ㅎㅎ

저도 열심히 보다는 적당히를 좋아합니다.적당히 한다고 하면서 최선을 다하게 되기도 하고...

네 저도 자주 그래요ㅎ
적당히가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안그래도 경아님 소개글 예전에 올라온거 보고 책 사려고 보니(전 주로 e북으로 봐서) 알라딘과 예스밖에 없어서.. ㅋㅋㅋ 알라딘 북 어플을 깔고 어기적거리다가 아직도 못보고 있다는... 다시 곧 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주로 전자책을 보시는군요?ㅎ 전 주로 종이책을 봐요ㅎ
이 책 잼있어요! 에세이 좋아하시면 좋아하실꺼에요ㅎㅎ

흐흐. 이책 엄청 좋죠!
저는 이 책을 시작으로 김하나님의 꽤 많은 책을 사들였는데.. 아직까지 못읽고 책꽂이에 있어요ㅠㅅㅠ
경아님의 발췌와 소개로 읽으니 또한번 더 깊게 다가와요.
김하나님 말하는것도 책이랑 비슷해요. 책에서의 느낌과 이렇게 결이 같을수가!! 놀랐는데. 제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좋은 글을 만나가지고 뭔가 좋아서 방방 날뛰고 있어요! 컄

저는 김하나 작가님 첫 책이었는데 바로 팬이 되어버렸어요!! >_<
필통님 정성스런 댓글 감사감사해요..!!
저도 필통님 끈덕지게 응원할꺼에여!!!!ㅋㅋ

대충하는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다.

참 오묘한 말인데 공감이 갑니다.
힘 빼기의 기술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애나님, 저도 대충하는게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ㅋㅋ
근데 현실은 진짜 열심히 해야 겨우 뭐라도 만들어지는 사람이라 후..
근데 손으로 그림그리는건 그냥 멋대로 해야 잘 될 때도 많더라구요ㅎㅎ

...싶을 때도 안 해야 되는 거였군요ㅠㅠㅋㅋㅋ
근데 그거 되게 어려운 건데... 30년을 그렇게 꾹 참으셨다니 대단하신 분들이네요

네ㅋㅋ 꼭 해야겠다 싶을 때도 하지 말아봅시다ㅋㅋ

요즘 책읽기에 빠져 나름의 북스팀을 연재중이었는데

훨씬 뛰어난 리뷰네요^^

'힘 빼기의 기술' 독서리스트에 추가!

북리뷰 하고 계시군요! 응원하겠습니다 :-)

저도 신랑에게 충고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잘 참고 넘어가는 날엔 다툼이 없네요. ㅎㅎ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고 있는 병원 동료들과 저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만다꼬~!!

리자님 안녕하세요ㅎㅎ
저도 요새 느끼는데, 스트레스에 잘 방어해내는 사람들이 사회생활도 대인관계도 잘 이어나가는거 같아요ㅋ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좀 더 여유가지고 유연해지면 되는거 같고, 그 힘은 제 안에서 나오는거 같네요ㅎㅎ 잘 안되면 외치려고요ㅋㅋ 만다꼬!

뭘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고 힘을 빡 주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홈런 타자 이승엽의 스윙은 부드럽기로 정평이 나 있죠.. 힘 준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ㅎ

그러니깐요ㅋㅋ 이승엽 선수는 그걸 이미 터득해서 그 경지에 이르렀나봐요ㅎㅎ
오늘 하루는 힘 빼고 보내볼까요?ㅎ

어제 서점에가서 주말에 보았던 @kyunga님의 포스팅에 올라온 책들 중 이 책을 찾아보았는데 재고가 없더라구요. 이렇게 다시 북스팀으로 올라온 글을 보니 더더욱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어머어머 또 통했!! 이 책 요새 인기더라구요ㅎ
최근에 다크호스로 등장한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ㅋㅋㅋ
제가 책 쓰면서 표현이 잘 안되었던게 거기 다 적혀있더라구요ㅋㅋ